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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터널] 부산에 득? 실? 바닷속 길 잇기 '뜨거운 감자' 재부상

금산금산 2016. 8. 23. 22:16

[한·일 해저터널] 부산에 득? 실?

바닷속 길 잇기 '뜨거운 감자' 재부상




▲ 한일해저터널 이슈가 이달부터 벌어지는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시 찬반 논란의 무대 위에 올랐다. 사진은 일본 규슈 가라쓰의 일본 측 탐사용 갱도 공사 현장 모습.




2008년 6월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이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부발연 홈페이지에는 41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했다. 올라온 글만 400건이 넘었고 댓글은 8000건을 넘었다. 부발연 홈페이지가 생긴 이래 최대 기록이었다. 내용은 "일본의 대륙 침략에 길을 놓아 주려 한다", "부산 항만의 몰락을 부추긴다", "일본에 경제적으로 예속된다"는 식의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 ㈔목요학술회와 ㈔부산글로벌포럼 등 시민단체들이 한일해저터널연구회와 함께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토론회를 벌이고 나선다. 이들은 오는 26일부터 두 달에 한 번씩 1년에 걸쳐 진행할 이 토론회를 통해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찬반 논란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일 해저터널 이슈가 어떤 여론에 직면하게 될까.



목요학술회·부산글로벌포럼  
26일부터 해저터널 토론회  
격월로 연중 개최 예정  

"부산항 물동량 악영향 없어"  
"규슈로 부산경제 흡수 우려"  
찬반 양론 팽팽한 대결 예고 


■ 한·일 해저터널 이슈 족적 

한·일 해저터널의 이슈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1920년대 일본 육군참모본부가 대륙 진출 통로로서 쓰시마 터널 건설을 논의한 것이 그 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침략 야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광복 이후 한·일 해저터널 이슈는 금기어가 됐다. 

이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된 것은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제10회 통일에 관한 국제회의(ICUS)'에서 '국제하이웨이 프로젝트 구상사업'의 일환으로 한·일 해저터널을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일본 측이 수년간 지질 조사를 했고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 도중 해저터널 필요성을 언급하기에 이른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순방 때 해저터널로 인한 양국 번영을 언급하고 일본 모리요시 총리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터널 이름을 'ASEM 터널'로 하자는 제의까지 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 해결 이후 우호 증진 등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해 일본 자민당은 '국가건설의 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과 정치권에서 이슈가 부각되자 일본 측 일한해저터널연구회와 한국 측 부발연 등이 노선 등에 대한 연구에 돌입한다. 일본은 규슈의 가라쓰에서 출발해 이키 섬과 쓰시마를 통과해 거제도에 이르는 노선을 제시했고 부발연은 가덕도에서 쓰시마, 이키 섬을 통과해 후쿠오카에 이르는 노선을 제안했다. 





■ 부산항엔 득일까, 실일까 

한·일 해저터널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연결되는 곳은 부산과 일본 규슈 지역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터널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전제로 한 시설이기 때문에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물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가장 첨예한 논란거리다. 

부발연은 부산과 규슈 사이에 오가는 물동량이 2010년 기준으로 51만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단위)이고 2050년께 207만TEU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발연은 부산항이 한 해 처리하는 물동량이 현재 1800만TEU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물동량으로는 부산항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발연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일본의 항만에 내린 화물을 비싼 철로를 이용해 한·일 해저터널로 옮기는 방안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급격한 물량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일 해저터널 개통 이후엔 물류에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해 부산항이 변두리 항만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영기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한·일 해저터널 개통 이후 일본이 쓰시마나 이키 섬에 초대형 항만을 만든다면 선사들이 굳이 부산항에 기항할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현재 상태만 놓고 분석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경제엔 득일까, 실일까 

한·일 해저터널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한국의 해저터널 투자를 전제로 한 파급효과 정도만 분석돼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19조 원 정도를 해저터널 건설에 투자할 경우 생산유발 효과가 54조 5000억 원에 이르고 고용유발 효과도 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문제는 한·일 해저터널 완공 이후 부산지역의 경제적인 득실이다.

득이 많다고 보는 쪽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부산과 거제 경제의 평행 발전을 예를 든다. 부발연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거가대교 개통 초기 거제 경제가 부산 경제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양 지역이 거가대교를 통해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면서 "한·일 해저터널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대 서의택 석좌교수도 "최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부산과 후쿠오카 지역의 국제적 관계가 지리적으로 강화되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기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부산보다 경제력 8배, 면적 6배, 인구 1.4배인 일본 규슈에 부산 경제가 흡수되는 '빨대효과'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부산의 경쟁력을 고스란히 빨아들인 일본 측의 경제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









[해저터널 공사비는 얼마?] 철도·도로 병용 여부 따라 92조~200조 원




한·일 해저터널은 그 존재가 끼칠 영향만큼이나 건설 자체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공사비로도 관심을 끈다.
 
한·일 해저터널 공사비는 교통수단과 이를 근거로 한 터널의 단면과 공법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지형과 지질에 따라 공사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자국 통과 길이로 나누면
한국-일본 '1 대 9' 분담


 
일본 측 연구에 따르면 신칸센 중심의 철도와 도로를 함께 쓸 수 있는 터널 1개와 서비스 터널을 추가로 건설할 경우 100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규모를 더 늘려 철도·도로 병용 터널을 2개로 할 경우 공사비는 200조 원까지 늘어난다. 

반면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은 일본 측 주장처럼 신칸센 중심의 철도·도로 병용 터널을 만들 경우 터널 내부의 사고 발생과 배기가스 배출을 위한 관리비 등의 과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때문에 부발연은 영국~프랑스 간 터널처럼 고속철도와 카트레인(차량을 싣고 운행하는 열차)을 병행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 공사비는 일본 측 주장과 달리 92조 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국의 본격적인 연구 끝에 현실적인 공사비가 산정된다고 하더라도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할 경우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분담하느냐의 문제가 또 남는다.

부발연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해저터널의 자국 통과구간 길이에 따라 공사비를 나누는 것"이라며 "양국에서 자체적으로 터널을 뚫어 들어가 최종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쓴다면 이 같은 공사비 분담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방식으로라면 전체 길이 220㎞ 내외의 한·일 해저터널 가운데 한국 쪽 길이가 10분의 1 정도 되므로 한국과 일본의 공사비 분담은 1 대 9가 된다. 100조 원의 공사비를 산정할 경우 한국이 10조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한·일 해저터널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천문학적인 투자로 한국이 얻을 게 없다"며 "1원도 공사비를 부담해선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김영기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한·일 해저터널을 만든다는 것은 TSR(시베리아철도)의 기·종착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산의 장점을 스스로 버린다는 뜻"이라며 "여러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큰 사업을 국가채무 가중 우려가 큰 공사비를 부담하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