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300]‘한라 IMS’ 김영구 대표
한라IMS 김영구 대표
'선박부품 국산화' 사운을 건 승부…세계 평형수(레벨계측장비) 시장 30% 따내
- 공대 졸업 후 무역회사 다닐 때
- 조선기자재 '수입품 천하' 보고
- "기회다" 회사 박차고 나와 창업
- 고부가가치 레벨계측장비 개발
- 국내 시장 50% 휩쓸며 성장
- 동종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도
- 미래시장 내다본 中공장 설립
- R&D에 80억 파격 투자까지
그의 차분한 말투 속에 '승부사'의 면모가 드러났다.
사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설명하면서,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회사를 키워온 과정도 비슷했다.
한라IMS 김영구(56) 대표이사는 선박용 레벨계측장비로 시작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로 사업을 다각화하기까지
조선기자재 국산화, 대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 등 과감한 도전을 이어왔다.
■ 조선기자재 국산화 가능성 보다

한라IMS는 선박용 레벨계측장치 및 밸브 원격제어장치 제조업체로
지난 7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됐다.
한라IMS의 레벨계측장비는 국내 시장의 50%,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을 통해 해외 전시회 참가 등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라IMS의 전신인 한라레벨인스트러먼트는 지난 1989년 설립됐다.
회사 설립 과정은 김 대표가 동아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유럽에서 생산된 조선기자재를 한국 조선소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해외 업체들의 상품을 살펴보면서, 간단한 원리의 제품까지 모두
수입해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의 눈에는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해보였다.
김 대표는 "조선기자재 국산화 분야가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기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군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중공업 설계소에서 근무하던 현재 지석준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한라레벨인스트러먼트를 설립했다. 그렇게 해서 국산화에 뛰어든 제품이 선박 평형수(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탱크에 넣고 빼는 바닷물)의 양을 계측하는 레벨계측장비다.
그는 "레벨계측시스템이 선박 분야에서는 고급 기술이고, 전기·전자와 기계가 융합되는 메카트로닉스 계통이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측대로 레벨계측장비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수입품 국산화로 제한된 경쟁을 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높아졌고, 창업 직후 20~3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후 회사는 탄탄대로를 걸어, 200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김 대표는 "높은 영업이익으로 조선기자재 업종 중에 가장 매출 규모가 작았지만, 가장 빨리 기업공개를
한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상장 이후 약 4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기업공개는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재정적으로 안정된다는 뜻이다. 이때야말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 최적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 사업다각화에 과감한 투자

한라IMS은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상하이 인근에 2만6400㎡의 공장을 세웠다.
장기적으로 조선 시장의 미래는 중국에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조선 시장의 역사를 봤을 때 1960년대는 유럽이 선두주자에 있었고, 1970년대는 일본,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한국이 가장 부흥했다. 차세대 조선 시장은 중국이다. 적어도 향후 2020년까지는 한국이 제1시장의 자리를 중국에 내어줘야 할 것"이라며 "시장의 변화가 예견됐기 때문에 다각화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전망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제해사기구(IMO)가 신규 선박은 물론 현존 선박에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장착하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은 물론 지역기업의 관련 투자가 이어졌다.
한라IMS도 레벨계측장비에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로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파격적으로 80억 원의 R&D 자금을 투자해 2010년부터 5년에 걸쳐 간접전기분해방식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에게 8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고, 5년도 긴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과연 간접전기분해방식이 성공할 것인가'하는 고민과 싸워야 했다. 선발 주자들도 1,2년 빠를 뿐 '신상품'이나 다름없어 롤모델이 없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이면 분해해보고 카피해볼 수 있는데,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하다 보니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며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연구기간이 길어지는 데 대한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직원들을 믿고 기다렸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개발을 위해 발족한 한라IMS 연구소 내 환경사업부가 간접전기분해방식 연구를 이끌었다. 그 결과 지난 5월 해양수산부의 최종승인을 획득했다.
김 대표는 "사업다각화에 도전하고, 새로운 R&D에 선투자 했기 때문에 조선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올해 지난해 대비 20% 매출 신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단일 제품의 성공에 안주했다면 밥은 먹고 살았겠지만, 조선시장의 침체와 함께 우리 기업도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결국 '사람'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좋은 직원을 두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교육하고 길러놓으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입 직원에게는 '근무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주고, 기존 직원에게는 '세계 일류기업을 만든다'는 비전과 자긍심을 공유하도록 하고 싶다"며 "한라IMS의 명함을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게 회사를 일궈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간접전기분해방식 평형수 처리장치, 국내 생산 中企는 한라IMS가 유일
- 통합시스템 개발 초일류 부푼 꿈
1989년 설립된 한라IMS(주)는 '선박용 레벨계측장비(Ballast Gauging)'를 통해 초기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 2007년 기업공개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 '원격밸브제어장치(Ballast Valve Control)'를 출시했다.
선박평형수 장비의 밸브를 열고 닫는 장치로, 출시 이후 국내 점유율이 20%를 달성하는 등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라IMS는 이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를 출시했다.
2010년부터 5년에 걸쳐 개발한 이 제품은 지난 5월 국내 9번째, 세계 30번째로 공식인증을 받았다.
한라IMS 김영구 대표는 "평형수 처리장치는 여러 가지 처리 방식이 있다.
우리는 2년간의 시장조사를 통해 간접전기분해방식을 선택했다.
전 세계적으로 50개 업체, 우리나라는 11개 업체가 선박 평형수 시장에 진입했지만, 중소기업 중 간접전기분해방식의 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라IMS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UV 및 필터 방식, 오존살균방식 등이 있다.
각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간접전기분해방식은 다른 방법에 비해 살균효율과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김 대표는 "이 방식은 분리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라IMS는 이 세 가지 주력제품을 묶은 선박평형수 통합제어감시시스템(3Ballast)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3가지 제품을 패키지로 제공하면 선주들 입장에서 편리하기도 하고 비용도 10%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한라IMS는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46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21억 원으로 증가했다.
관계사까지 포함한 지난해 매출은 658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조선경기 불황에 따라 향후 전망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올 연말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의무화의 비준에 희망을 걸고 있다.
김 대표는 "조선경기 불황으로 신조보다는 기존 선박에 대한 설치 시장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가 나쁘더라도 그리스나 일본 등 세계 선주 국가는 지속적인 운항이 이뤄지므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통합제어감시시스템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연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