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염수봉’
양산 '염수봉'
호젓한 산길 산뜻한 발길
▲ 805봉을 지나 능선 상에서 만난 전망바위.
정면에 펑퍼짐한 봉우리가 염수봉 정상,
그 너머로 오룡산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영남의 산 꾼이라면 양산 염수봉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그러면서도 염수봉을 따로 내세워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종주길에 거쳐 지나는 산이기 때문이다.
염수봉이 이런 홀대 아닌 홀대를 받는 것은,우선 지리적 위치 탓이다.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줄기는 시살등 오룡산을 거쳐
토곡산으로 마무리 되는데,염수봉은 그 중간에 자리해 있다.
지나가는 봉우리에 머물러 있는 것.
전형적인 육산인 염수봉은 산세가 헌걸차다거나 비경이 숨어 있지도 않다.
주능선을 따라 나 있는 임도 역시
염수봉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에 한몫 거든다.
하지만 산을 다시 살펴보면 깨끗하고 호젓한 산길이 숨어 있는 산이 바로 염수봉이다.
찾는 이들의 발길이 많지 않다.
길 상태도 좋은 편이다.
조망을 찾는 산행이라면 명산들 틈에 끼어 있다는 단점이
그 명산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뀐다.
또 한 가지.
봄꽃 소식이 벌써부터 들려오지만 정작 산으로 들면 아직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대신 염수봉으로 오가는 길에 원동 매화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겨우내 산행 발길이 주춤했다면 이른 봄을 맞아 염수봉으로 발길을 다시 떼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산행은 염수봉을 목적산으로 배내골 쪽에서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정했다.
이 코스는 근교 산 꾼들에게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호젓한 산길을 기분좋게 걸을 수 있다.
다만 하산시작 지점에서 무덤을 두 차례 만날 때까지는 묵은 길이라 주변을 잘 살피며 진행해야 한다.
또한 마을 터를 지나면서 만나는 계곡은 마을 주민들의 간이상수도 취수원이어서
물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구체적인 답사경로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대리) 대밖동 펜션단지 입구 삼거리~버킹검펜션~고은하우스~443봉~724봉~805봉(제2봉)~염수봉~북쪽 주능선길~임도~안부(하산지점)~무덤~마을터~천도교수도원~펜션단지 순. 걷는 시간은 3시간20분 정도이고 휴식을 포함해 4시간30분 안팎이 걸린다.
들머리는 대밖동 펜션단지 입구 삼거리다.
배내골 고점마을에서 배내천을 따르는 도로로 진행하다
소나무 대여섯 그루가 서 있는 풍호대를 지나자마자 만난다.
마을로 들어서는 다리인 풍호대교를 건너 4분쯤이면 버킹검펜션에 닿는다.
길은 두 갈래.
버킹검펜션에서 곧바로 산으로 향하는 포장로를 따르거나
마을로 더 들어가 솔마루 펜션을 찾아 올라도 된다.
답사는 곧장 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고은하우스 안내판을 보고 바로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길이 끝나고 고은하우스로 들어서면 마당 안쪽에 산으로 드는 길을 만난다.
통나무다리가 바로 위에 보인다.
산으로 들어서면 길은 깨끗하고 좋다.
산비탈을 감아 도는 길로 5분쯤 진행하면 능선 들머리에 닿는다.
본격적인 오름길.
가파르게 13분쯤 올라붙어 능선에 올라서면 443봉이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솔마루펜션에서 이어지는 길과 만난다.
다시 가파르게 능선을 탄다.
때때로 길이 순해지기도 한다.
간간이 오른쪽 어깨 너머로 밀양댐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길 좌우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오름길은 40분쯤 이어진다.
드디어 724봉에 올라서면 전망대가 기다린다.
향로산 백마산에 이어 왼쪽으로 금오산 천태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밀양호가 시퍼런 물빛을 드러낸다.
봉우리를 넘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 능선 길로 접어든다.
곧 암릉이 이어진다.
암릉 구간에서는 주변 조망이 터지는 전망대들이 곳곳에 있다.
전망 바위에서는 염수봉은 물론,오룡산과 죽바우등 신불산 배내고개 재약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805봉은 724봉에서 20분쯤 오르면 만난다.
