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배운다] 연로한 부모와 화해
[죽음에서 배운다] 연로한 부모와 화해
최근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이 쓴 소설 '멀고도 가까운'을 읽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사이가 나빴던 저자가 상대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적은 자전적 소설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일방적 화해였지만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구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7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모진 딸이었음을 깨닫고 어머니를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살아 계실 때 신뢰 회복
조건 없는 이해·수용으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쓴 로버트 풀검 역시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로
'늙은 아버지와의 화해'를 꼽았다.
저자는 극적인 화해를 이룬 후 반년 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충고했다. 화해할 부모가 있다면 지금 당장 하라고.
그 충고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화해'는 단절된 인간관계를 연결하는 과정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중 부모와의 화해는 반드시 돌아가시기 전에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관점에서 내 마음이 편하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다가서서 용서하고,
용서받는 대화와 손길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보기 바란다.
바로 그런 과정이 우리를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이를 위해서는 연습도 필요하다.
살다 보면 죽어도 용서하기 싫은 일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용서하라'고 종교에서 가르치지 않던가.
부모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부모는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자식을 키운 사람이다.
그 바탕에는 헌신과 희생이 깔렸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이타성은 본능에 가깝다.
그렇게 살아오다 세월과 더불어 힘없고 늙어버린 사람이 부모다.
80~90세가 된 노부모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은 50~60세 된 자식의 미성숙함에 있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부모를 상대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사람도 많지만, 부모와 자식은 거의 무조건적인 애정 관계다.
부모가 노년기에 들어선 지금은 조건 없이 그분들을 수용해야 한다.
물론 누가 보아도 용서받기 힘든 잘못을 저지른 부모도 없지 않다.
그런 경우 역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한 해결책을 연구하지 말고, 조건 없이 덮어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