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따라 골목따라] 소박한 시골마을 장터 '대저장'
[시장따라 골목따라]
소박한 시골마을 장터 '대저장'
생소한 건물 옛 모습 간직
봄이 졸고 있다.
낙동강 건너다 한 숨 쉰 봄이,대저장터 따스한 햇볕아래 나른한 기지개를 켠다.
어쩌면 이다지도 한가로울까?
봄날 오후의 시골장은 평온하다 못해 온몸이 가렵도록 정적이 돈다.
촌부들의 가격 흥정하는 소리만 가끔 들릴 뿐,요란하고 분주한 장터 풍경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강서구청 앞 작은 골목에 시골 정취의 옛날 장터가 하나 숨어있다.
대저장.
장의 크기를 보나 파는 물건을 보나 그저 그런 마을시장 수준의 장터다.
그래도 1일,6일 정기적으로 장이 서니까 어엿한 5일장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부산으로 가는 김해평야 농산물의 집산지로 제법 북적거렸던 이 곳 대저장이다.
이 대저장은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전형적인 시골 장터의 모습(슬레이트 지붕과
나무기둥,물건 진열하는 매대(賣臺)만 설치되어 있는 터)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어, 오랜 장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요즘 자녀들에게는 생소한 건물 구조라 한 번쯤 체험학습을 겸하여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또 장이 서지 않을 땐 텅 빈 공간에 봄볕만 뒹구는 한적한
장터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장터 건물이 네 동인데 한 동엔 어물전이
자리 잡고,또 한 동엔 유행 지난 옷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한 동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먹거리전이,나머지 동에는 건어물,악세사리,신발전 등이 들어앉았다.
그 주위 골목으로 봄나물이며,채소모종이며,조악한 디자인의 생활용품류 들이 진을 치고 있다.
모든 물건들이 조금은 유행을 지난 듯 보여 시골장의 느낌이 물씬 난다.
그래서 시골장은 살 것은 없어도 볼 것은 많다고 했던가? 정겹고 편안하다.
미소가 흐른다.
시골장답게 촌로들이 직접 싸가지고 온 봄나물과 고추,가지,토마토 모종들이 그래도
그나마 거래가 잦다.
나물전의 여린 상추잎에 눈길이 간다.
잎사귀에 물기가 촉촉하다.
"새벽에 비이와가(베어 와서) 이실(이슬) 묻은 거 아인교"
할머니의 설명에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천원어치를 산다.
거짓말 조금 보태 마트의 만원어치 정도를 담아주신다.
상추 든 비닐봉지가
무겁다.
장터 입구 먹거리전에 발을 멈춘다.
무쇠 가마솥 뚜껑에 돼지기름 지지직 둘러내고 지지는 정구지 지짐이 먹음직스럽다.
금강산도 식후경,막걸리 한 잔에 곰삭은 김치 한 보시기 지짐에 얹어 입에 넣는다.
시골장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롭고 푸근한 맛이 가슴을 따습게 한다.
봄바람마저 살랑 불어오니 시간을 버리고 온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다.
대저장을 느끼는 또 한 가지.
이 장터 주위 골목에는 어느 밥집이나 들어가도 봄을 느낄 수 있다.
갓 담은 파김치나 봄동 겉절이,취나물 무침,산초어린잎고추장절임,열무 물김치,달래된장국 등 입맛 도는
봄나물 반찬이 밥상에 자주 올라온다.
특히 장터 뒷골목 입구에 있는 허름한 외양의 보리밥집은 이 근동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일부러 강 건너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장날 가족끼리 한 끼 정도는 별미로 먹어볼만 하다.
구포대교 건너 바로 장이 있으므로 야외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소
박한 시골 장터도 구경하고 시골밥도 한 끼 먹어 보자.
도시 속 각박한 삶을 잠시 내려놓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