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죽음에 대한 경험들

금산금산 2016. 1. 9. 12:20

죽음에 대한 경험들

 

 

 

 

 

나의 죽음 준비의 시작

 

 

 

 

 

 

▲ 세월호 사건 같은 사회적 죽음을 통해 우리는 '나, 사회, 국가'의 연결고리를 배운다. 연합뉴스

 

 

 

 

'죽음에서 배운다'라는 시리즈가 몇 회 나가고 나니, 지인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힘든 주제를 다루고 있구나'에서 '이제 죽음이란 것과 친해져야겠구나'까지 다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가면서 여러 번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또 그 죽음을 통해 '죽는다'라는 생명체의 유한성도 느낀다.

나 또한 그랬다.

청소년 시절, 조부모님 부고 소식은 죽음을 하나의 의례(儀禮) 정도로 인식했다. 


30·40대엔 여동생의 죽음을 잇달아 보아야 했다.

둘 다 병으로 고생하다 떠났기에, 그들의 죽음을 나는 긴 안식(安息)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후세에 만나자 약속했다.

내가 중년기를 지나면서 치러 낸 부모님의 죽음은, 실제 생명과 죽음은 긴 선 위에 함께 있는 것으로,

죽음도 인생의 한 부분임을 인식하게 했다.

그리고 실제 나의 죽음은 어떠해야 할 것이냐는 숙제를 푸는 마음으로 죽음학을 공부했고,

그 공부를 지금 나누는 중이다.

죽음을 '인생의 마지막 춤'이라고 표현한 국제죽음교육 전문가 더스펠드(DeSpelder) 교수는

죽음을 인간의 모든 경험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험으로 보면서,

인생의 이 마지막 과업 수행을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알고 싶어 하듯 죽음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해야 한다고 했다.


죽음은 내 일상 속에 존재한다.

가족의 다양한 죽음 현장에 나의 일상이 놓여 있고, 다양한 사회적 죽음(한 사람 혹은 어떤 집단의 죽음이 사회적 의미를 지닐 때, 우리는 이를 개인적 죽음과 대비해 사회적 죽음이라고 부른다) 속에 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이 진리와 함께 우리는 나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죽음과 내가 아는 고인(故人)의 삶을 먼저 생각해 보는 데에서

나의 죽음 준비는 시작되는 것이다.


그럼 나의 죽음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

미지의 경험이지만 내가 지금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의 결과론적 표상으로 나의 죽음은 정의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죽음은 곧 나 자체이다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만들어진다.

'죽음에서 배운다'가 어떤 분에게는 힘든 사색일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서 죽음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카스텐바움(Kastenbaum)은 '죽음 공부는 죽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루는 것'이라고 했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