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동강 '백운산'
흐르는 구름 아래 강물은 춤을 추고… 아, 잊지 못할 별천지
- 천애절벽 병풍 이룬 '동강절경'의 중심
- 점재나루~칠족령~제장교 잇는 6.4㎞
- 산림청 100대 명산 포함된 정선 명산
- 암릉길 위험지 산재… 우천 산행 금물
동강 백운산은 강원도 정선에서 영월까지 흘러가는 동강의 물굽이가 절정을 이루는 곳에 솟은 명산이다. 정상을 향하던 취재팀이 중간 전망대에서 동강12경 중 제3경인 나리소(중앙 부분 짙은 녹색 물굽이)를 조망하고 있다. 오른쪽 끝 도드라진 봉우리는 칠족령이다. |
백운산(白雲山)이라는 이름은 참 흔하다.
휴전선 이남에만 줄잡아 50여 개라고 하니 말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02년 산림청에서 전국의 100대 명산을 선정,
발표했을 때 3개의 백운산이 포함됐다.
광양 백운산과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
그리고 이번 주 답사한 동강 백운산이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의 경계를 이루는
동강 백운산은 해발 882.5m로 강원도 산치고는
별로 높지도 않고 규모도 크지 않은 산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여타의 백운산들을 제치고
당당히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의 비경, 강원도 최후의 절경이라는
동강(東江)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천애절벽과 물줄기의 조화를 통해
한 폭의 아름다운 진경산수화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을 포함한 생태 환경적 보고(寶庫)들이
산자락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동강 백운산 등산로는 급경사 바위길이 많다. |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심심산골의 나무들을 잘라
뗏목으로 엮어 정선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 실어나르던 뗏목들이
바로 이 백운산을 감싸고 도는 동강을 거쳐 가곤 했다.
수많은 뗏사공이 암초와 벼랑에 부딪혀
물속으로 사라지기 일쑤였기에
지역 민요인 '정선 아리랑'에서도
아우라지 뗏사공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백운산 주변 아홉 굽이를 돌아 평창군 미탄면의 '황새여울'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무사귀환(?)을 기대할 수 있었을 만큼
백운산 주변 물굽이는 험하고 또 험했다.
황새여울은 뾰족한 바위들이 물길 중간에 널려 있어
물이 마를 때면 황새가 그 바위들에 내려앉아 놀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뗏사공들에게는 최후의 난코스였던 셈이다.
간혹 TV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 등장하는 동강의 물돌이 장면도
백운산 상공에서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백운산은 동강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산행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길을 잡았다.
점재마을에서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가 칠족령(또는 칠목령)을 거쳐 제장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8㎞지만 강변길 트레킹을 제외한 순수 산행 거리는 6.4㎞ 정도다.
시간은 5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하지만 거리가 짧다고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고 전체 구간의 70% 이상이 바위길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만만찮다.
특히 안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장마을 앞 절벽. 주민들은 '하늘벽'이라 부른다. |
다만 이 같은 피로도는 깎아지른 듯한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절벽의 정선 영월 평창 지역 사투리)'를
이리저리 휘돌며 흘러가는 동강의 비경을 볼 때마다 훌훌 날려버릴 수
있기에 백운산 산행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학생인 자녀나 노부모를 동행해서 가족산행을 하기에는 무리다.
위험구간이 많고 날씨도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갑자기 악천후라도 만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점재마을 앞에서
동강을 가로지르는 잠수교인 일명 '점재교'를 건널 때부터
아름다운 풍광에 숨이 멎는 듯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이 다리는 잠겨버린다.
이 다리가 놓인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그전까지는 오로지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을 점재나루라 부르고, 비가 많이 내리면 여전히 줄배를 이용한다고 한다.
잠수교에서 바라본 동강의 은빛 물줄기와 강물을 병풍처럼 감싼 백운산 여섯 봉우리가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점재나루에서 본 동강과 백운산. 오른쪽 끝은 점재교. |
잠수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강변을 따른다.