조망이 남쪽으로 열린다.
천성산 주능선이 바라보이고 화엄벌도 모습을 드러낸다.
805봉을 지나 등산로 상에서 만나는 전망바위에서는 염수봉 오룡산 등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통신시설이 있는 지점에서 잠시 임도를 만난다.
정면 봉우리가 염수봉이다.
능선으로 붙어 3분쯤 오르면 닿는다.
정상은 펑퍼짐할 뿐 별다른 특징은 없다.
상(816m)에서는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정상석이 바라보고 있는 쪽이다.
정상을 지나면서부터 길이 조금은 거칠어진다.
임도를 잇따라 만난다.
임도로 두 차례 들어서고 한 차례는 스쳐 지난다.
염수봉 정상에서 15분쯤 거리에서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오른쪽 숲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돌무더기에서 동쪽,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은 상태가 좋은 옛길로 내석마을까지 5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이 지점부터 등로는 임도를 따른다.
거의 평평한 길을 이어가는 구간이어서 힘들지는 않다.
임도는 능선에서 왼쪽으로 살짝 내려서서 이어진다.
능선과 나란히 달리다 'S'자로 굽는 지점에서 능선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이 지점에서 5분쯤 더 가면 하산지점을 만난다. 길
왼쪽의 봉우리는 765봉.
길 상태도 좋지 않고 주변 조망도 없어 임도를 따르는 것이 낫다.
오른쪽으로는 오룡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하산지점은 능선 안부인데, 임도 상이어서 얼핏 안부라는 점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임도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전, 왼쪽 숲으로 들어서야 하산 길을 제대로 찾은 것.
이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하산.
하산길 초입은 묵은 길이어서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오른쪽 위에 능선을, 왼쪽 아래로는 계곡을 두고 길이 내려선다.
무덤 2기를 지나면서 길이 점점 뚜렷해진다.
하산 길에는 낙엽송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길이 이어진다.
도중에 석축만 남은 마을터도 만난다.
길이 굽이굽이 내려서는 점으로 미뤄볼 때 등산로라기보다는 지역 사람들이 산을 넘는 길로 이용했지 싶다.
당부 한 가지.
계곡은 마을 마을식수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하산지점으로 들어서서 내리막을 55분쯤 이어가면 길 왼쪽으로 천도교수련원을 만난다.
천도교수련원이 가까워지면서 넓은 길이 나 있어 그대로 따르면 된다.
벚나무들이 이 일대에 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을 따라 10분 남짓 진행하면 펜션단지로 내려서고
다시 5,6분쯤 더 가면 마을을 지나 풍호대교 입구로 돌아 나온다.
글·사진=김영한 기자 kim01@
양산 염수봉 '개념도'
양산 염수봉 '찾아가는길'
매화로 이름난 원동 일대를 거치는 길을 추천한다.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 내포리 일대는 현재 매화 꽃봉오리가 잔뜩 부풀어 금세라도 꽃 잔치를 벌일 태세다.
이달 초순을 지나면서 본격 매화철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승용차의 경우 부산 호포나 양산 시가지 쪽에서 물금을 거쳐 1022번,69번 도로를 따르면 배내골로 이어진다. 배내골 고점마을에서 배내천을 따라가다 물길 건너로 처음 만나는 마을이 대밖동 마을이다.
마을에는 주차장소가 많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을 곳에 주차하길 당부한다.
경부고속도로로 갈 경우 양산나들목 어곡터널 신불산공원묘지 배내골 순.
산행 들머리까지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은 원동역까지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탈 수 있다.
원동행 기차는 부산역(051-440-2516)에서 오전 7시25분에,
부전역에서는 오전 5시55분,6시55분,10시에 무궁화호가 각각 다닌다.
원동에서 부전역행은 오후 1시35분,6시23분.
지하철 호포역에서 세원교통(055-384-6612) 버스를 타고 원동으로 가도 된다.
오전 7시20분,10시 출발이다.
원동에서 내리면 원동교통(055-382-5459) 버스로 양산시 원동면 대리 대밖동 입구 삼거리(풍호대)로 갈 수 있다. 원동역에서 오전 8시,10시50분에 출발한다.
