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38> 대만 타이베이 '스린'야시장
[광장&골목] <38>
대만 타이베이 '스린'야시장
백화점 같은 상품 진열·깨끗한 먹자골목 '줄 서는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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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스린야시장에서는 훈제 소시지와 굴전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이랑주 씨 제공 |
대만 타이베이 스린야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tvN의 '꽃보다 할배'를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
그곳을 찾았다.
야심한 시각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만 사람들은 잠이 없나?
그 북새통은 날짜를 넘겨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무궁무진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 눈이 먼저 즐거운 야간 쇼핑
늦은 시각인데도 젊은층이 유난히 많았다.
그중에는 배꼽을 다 드러낸 20대 초반의 여성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나 볼 수 있을 패셔니스타들이 전통시장을 활보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이들을 겨냥한 듯 시장의 좁은 골목에는 패션 가게가 줄을 이었다.
옷, 신발, 액세서리, 가방, 기념품, 우산, 애완용품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팔았다.
가격도 낮았다. 티셔츠는
200대만달러(우리 돈 6천800원가량) 안팎에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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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활용한 액세서리(왼쪽)와 신발가게의 물총을 든 마네킹. 이랑주 씨 제공 |
그러나 상점의 상품 진열은 백화점 수준이었다.
여성의류 매장이 특히 더 그랬다.
그 매장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듯 하얀 말이 천정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남성복 매장의 코디도 눈길을 끌었다.
모든 매장에는 쇼윈도가 있었다.
장난감 총을 들고 총 쏘는 시늉을 하는 마네킹,
청바지에 볼륨을 더해 자유로운 이미지를 강조한 청바지 매장,
큰 우산을 펼쳐 그 위에 진열한 브로치 등 하나같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 야시장은 한입 먹거리의 천국
스린야시장이라고 하면 으레 먹거리부터 떠올린다.
실제로 거대한 '먹자골목'이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 손에는 하나같이 먹거리가 들려 있었다.
훈제 소시지, 굴전, 열대 과일, 닭고기 꼬지 등….
그중 땅콩과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로 만든 절편과 과자류가 특히 더 인기가 있었다.
이곳 야시장의 명물이라고 했다.
사각형 돌덩이처럼 생긴 대형 엿에 견과류를 넣었는데, 대패로 얇게 포를 떠서
팔았다.
달달하고 고소했다.
한국의 땅콩엿을 닮았다.
닭 튀김은 어른 얼굴 크기인데도, 우리 돈으로 3천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손님이 그렇게 많은데도 야시장은 의외로 깨끗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상인들에게 물었다.
시장 내부에 쓰레기 소각장과 오페수 처리시설이 있다고 했다.
덕분에 아무리 음식 쓰레기가 많이 배출돼도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을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시설보다 인간에 초점 맞춘 전통시장
국내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는 중요한 정책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전통시장의 헌 건물을 허물어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전통시장의 생존 수명을 조금 더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시장은 어차피 구조물의 집합체가 아닌 사람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엄마와 어린 나의 추억이 있고, 그 추억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삶의 공간이다.
세계 전통시장 탐방을 처음에
기획했을 때만 해도 해외 전통시장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까,
얼마나 크고 아름다울까, 어떤 마케팅 기법을 쓸까, 상품 진열은 얼마나 멋있을까에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1년 동안 해외의 수많은 전통시장을 찾으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그중에는 마케팅 전략이 아주 우수했거나,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멋진 리모델링 시장도 있었다.
독특한 진열과 독창적인 홍보 전략으로 좋은 인상을 준 시장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들 '잘 되는' 전통시장의 공통점은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대형마트에선 구할 수 없는 전통시장 만의 특별함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특별함이 뭘까?
그것은 바로 사람을 살리는 바른 먹거리와 좋은
품질의 상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해외 전통시장 탐방은 시장의 원형과
본질을 찾는 여행이었다.
전통시장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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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