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배운다] 사(死)의 의례
사(死)의 의례
가는 자와 마지막 인사 삶 반추하는 계기 되길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멜로디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생로병사의 긴 여정은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첫돌, 빛나는 입학식과 졸업식,
그리고 아름다운 결혼식 등을 거치면서 기쁨을 나누고 함께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차려주는 상(床)들이 바로 의례(儀禮)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 가족이 함께해 줄 상(床)은 무엇이 더 있을까.
고희(70세), 희수(77세), 미수(88세) 그리고 백수(99세).
그 어디쯤에서 주검을 보내는 상, 장례(葬禮)가 생의 마지막 의례이다.
그래서 장례는 어느 생일상보다 오래, 그리고 복잡하게 차려진다.
사나흘에 걸쳐 가족과 지인들이 내가 이승을 떠나는 길에 인사를 한다.
더러는 하얀 국화 말고 빨간 꽃들도 올린다.
죽기 전에, 가는 자와 남는 자의 인간관계를 정리한다고 애썼건만 그래도 남은 자 중 누구는
함께 나눈 추억 때문에 울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관혼상제(冠婚喪祭)는 나름의 질서와 법도를 가지고 거행되었다.
생애 발달에 따라 이뤄진다고 해서 생애의례라고도 불리는 관혼상제는
그 과정 하나하나에 고유한 상징성과 상징물이 있다.
지금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는 상투를 조이고 망건을 씌워주며 성인 됨을 축하해주었다(여성에겐 이 과정이 없음).
연지 곤지와 사모관대 대신 웨딩드레스가 아주 중요한 상징물이 되어 버린 '혼례'는 종족의 번성을 약속하는 의례다.
주검을 정리하는 상례(喪禮)는 그나마 전통적 풍속이 다소 남아있다.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의복을 입고, '상을 주관할 자격'이 부여된 일부 가족이 주검을 태우거나 매장한다. 육신이 녹아버려,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영혼은 살아 있는 것으로 믿는다. 세상을 떠났지만, 실상은
살아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새 생명에 얹혀 다시 태어난다고도 한다.
그런 상례를 거치면서 가는 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슬픔을 같이 한다.
때로는 아주 큰 상실감을 가지기도 하고, 비탄에 빠지기도 한다.
상이 치러지는 그 며칠은 가는 자의 넋을 애도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바쁘고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상례가 자꾸 간소화되고 상징성도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겐 조용히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잘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의 의례를 마치는 과정을 통해 남는 자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를 하나 더 얻었으면 한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