나오는 버스는 오후 3시,5시35분쯤에 있다.
양산 '염수봉'
선조 '비보풍수' 지혜에 감탄하고…빼어난 절경에 감동하고
- 영남알프스 줄기에 위치
- 주민 산불방지 소금단지 묻어
- 자연과의 조화 추구 돋보여
- 산행 대리 풍호대서 시작
- 염수봉 등 2개 봉오리 넘어
- 총거리 9㎞ 4시간 가량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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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봉 정상에 이르기 전 만나는 능선의 바위 전망대. 이곳에 서면 간월산 신불산 시살등 오룡산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
'자연과의 조화'.
우리 전통 건축의 최대 특장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건물을 지어 자연미를
극대화하고 실용성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경북 영주시에 자리한 부석사다.
경사진 산자락을 파헤쳐 경내 절집들의 동선축을 일원화하는 무리를
범하지 않고 산세대로 본존불이 있는 무량수전은 정남향으로,
그 아래 다른 가람들은 남서향으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
주위의 경관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도록 조망권도 넓혀 건축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것은 건축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을을 둘러싼 주거환경 전반에까지 관심이 미치고 있다.
자연에 손대지 않는 비물리적 방법으로 지형과 지세의 허점을 보강하는
'비보풍수(裨補風水)'에서 그런 지혜가 여실히 드러난다.
경복궁이 표본이다.
근정전 앞에 드므(넓적하게 생긴 독)를 설치해 물을 채우고, 불을 보면 물을 뿜는다는 해태상을
광화문 앞에 세웠다.
관악산의 화기를 억눌러 궁궐 화재를 예방하려는 조처다.
심지어 불에 빨리 타지 않도록 숭례문(崇禮門)의 현판을 세로로 달기도 했지만 2008년 이맘때 방화 사건이 발생해 문이 전소돼 버렸다.
화기가 승하다는 데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이로써 화재 우려가 크다는 점은 입증된 셈이다.
부산권역에도 유사한 비보풍수 사례가 있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와 원동면 대리에 걸쳐 있는 염수봉(鹽水峰·816m)이다.
오룡산과 내석고개 사이 영남알프스 줄기에 위치한 산인데, 주민들이 산불을 막기 위해 정상에 소금단지 2개를
묻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산불이 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치산 방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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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봉 계곡 |
특히 산의 서쪽에 밀양강으로 흘러드는 배내천이, 동쪽에는 양산천으로 유입되는 내석천이 발원하는 등 골이 깊고 경관이 수려한 곳이라
이런 비보풍수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주민들의 지혜를 되새기면서 염수봉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대리 풍호대(風乎臺)에서 시작해 염수봉 등 2개의 봉우리를
넘은 뒤 기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9㎞로 4시간가량 걸린다.
산행 초·중반에는 갈림길이 적어 별문제가 없지만, 본지 산행팀이 하산한 지름길에서는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본지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
가파른 일부 자드락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미끄러우니 부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풍호대를 출발해 대리마을 쪽으로 100m가량 가다 풍호다리를 건넌다.
풍호대 산장 앞에서 왼쪽으로 50m쯤 걷다 에코 펜션 옆길로 오른다.
40m쯤 가다 고은하우스 안에서 포장길을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벌목한 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15분가량 자드락길을 걸으면 주 능선에 이른다.
능선을 타고 10분쯤 가면 이름 없는 봉우리에 닿고, 여기서 10분가량 더 걸으면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조망이 탁 트인다.
진행 방향으로 간월산·신불산·시살등·오룡산, 그 뒤로 천황산·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펼쳐진다.
전망대를 벗어나 30분가량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통신시설 사거리에 닿는다.
가운데 산길을 택해 10분쯤 가면 염수봉 정상이다.
시야가 더 넓어진다.
상북면 쪽으로 문수산·남암산·정족산·천성산이 새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는 오룡산 쪽으로 하산한다.
10분쯤 후 만나는 임도에서 바로 산길로 빠진다.
5분쯤 후 다시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8분가량 내려가면 또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시살등고개다.
신작로가 뚫리지 않았던 시절, 원동·상북면 주민들이 서로 왕래하던 관문이다.
