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멍게'
향기 머금은 '바다의 파인애플'
푸른 바다 속에 향기를 머금은 꽃을 '멍게'라고 부르고 싶다.
한 때 멍게는 경상도 지역의 사투리라고 해서, '우렁쉥이'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멍게'라 부르다 보니, 몇 년 전 한글표기법 개정에서는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게 됐다.
멍게는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바위에 붙어 살기 때문에 조개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때 꼬리에 척추를 가졌던 흔적을 보이는 하등 동물이다.
즉 어린 시기의 멍게는 올챙이처럼 헤엄쳐 다닌다.
이후 성장하면서 바위에 붙어 고정된 채로 특이한 생김새를 가지게 된다.
붉은 빛의 몸통에 오톨도톨한 돌기, 가늘지만 강한 뿌리, 탐스런 열매 모양 때문에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먹는 크기(10㎝ 정도)의 멍게는 보통 2년 이상 성장한 것이다.
멍게 특유의 향은 바닷물에서 건져 올린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옥타놀과 신티올 등 불포화 지방산인 알코올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먹고 나서도 오랫동안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도는 느낌은 바로 신티올 성분 때문이다.
또한 타우린과 글루탐산, 글리신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특유의 단맛이 나며 3~4년생이 맛과 향이 가장 좋다.
4월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 6~8월 무렵이면 가장 맛이 좋아지며 특히 이 시기에는 글리코겐이 많이 생성된다.
멍게는 글리코겐이 풍부한 탄수화물과, 필수아미노산이지만 곡류에 들어있지 않은 리진, 트레오닌 등의 함량이 높은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할 수 있다.
수산물 가운데서는 드물게 인체에 필수적인 미량 금속인 바나듐을 함유하고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당뇨병 개선에도 탁월하다.
또한 타우린과 콘트로이틴황산의 함량이 높아 시력개선과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신선한 멍게는 껍질이 진한 붉은색이면서 겉면에 광택이 나고 돌기가 선명하게 튀어나온 것이 좋다.
살이 통통하면서 향이 강하게 나고, 껍질을 벗겨냈을 때 육질이 오렌지색으로 선명하면서 단단한 것이 신선하다.
멍게는 보통 날 것으로 먹을 때 특유의 향과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으며, 살짝 데친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달큰한 맛이 좋다.
최근에는 젓갈로 만들어 오랫동안 멍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춘곤증으로 나른한 4월, 신선한 채소와 초고추장(또는 참기름)으로
버무린 멍게비빔밥 한 그릇을 추천해 본다.
심정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