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온천에서 [가족과 함께] ‘뜨거운 겨울’

금산금산 2017. 12. 2. 20:45

온천에서 [가족과 함께] ‘뜨거운 겨울’



물 좋다고 소문난 해운대구청 옆 ‘할매탕’, 적당한 온도·염분 섞인 온천수 피부에 좋아





- 산후조리원만큼 깔끔해 주중에도 인기

- 히노끼식 욕조·월풀 욕조·옥상 노천탕 등
- 깨끗하고 호텔 못지않은 시설 갖춘 모텔
- 가족 휴식공간·파티 장소로 이미지 변신

- 다른 지역서 여행 온 가족단위 손님에겐
- 다양한 욕조 갖춘 도심 중소형 호텔 추천




“이불 밖은 위험해”.

겨울 추위가 시작됐다.

추운 것도 모자라 찬바람을 맞으면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계절.

뜨거운 온천물에 온몸을 던져 추위를 훌훌 날려보자. 가족과 함께라면 강추위 따윈 쉽게 이겨내고도 남는 법이다. 물이 좋아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과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이면 족하다는

 신식 사고가 공존하는 게 요즘의 목욕 문화다.

겨울의 입구에서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도심 속 ‘가족탕’의 풍경을 들여다봤다.



   
부산 해운대온천센터 할매탕의 가족탕 복도. 6개의 가족탕을 갖춘 2층은 산후조리원급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전민철 기자

 



■ 검증된 명성에 수준급 시설 전통의 온천탕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한 부산 해운대.

이곳 온천의 원천이자 뿌리인 ‘할매탕’의 가족탕은 해운대구청 옆 해운대온천센터가 운영하는 곳으로 물이 좋다고 소문난 명소다.

부산 시민은 물론 전 국민,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검증’된 명성을 자랑한다.

가족탕이 있는 2층에 들어서자 1935년 공중 욕탕으로 출발했다는 할매탕의 역사는 온데간데없고,

 고급 산후조리원 수준의 깔끔하고 정갈한 시설이 시선을 압도했다.

 통상의 가족탕 이미지가 입구에서부터 깨지는 순간이었다.




   

욕탕 내부 시설도 온천 가족탕의 통념을 완전히 깼다.

짙은 분홍색의 간이침대에서부터 최신식 인테리어로 만든 욕조. 욕실 바닥까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높은 천장이 공기를 선선하게 유지하면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실내 가족탕의 한계를 지웠다.

여기에 콸콸 쏟아지는 온천수는 온도부터 압권.

입욕을 준비하는 동안 틀어둔 펄펄 끓는 온천수가 어느새 욕탕을 가득 채웠고,

 이에 찬물로 온도를 맞추느라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입수 이후 온몸을 휘감는 온기를 느끼려는 순간 입에서 짠맛이 느껴진다.

해운대 온천수에 염분이 있다는 걸 간과했다.

머리를 감아도 샴푸나 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 해운대 온천수의 약효를 설명했지만

 짠맛 때문에 입을 ‘꼬옥’ 다문 아이들의 표정 앞에선 역부족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온천욕의 계절이 왔다. 부산 해운대온천센터 할매탕의 가족탕을 찾은 가족이 온천욕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

손발이 어느새 쭈글쭈글 변한 걸 보고 탕을 나섰다.

그런데 거칠었던 피부는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매끈했다.

해운대 온천물의 위력인가. 겨울만 되면 스킨, 로션, 에센스, 수분크림 등

 갖은 화장품으로 덮어야만 했던 얼굴도 ‘화장품 칠갑’ 없이

 촉촉함을 꽤 오랫동안 유지했다.

2층의 가족탕 객실이 6곳에 불과해 주말은 물론

 겨울에는 주중 오후 시간 이용 때도 예약은 필수다.

가족 4명이 2시간 이용하는 데 4만 원.

예약을 못 해 현장에서 대기할 경우 장시간 소요될 수 있지만

 성별만 맞는다면 3, 4층의 대중탕을 이용해도

 해운대 온천수를 이용한 목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월풀에서 영화 본다” 모텔로 간 가족

부산 온천의 상징인 해운대와 동래 외에 온천수는 아니지만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가족탕을 체험할 곳은 즐비하다.

값비싸고 근사한 호텔과 큰 규모의 콘도도 있지만

 요즘 대세는 숙박업소의 ‘대실’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대실’의 개념은 아직은 불편하고 낯선 게 현실.

