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 '부모를 잃은' 슬픔 2

금산금산 2016. 2. 6. 19:02

'부모를 잃은' 슬픔 2

 

 

 

 

 

임종 지킬 가족 하나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 서울 중구의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안.

 

 

 

 


친구 A는 강원도에 혼자 사는 엄마 이야기를 자주 했다.

밭일도 하면서 동네 분들과 잘 지내고 있지만, 늘 엄마의 새까만 손톱이 눈에 선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런 중에 엄마가 병에 걸렸고 병원을 오가면서 나을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친구는 큰 가방을 들고 엄마 곁에 갔다.

아이들과 남편의 식사, 집안 일들이 걱정도 됐지만,

엄마의 다다른 죽음 앞에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 옆에 3개월 동안 있었고, 임종을 지켰다.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걱정 말고 가시라고 이야기해 드린 것에 그녀는 만족했다.
 


요양원에 근무하시는 분의 말씀이 방문 가족 중 딸과 며느리의 비율이 8대 2 정도라고 했다.

노부모의 병환 앞에서 진심으로 더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 노부모와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딸들이 더 자주 방문함은 당연하고, 다들 자기 부모 찾아 가면 되니 넓게 보면 그게 그것인 셈으로

걱정할 점은 아니다.

수명의 증가로 남성노인이 증가하면서 자연히 아들이 간병을 맡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 부양자는 며느리와 딸이다.

시아버지를 간병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나 친정·시 어머니를 간병하는 한국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는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는 흔한 이야기이다.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5~6년 동안 받아내면서 그 분을 씻어드린 이웃 엄마의 이야기에 나는 감동하기도 했다.


15년 전, 내가 본 '또 다른 풍경'(메리 파인머, 모색, 1990)이란 책은 노인과 성인 자녀 사이에 놓인

 미지의 세계를 보여준 책이었다.

늙은 부모를 자주 찾아뵙고,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 민감하라고 그 책은 나에게 가르쳐 줬다.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의 '어머니를 돌보며'(2009, 부키)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신 엄마를 7년간 간병하면서

느끼고 본 것을 직접 적은 책이다.

저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그녀가 막연하게 가졌던 죽음의 메타포를 구체적으로

수정해 나갔다.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생의 과업이며, 이 시기에서 사적·공적 돌봄이 보장되는 사회가

우리의 마지막 소원이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있었다.


가끔 노인 대상 강의를 나가는 경우가 있다.

삶과 죽음은 연결돼 있다는 주제를 풀어내면서, 나는 마지막 소원에 관해 묻는다.

한결같이 그 소원은 '자식이 잘 사는 것''편하게 죽는 것'이었다.

편하게 죽고 싶다는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으냐고 물으면, 반 정도는 자신이 없다고 한다.

누가 나를 구완해 주겠느냐에서부터 숨이 다 할 때까지의 그 지난한 고통을 아는 분들이기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자식으로서의 나'와 '곧 죽게 될 부모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부양자·피부양자의 틈새에 돌보아 줄 가족이 없는 1인 가구 노인들이 계신다.

지금 비혼(非婚) 등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 무연고 죽음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때도 머지않을 것 같다.

노인 돌봄과 주검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