친지를 방문하거나 장에 가는 것은 물론 시집·장가 같은 인륜지대사를 치를 때도
꼭 거쳐 가야 했던 고개라고 한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말 탄 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국민가수 이미자 씨의 히트곡 '아씨' 가사가 떠오르는 길이다.
시살재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15분가량 걷다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3분쯤 후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5분가량 가다 계곡을 건넌다.
곧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을 끼고 30분가량 하산하면 천도교수도원에 이른다.
거기서 10분쯤 더 걸으면 산행 출발지다.
임도를 벗어난 뒤 하산하는 과정에서 본지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떠나기 전에
- 하천가에 구멍 뻥 뚫린 바위
- 대리 '풍호대'에 얽힌 전설
- 부모의 자식사랑 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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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호대 밑 구멍 뚫린 바위. 어른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크다. |
아내 바람을 막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자식이 벙어리가 되지 않도록
방비를 세우는 게 우선일까?
자식보다 아내가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부모라면 자식의 무사 성장을 더 바라지 않을까.
그게 부모의 심정이다.
대리 풍호대(風乎臺)에 얽힌 전설에서도 민심은 자식을 선택했다.
전설은 이렇다.
조선시대 박기섭(朴基燮·생몰연대 미상)이란 선비가 쌓은 것으로 알려진 풍호대 아래 하천가에 구멍 뚫린 바위가 있다.
그 구멍을 그대로 버려두면 마을 아낙네들이 바람이 나고, 구멍을 막으면 자식이 벙어리가 된다는 거다.
마을 남자들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자식 건강에 치우쳐 구멍을 방치했다.
지금도 그 바위에는 어른이 무난히 통과할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다.
그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하고 홍수가 날 때 물 소통도 잘 된다.
구멍을 막지 않아 마을 아낙네들이 바람이 났는지는 알 수 없다.
구멍을 방치했다는 것까지만 주민들 사이에 전해진다.
아무튼 마을 이름에 '바람 풍' 자가 들어가니 바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양산향토사연구소에 문의했지만 원동지 등 향토 기록에서는 이 전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채록되지 않은 채 구전되는 민간전설인 것 같다.
풍호대에는 아름드리 낙락장송이 우거진 데다 하천 폭이 넓고 물도 맑아 경관이 자못 수려하다.
그런 전설 한두 가지쯤은 충분히 있을 만한 곳으로 여겨진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질식할 듯 상하·사방 꽉 막혀 사통팔달 소통이 간절해지는 까닭인가.
이 마을에 깃든 바람 전설에 귀가 솔깃해진다.
이경식 기자
# 교통편
- 무궁화호 열차로 원동역 하차
- 태봉마을행 2번 버스 갈아타
무궁화호 열차와 양산 시내버스를 환승하는 게 편리하다.
먼저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에는 8시21분, 9시54분에 출발한다.
원동역에서는 태봉마을(배내골)행 2번 버스를 갈아탄다.
열차시간과 맞추려면 10시5분과 11시25분에 떠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하차지점은 풍호다리 정류장이다.
이경식 기자 yi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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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염수봉'
명경지수 유혹 마다하고
산죽길 헤쳐 오르고 또 올랐더니
헉! 길이…
영남알프스와 관련 최근 한 산꾼으로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아주 그럴 듯한 얘기를 들었다.
액면 그대로 옮기자면 지도상에서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를 연결해보니
마치 사람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청도와 경주에 맞닿은 맨 북쪽의 문복산을 사람의 머리로 간주하면, 문복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남쪽의 운문령과 상운산 가지산을 목부위, 여기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산줄기를 오른팔, 운문령에서 동쪽인 울산방향에
위치한 고헌산을 왼팔, 가지산에서 석남고개를 거쳐 능동산에 이르는 남북능선을 몸통, 능동산에서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쪽 다리, 능동산에서 배내고개를 거쳐 간월산~신불산~영축산에 이르는 제법 긴 능선을 왼쪽 다리로 볼 수 있다는 것.
