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8> 해월사 '노 스님'과 '이무기'

금산금산 2014. 2. 15. 10:45

부산의 [전설 보따리] <8> 해월사 '노스님'과 '이무기'

처녀 잡아먹는 이무기에 맞서 '살신성인'

 

 

 

부산 금정산의 이무기가 살았다는 동굴과 너럭바위 모습.

 

- 장소: 금정구 금성동
- 금정산성 방어사찰, 해월사…현 부산학생교육원 자리 위치
- 너럭바위 큰 구멍 속 이무기, 100명 잡아먹고 승천하려다 독실 맨

  스님에 당하는데…


금정산 깊숙한 곳에 지금은 부산학생교육원(금정구 금성동)이 자리잡고 있으나, 옛날 사시골에는 금정산성을 지키는 방어 사찰인 해월사(海月寺)가 있었다.

한때는 향불이 피워지고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와 목탁, 염불소리가

어우러지고 많은 보살들이 드나들던 절이었다.


특히 이곳은 금정산성 내성(북문~서문)을 승군 100명으로 방어한

승영 사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조차 전하지 못하고 풀숲에 묻힌 절터로만 남아 있다.


금정산 사시골의 아름다운 계곡 중간 지점, 파란 물 위에 떠 있는 피둥피둥 살진 너럭바위의 중앙에는 어린 아이들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큰 바위 구멍이 있다.

일명 '이무기 동굴'이다.

이 동굴 앞을 사람이 지나가면 더운 바람을 내는 이무기가 나타나곤 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천둥과 우레가 치고 안개가 자욱이 깔리더니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라. 나는 천년 묵은 이무기인데, 처녀 백 명만 잡아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일 년에 처녀 한 명을 달 밝은 보름날 사시골 너럭바위로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과 우레가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났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큰 재앙이 없도록 하기 위해 회의를 갖고 매년 처녀를 한 명씩 바치기로

결정했다.

마을에서는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이무기에게 바치는 일이 가장 큰 행사였다.

그러다 보니, 마을 처녀란 처녀는 바닥이 나서 바칠 처녀가 없어 마을 이장이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해월사의 노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 마을 처녀를 몰살하는 이무기를 잡아 없애야겠다며

굳은 결심을 하고 나섰다.


이무기는 사시골의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에 살면서 아흔아홉 명의 처녀를 잡아 먹고 이제 한 명만 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기로 돼 있었다.

해월사의 노스님은 '이제 죽을 나이도 다 되었으니 이 몸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보시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이무기를 죽일 궁리를 하였다.


노스님은 달 밝은 밤에 독약을 칠한 실을 절 당간지주에 묶고 손에 독실을 가지고 너럭바위 위에

알몸으로 앉아 있었다.

자정께 드디어 동굴에서 커다란 이무기가 만면에 미소를 피우고 기어나와 처녀 한 명만 더 잡아 먹으면

 승천한다는 생각으로 처녀인지 스님인지 모르고 노스님을 덥석 삼켜버렸다.

그 순간을 학수고대하던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겼으나 이게 웬 일인가.


삼켜버린 몸에 독실이 매어있는 줄도 모르고, 이무기는 독실을 삼키다가 몸속에 독이 퍼져 계곡물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다가 죽고 말았다.


지금도 사시골에는 옥수가 흘러 내리고, 용이 못 돼 한을 품은 이무기 동굴 위에 너럭바위만 천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앉아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