하지만 최근 모텔 등 숙박업소의 대실 문화가 그야말로 ‘잠깐 쉬어간다’는 의미에 충실해지고 있었다.

숙박업소를 소개하는 유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부산 가족탕’으로 검색되는 업소와

 유명 블로그에 소개된 중소형 호텔을 알아봤다.



부산 도심의 한 모텔.

보무당당하게 모텔에 입성한 성인 남녀 옆에 어린이 2명이 함께했다.

주저 없이 ‘대실’ 이용료를 지급한 이들은 스위트룸 격인, 큰 욕조가 있는 객실을 선택했다.

카운터에 물어봤더니 “목욕하러 온 가족”이라고 한다.

주중 낮 시간대라 비용도 3시간 ‘대실비’ 3만 원.

기본 2인에 인원이 추가돼 5000원을 더 내야 했지만 숙박 앱을 통한 할인으로 3만 원이면 충분했다.

짐꾼 노릇을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뭐가 궁금하냐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멀리 가서 목욕하는 거 너무 번거롭잖아요. 그리고 일단 깨끗하잖아요. TV 틀어놓고 목욕하고, ‘월풀 욕조’에서 놀다가 지치면 침대 가서 자고. 우린 목욕하고 백화점 놀러 갑니다.”

아예 발코니나 옥상에 노천탕을 만들어 둔 모텔도 있다. 히노끼식 욕조, 동네 목욕탕의 소형 탕을 본뜬 욕조까지 있다. 물론 시설에 비례해 가격은 (2인 기준) 3만5000~5만 원으로 기존 객실보다 비싸다. 숙박앱 관계자는 “친구들 모임이나 파티 장소 등으로 모텔이 이용되면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족탕 개념으로 모텔이 이용되면서 가족 나들이 내지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욕조는 나의 것… 중소형 호텔의 변신


   
부산 도심의 3성급 호텔 대형 월풀 욕조(왼쪽)와 객실 내 미니 욕탕. 반신욕과 아이들의 물놀이에 제격인 욕탕과 TV나 영화를 보면서 목욕할 수 있는 월풀 욕조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남포YTT 제공.

그래도 모텔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도심 속 중소형 호텔도

 ‘가족 목욕’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의 한 3성급 호텔.

일본인 관광객을 주로 맞이한다는 이 호텔은 최근 국내 관광객,

 그중에서도 가족 단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목욕을 좋아하는 일본인을 겨냥한 욕조가 명성을 크게 얻으면서다.

일반 아파트의 작은방 정도 크기나 되는 초대형 욕조에서부터

 반신욕이 가능한 계단형 욕조, 어린이에게는 미니 수영장으로

 불릴 정도인 길이 2.5m 욕조까지 지상 9층 건물 곳곳이

 ‘욕조 전시관’이었다.

이 같은 욕조의 명성 이면에는 ‘물값의 부담’이라는 고충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탕욕을 즐길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욕조가 있기 때문. 이 호텔은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일절 ‘대실’ 없이 숙박 손님만 받는다. ‘숙박’ 이용료인 터라 가격은 8만 원부터였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의 숙박형 가족탕 이용료와 비교할 땐 거의 절반이다.

다른 지역에서 겨울 여행을 위해 부산을 찾는 가족 단위의 손님에게

 ‘따뜻한 하룻밤’을 선물하고 싶다면 제격인 듯하다.




◇ 해운대 외 온천수로 하는 가족탕

# 목욕 맛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유·청도

   

‘목욕은 온천수로 해야 제맛’이라고 여긴다면

 부산 근교에 있는 장유온천랜드(경남 김해시 장유면)와

 청도용암온천(경북 청도군 화양읍·사진) 등 유명 시설을 찾으면 된다.

장유온천랜드는 가족탕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이

 미니 워터파크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지하 1008m에서 뽑아 올린

 43.7℃ 천연 광천수를 직수 공급한다는 청도용암온천은

 가족탕을 겸비한 숙박에다가 인근 관광지 입장료 등을 결합한

 상품도 선보여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1박2일 코스로 인기가 좋다.

부산 근교 온천의 상징인 경남 창녕군에도

 폐업한 부곡하와이 주변에 즐비한 숙박시설이 가족탕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와 함께 온천의 양대 산맥인 동래구 온천동 허심청 주변의 숙박시설이 가족탕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인근의 등억온천단지와 창원시의 마금산온천 등도 온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송진영 기자 roll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