약간은 억지같지만 산꾼이 묘사한 그 사람은 흥에 겨워 왼팔과 오른쪽 다리를 오무리고,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쭉 편 채 한바탕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산행지가 양산 염수봉(816m)이기 때문이다.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에 걸쳐 뻗은 영남알프스의 북쪽 끝단이 문복산이라는 사실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맨 남쪽은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1000m가 넘는 9개의 산군'이라는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영축산이 적확하지만 영축산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함박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까지도 영축산의 줄기여서 염수봉을 영남알프스의 맨끝 남쪽 산으로 봐야 된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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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장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염수봉 아래
내석고개에서 맥을 다한 후 다시 채바우골만당~천마산~축천산으로
새로이 능선이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염수봉을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사람의 신체부위로
굳이 따져보면 왼발 엄지발가락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육산인 염수봉은 산행 내내 울창한 숲이 햇빛을 막아줘
우선 여름산행에 알맞다.
또 영남알프스 종주 산꾼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지 않아
아직도 청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영남알프스의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장쾌한 조망을 자랑한다.
산행은 배내골 고점교~배내천 건너 배전반~산죽길~잇단 숯가마터~바위군(群)~주능선~염수3봉(726봉)~잇단 전망대~염수2봉~전망대~컨테이너박스(임도)~염수봉 정상~임도·산길 세번 반복~돌탑~유씨묘~정씨묘~오세암 주말농장~구불사 입구 지나~내석구판장(버스종점) 순.
걷는 시간은 4시간 내외.
들머리에서 주능선까지의 1시간50분 정도는 개척산행으로 약간은 버겁겠지만 이후 산길은 무난하다.
참고하길.
배내골 고점마을 못미쳐 고점교에서 하차한다.
고점교에서 배내천을 바라보면 전봇대 3개가 배내천과 수직으로 달린다.
배내천 건너 배전반이 붙어있는 전봇대 지점이 들머리다.
유량이 적으면 다리지나 쉬운 길로 내려가 배내천을 건너고, 많으면 고점교 건너기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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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배내골 전경. 배내골 끄트머리에 능동산이 보인다. |
들머리는 정확히 말해 전봇대 옆 험한 바윗길.
잠시 고개돌려 바로 앞 배내골의 풍광을 감상하자.
우유빛 기암괴석이 물결치듯 내달리고, 뛰어들고 싶을 만큼
맑은 물이 유혹한다.
150m쯤 힘겹게 오르면 왼쪽 숲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다.
급경사라 조심하자. 산죽길이다.
조금 더 가면 아예 산죽이 길을 막고 있다.
지독히 묵은 길이다.
17분 뒤 나란히 달리던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오른다.
움푹 파인 숯가마터를 지나면서 길이 헷갈린다.
고민끝에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기 위해 큰 바위쪽으로 향한다.
거친 오르막길이다.
정확히 말해 뚜렷한 길이 없어 만들어 올라간다.
25분쯤 뒤 온전한 횡단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갔지만 5분 뒤 길이 사라졌다.
허탈했지만 도중 희귀한 노란 망태버섯을 발견한 성과도 있었다.
원점에서 다시 능선을 향해 20분쯤 오르면 정상 어깨쯤 되는 지점에 닿는다.
우로 간다. 쓰러진 큰 소나무를 통과하면 멋진 거대한 소나무 네그루가 눈길을 붙잡는다.
5분 뒤 소나무 밑 전망대. 정면 향로봉, 그 뒤 향로산이 보이고, 저멀리 배내재와 그 왼쪽 능동산이 시야에 잡힌다. 그 앞으로 재약8봉 중 하나인 코끼리봉과 약무덤(재약봉)이, 그 왼쪽 뒤로 재약산이 보인다.
잇단 숯가마터와 크고 작은 바위군을 지나 된비알급 산길을 한참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
소나무 밑 전망대서 35분 거리.
숲을 뚫고 전망대에 서면 정면 배내골이, 우측 방금 올라온 고점교가 보인다.
곧 염수3봉인 726봉.
이제야 영남알프스 종주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염수2봉.
염수2, 3봉은 정상석이 없어 어영부영 지나칠 수도 있으며, 2봉 다음에 곧바로 확 트인 전망대가 나오니
참조하길.
이제부턴 숲길.
10분 뒤 임도 갈림길.
입구에 컨테이너박스가 있다.
왼쪽은 도태정골을 거쳐 장선으로 가고, 오른쪽은 내석고개 방향.
