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드클래스 300]'화인' 이상준 대표

금산금산 2016. 1. 27. 20:23

'화인' 이상준 대표

 

 

 

 

 

'사람이 곧 재산' 인재 중시·正道 경영…항상 공부하는 CEO

 

 

 

 

(주)화인의 이상준 대표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

 

 

 

- KIA 연구원 일하다 창업가 변신
- 車 생산라인 국산화 연구에 몰두
- 엔진세척기 국내 시장 80% 점유

- IMF때 매출급감 등 위기 겪고도
- 구조조정 대신 신사업 적극 투자
- 직원 30% 가량은 연구개발 인력

2층 대표이사 사무실 입구에서 원화, 달러, 위안화를 든 세 명의 남자가

커다란 원반 위를 달리는 조각 작품이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갤러리에서나 볼 법한 조각품이 제조업 회사에서 떡하니 자리를 잡은 모습이 독특했다.

"한국이 미국, 중국에 앞서 전 세계 최고로 달려나가겠다는 의미로 다가와서 작품을 샀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 모습을 여기에 투영하고 싶습니다."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에 있는 (주)화인의 이상준 대표.

보통의 체격에서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 매서웠다.

지난 7월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된 데 대한 인사말을 건네자

 "정말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한데 요즘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화인은 1989년 창업 이래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자동차생산 라인의 자동화 설비분야의 연구개발에 몰두해 부품 자동세척기, Leak Test 설비, 엔진조립설비, 주조후처리설비 등을 단계적으로 국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80년 대학 졸업 후 기아그룹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프라이드 엔진공장을 짓는데 설비 대부분을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하는 것을 보고 자동차산업을 위해서라도 설비 국산화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기업들은 전문설비의 국산화 부문에 중점을 두지 않던 때였다"고 말했다.

연구소 근무 뒤 유학을 가겠다는 애초 계획을 접고 창업가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순간이었다.


"당시는 창업 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다. 서울의 대형 서점에서 겨우 한 권을 찾아 창업 준비를 했다"

회상했다.

지금은 직원 수 135명에 매출 600억 원(2015년 목표)을 바라보는 기업이지만

첫 출발은 사하구 구평동 양계장이었다.

화인 실업으로 사명을 정한 뒤 슬레이트 지붕의 양계장에서 세척기 및 자동화 설비 설계·제작을 했다.

"초창기에는 대기업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제가 회사를 차렸다는 얘기를 듣고

연구소 시절 저를 알던 일본의 설비 회사에서 첫 발주를 받았다.

6개월 뒤 우리 제품이 한국으로 역수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우리 회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26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이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때를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고 답했다.

당시 화인 역시 수주 급감으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었지만 놀랍게도

이곳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채 견뎌냈다.

"80억가량이던 매출이 3분의 1수준인 24억으로 결딴났다"고 말한 이 대표는

구조조정 대신 기술자들을 일본 제휴사에 기술연수를 보내거나 장기 휴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늘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고 강조한 뒤,

"창사 이래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인재 중시의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회사 분위기에 힘입어 화인은 2013년 '부산시 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인은 자동차 부문 외 환경폐수처리설비, 신소재 분야사업, 방산산업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신사업으로의 적극적인 투자가 회사가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에도 공장을 화전산단으로 확장 이전하고 연구원을 대폭 확충하면서

 2011년 처음으로 400억 대 매출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는 자동차 분야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환경과 신소재 분야사업의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

 오는 2019년에는 3개 부문에서 각각 1000억 원씩, 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현재 이 회사는 부품 세척기 분야에서 국내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고 수출 실적도 좋다.

화인만의 경쟁력이 궁금했다.

"전체 사원의 30% 가까운 인력이 연구소에서 장기근속하며

오래 축적된 기술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강점"이라면서도 이공계 계통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의 채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항상 '정도경영'을 가슴에 품고 있다.

항상 근본에 충실하고, 직원과 고객에게 진심으로 대하며, 모든 일을 투명하게 그

리고 순수한 일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는 또 '공부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6년째 임직원들과 함께 국내 최대 CEO 교육기관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배우면서

늘 깨어 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지난해 6월 창업 25주년을 맞아 전 직원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대표는 "직원 중에는 비행기를 처음 타보고 여권을 처음 만들었다는 분들이 꽤 많았다"면서 "현지에서 기념식도 하고 파티도 하면서 같이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3년 이내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들과 거래를 성사시키고 환경 및 소재 분야도 세계 1위 상품을 3개 이상 확보,

5년 이내에 각각의 매출을 1000억 이상 달성하겠다는 이 대표, 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선두에서 달리는 조각 작품 속 주인공이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했다.

 

 




#  '화인'은 어떤 기업

- 車 부품 세척기·하이파론 고무시트 '세계일류상품' 2개 보유
- 국내외 납품실적 1500여 건 최다
- 연구개발 투자액만 연간 15억 원
- 2024년 매출액 1조 원 부푼 꿈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에 위치한 (주)화인의 생산라인 모습. 백한기 선임기자

 

지난 7월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된 (주)화인(대표이사 이상준)은 1989년 회사를 설립해 수입에 의존해 오던 자동차 엔진세척시설의

국산화를 이루었다.


이후 Leak Test 설비(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의 자동차부품의 누설

불량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설비), 주조후처리설비(엔진이나

미션 등의 주조품을 탈사, 탕구절단, 디버링 등을 자동으로 행하는 설비) 등을 단계적으로 국산화하면서 자동차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동차 부품 세척기 분야는 2012년 지식경제부가 뽑는 '세계일류상품'

지정되는 한편 국내외 납품실적 최다 보유(1500여 건)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화인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원심분리기(원심력에 의해 액체와 고체, 또는 비중이 다른 액체 성분을 분리하는 설비) 및 전기탈수기를 비롯한 환경폐수처리설비, 신발·가방·보트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고무 시트의 신소재 사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파론 고무 시트 및 고속단정 또한 2011년 '세계일류상품'으로 뽑힌 데다 국방부 DQ마크도 획득했다.


화인은 2012년, 2013년 300억 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다 지난해 440억 원(영업 이익 4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1%에 이를 정도로 우량한 재무상태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중요시하는 화인은 연구개발투자액이 연간 15억 원대에 달한다.

이 대표는 "현재 매출 비중은 자동차 60%, 환경 분야 15%, 신소재 분야 25%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환경·신소재가 잠재성장률이 높은 만큼 이 부분에 주력해 3개 부문 매출 비중을 같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미래 장기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인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갖고

 '소재부품·설비 분야의 글로벌 스마트 리더'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실, 열정, 도전'의 핵심 가치를 품은 채 오는 2024년 매출 1조 원, 영업이익률 20% ,

 20개 거점국가 해외영업망 구축을 목표로 글로벌 강소기업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