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공동묘지'

금산금산 2016. 7. 9. 20:11

공동묘지






'삶과 죽음의 틈새' 공간







필자가 강의하는 '죽음학' 수업에서 가장 먼저 나가는 과제는 '공동묘지 방문'이다.

공동묘지는 죽은 사람이 묻혀 있는 장소다.

한국의 공동묘지는 특히 '삶과 죽음의 틈새'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공간미를 가지고 있다.

부산의 경우 도시철도 1호선 끝자락인 범어사역 인근에 시립공원묘지인 '부산영락공원'이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필자가 자주 추천하는 방문지다.  
 
어르신들은 생활 속에서 장례식장화장장, 추모공원, 공동묘지를 방문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특별히 조부모 세대의 장례에 참여해보지 않았다면 추모공원이나 공동묘지에

가 본 경험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명절 때 벌초를 하기 위해 공동묘지를 방문한 남학생은 많겠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부모와 함께 묘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 학생은 생각보다 적었다.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과제를 통해 공동묘지에 가서 무엇을 보았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묻는 말에

학생들은 다양한 소감을 쏟아냈다.

"무서웠다"라는 말로 가장 원초적인 공포감을 표출한 학생도 많았다.

"나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벌레들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이다.  

갑자기 진지해진 학생들이 던지는 의문도 상당하다.

사람이 죽을 때 육신은 어떻게 될까. 몸의 모든 기관이 일시에 정지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어디부터 죽어 가는 것일까.

나만의 특별한 묘비나 묘지를 만들어 두고 갈 수는 없을까.

외국의 경우 비석이나 석조 관이 제각각인데,

한국은 왜 동그란 봉분만 있는 것일까.

비석에 쓸 글을 내가 미리 적어두고 갈 수는 없는가.

그런 생각과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

역으로 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내준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의 현장을 직시하면서 지금의 나를 성찰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 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는지 대부분 학생이 과제를 통해 '지금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칼끝 아래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날카롭고 뾰쪽한 자극이 '행복'이라는 둥글둥글한 감정을 재생산해 낸다.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공동묘지나 납골당을 방문해보길 권하고 싶다.

언젠가는 자신이 찾아갈 그곳을 바라보면서 그 준비를 어찌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차원에서….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