산행팀은 임도 갈림길 사이 산길로 오른다.
상봉은 6분 뒤.
삼각점과 정성스레 만든 정상목(木)이 서 있다.
하산은 북쪽으로. 억새길이며 왼쪽에 밀양댐과 염수3봉이 보인다.
곧 임도와 만난다.
임도 직전 저멀리 오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커브길에서 다시 숲으로 가지만 이내 임도. 이렇게 임도와 숲길을 세번 반복한다.
세번째 임도에서 50m쯤 직진하면 우측에 산길.
입구에 돌무더기가 서 있다.
본격 하산길이다.
호젓한 산길이다.
지그재그길이라 재미도 있다.
오세암 주말농장까지는 40분. 금방 간다.
여기서 내석구판장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희귀 야생화·약초 서식…인간의 손때 덜 묻어
옛날 염수봉에는 화재가 빈번했다 한다.
때문에 초가집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은 늘 불안에 떨었다.
마침 마을을 지나가던 선지자가 마을 뒷산 봉우리에 염수(鹽水)를 묻어두면 화재를 면한다고 하자
주민들이 염수를 독에 넣어 땅밑에 묻어 둔 뒤로는 불이 나지 않았다 한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염수를 독에 충당했다 하며
이 독은 지금도 묻혀 있다고 전해온다.
이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이 염수봉(鹽水峰)이다.
염수봉은 널리 알려진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에 비해 아직 때묻지 않았다.
노루발풀 인동풀 석잠풀 민백미꽃 두루미천남성 등 희귀 야생화 및 약초도 눈에 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
산행 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배내골은 가히 환상적이다.
골골마다 청정수를 솟아 내는 숨은 계곡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산줄기가 근교산을 찾는
동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하산할 때 배내골을 넘나들던 민초들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산길 또한 정감이 간다.
# 교통편
원동서 배내골행 버스 갈아타야
부산역(051-440-2516)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원동에서 내린 후 연계버스를 이용, 배내골 고점으로 간다.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 9시33분에 출발한다.
원동역 앞 양산경찰서 원동치안센터 맞은 편에서 원동교통 2번 버스를 타고 고점교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 10시15분에 있다.
날머리 내석구판장 버스종점에서 양산시외버스터미널(055-384-6612)행 107번 버스는
오후 4시40, 5시30, 7시55, 9시35분(막차)에 있다.
양산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1시.
롯데백화점 동래점 육교 아래 하차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경남 양산군 상북면과 원동면을 가르는 능선상에 위치한 염수봉은 해발 816.1m로 그다지 높지는 않다.
영남알프스 능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산은 교통편이 불편한 관계로 아직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산이다.
산행은 동부터미널이나 양산읍 버스정류장에서 내석행 완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내석리 내석마을 버스 종점에 내리면 구멍가게가 있는데 이 집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서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오르면 좌우로 펼쳐진 염수봉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의 효암농원쪽으로 난 산판길을 따라 1시간 10분 정도면 고갯마루에 서게 된다.
도로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배내골의 고점마을에 닿게 된다.
임도개설로 인해 주변 계곡의 자연미는 찾아 볼 수가 없고 이곳에서 왼편 능선을 타면 토곡산으로 이어진다.
고개에서 오른편 오솔길로 들어서면 제법 산길다운 등산로가 이어지다가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되겠지만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곧장 치고 올라가도 된다.
그러나 길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가파른 능선을 오르자면 여간 힘든게 아니다.
결국 다시 만나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면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고개길이 꺾어지면서
발아래 배내골이 내려다 보인다.
한숨 돌린뒤 동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5분이면 염수봉 정상에 서게 된다.
산정에는 아무런 표시조차 없어 다소 황량하기는 하나 주변 조망이 그저 그만이다.
배내골 너머 서북쪽의 천황산은 물론 이 능선과 이어지는 북쪽 취서산 줄기,
저 멀리 동쪽의 천성. 원효산,
남쪽으로 토곡산 금오산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내석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하산은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시살등, 취서산 등을 연계할 수도 있고
배내골이나 내석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교통편은 동부터미널에서 아침 6시50분에 출발하는 완행버스를 타야 되는데
첫차를 놓치면 내석까지는 힘들고 석계에서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