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초등] '교명 바뀐다'
아이들이 문제제기 어른 설득…
[대변초등] 교명 바뀐다
기장군 대변리서 딴 이름, 부정적 어감에 놀림거리 일쑤
- 하준석 어린이 부회장 공약
- 멸치축제 관광객에 서명 받고
- 동문 선배·지역민에 손편지
- 시민 4000여명 개명 지지서명
- 행정절차 거쳐 내년 3월 변경
부산 기장군 대변초등학교의 이름이 개교 54년 만에 바뀐다.
어린 학생들이 ‘예쁜 교명을 갖고 싶다’며 지난 4월부터 동문과 마을 어른들을 설득해
4000여 명으로부터 서명(본지 지난 5월 1일 자 9면 보도)을 받은 결과다.
교명 변경을 위한 행정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3월 1일부터 대변초등학교는 새 이름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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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변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해운대구 ‘키자니아 부산’에서 교명 변경 서명을 받는 모습. 키자니아 부산 제공 |
대변초등학교는 16일 교명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1946년 기장초등학교 대변분교로 개교(1963년 대변국민학교로 독립)한 지 54년 만이다. 현
재 전교생 76명의 소규모 학교다.
‘대변’은 기장군 대변리에서 딴 이름이다.
대변리는 조선시대 공물 창고인 대동고가 있는 항구를 의미하는 ‘대동고변포’의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대변초등학교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똥학교’라 불리거나
‘이상한 학교 이름’ 2위에 오르기도 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아왔다.
운동회처럼 여러 학교가 함께하는 행사에서 “대변초등학교 학생들 나와주세요”라는 안내가 나오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과거 ‘학교명을 변경하자’는 재학생과 학부모회의 제안이 수차례 나왔던 이유다.
당시에는 일부 동문의 반대로 실제 변경 작업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초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 군이 “교명을 바꾸겠다”고 공약하자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가 이어지며
교명 변경 작업이 본격화됐다.
하 군은 “지난 4월 멸치축제 때 회장·부회장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과 졸업생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동네 어른들과 선배들에게 편지도 썼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친척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고 물으면 아이가 대답하기를 꺼린다”며
교명 변경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학부모·교사·동창회와 마을 이장이 합심해 구성한 교명변경추진위원회는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교명 변경을 지지하는 서명 4000여 건을 받았다.
아이들의 정성이 어른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최근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명을 공모한 결과
지역 특성을 살린 ‘해파랑’, ‘차성’, ‘도담’ 등 3건이 선정됐다.
동창회에서도 졸업생과 지역 주민을 상대로 새 교명을 받고 있다.
대변초등학교는 오는 21일 교명변경추진위에서 최종 3건을 선정해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말 해운대교육지원청에 정식으로 개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부산시교육청의 교명선정위원회 심의와 부산시의회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야 교명 변경이 최종 확정된다.
최영숙 교감은 “동문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내년 3월 1일부터 새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남은 절차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지역주민과 동문의 동의가 이뤄진 만큼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경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홍주 기자 hj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