우측에 백운산 정상이, 정면에는 수리봉 능선이 보인다.
200m쯤 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등산화 끈을 고쳐 맨다.
이윽고 백운산민박 앞 삼거리.
'동강유역 자연휴식지 탐방안내도'라는 긴 이름을 단
등산안내판을 일별하고 왼쪽으로 꺾는다.
3분 뒤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강변 오솔길을 따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백운산의 야생화 가운데 '동강할미꽃'이 일반인들에게 유명하지만
철이 철이니만큼 보기가 힘들고, 망울을 한껏 터뜨린 엉겅퀴와 조뱅이 노랑갈퀴 쥐오줌풀 등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며 길손을 맞아준다.
잠시 완만한가 싶던 등산로가 갑자기 가팔라진다.
백운산 정상까지 두 시간여는 줄곧 이보다 심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20분 후 일명 '병매기고개'라고도 불리는 안부 삼거리.
왼쪽으로 100m쯤 가면 전망대가 있다.
발아래로 길게 뻗어내린 능선 끝에 동강 12경 중 제3경인 나리소와 바리소가 보인다.
'구절양장(九折羊腸)'으로 굽어 도는 동강의 물줄기에서
백운산의 산세와 절벽 단애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 바로 나리소다.
다시 병매기고개로 돌아와 정상 쪽으로 향한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급경사 암릉길.
등산로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하늘의 구름은 동쪽으로 흐르는데
동강의 물줄기는 '조각배 구름'을 싣고 서쪽으로 굽이친다.
칠족령 방향 하산길에 바라본 동강의 물굽이. 중앙 모래톱 부분은 소골, 그 위쪽은 제장마을이다. |
등산로 곳곳에 위험 표지판과 로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동굴을 지난다.
발길 닿는 곳이 전망대다.
작은 고사목 너머로 보이는 동강과 나리소의 풍광이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수려하다.
위험 구간의 안전계단 공사를 하는 인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20여 분 더 오르면 쉼터가 나온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정상까지 0.5㎞ 남았다고 이정표가 가리켜 주지만 만만치 않다.
30분가량 더 급경사를 치달아야 정상에 닿는다.
하지만 우거진 수목이 능선길을 덮고 있어 직사광선을 가려주는데다,
시원한 산바람도 친구가 돼 주니 걸을만하다.
여름 산행지로 딱이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돌탑 3개가 세워져 있다.
굽이치는 동강의 물줄기가 마치 뱀이 똬리를 틀듯 나리소와 소동을 거쳐
하산지점인 제장나루까지 흐르는 풍광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동쪽 멀리로는 정선의 또 다른 백운산인 하이원리조트 뒷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태백산 함백산을 거치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치닫는다.
하산길에 나선 취재팀이 가파른 계단을 지나고 있다. |
하산길은 칠족령 제장마을 방향인 남서쪽.
곧바로 삼거리다.
우측은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이 있는
문희마을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직진한다.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다.
울퉁불퉁한 바위길 왼쪽은 아찔한 낭떠러지.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7분 후 전망대에 서면 나리소와 제장나루가 뚜렷이 드러나고
칠족령도 눈에 들어온다.
로프와 계단 등을 잇따라 지나면서 온몸이 바짝 긴장한다.
왼쪽으로 드러나는 동강의 비경을 원 없이 즐기면서 여유를 찾아본다.
50여 분을 갔을까.
'한비 이영미' 추모 돌탑을 지나며 명복을 빌고 좀 더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문희마을과 칠족령전망대로 가는 길이지만 제장마을 방향으로 직진, 짧은 오르막을 탄다.
정선 땅인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과 평창 땅인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을 연결하는 길목인 칠족령은
안부가 아니라 조그마한 봉우리의 갈림길이다.
왼쪽을 보면 동강 위로 치솟은 백운산 정상부가 훤칠하다.
백운산과 칠족령을 묶어 동강 12경 중 제4경으로 친다.
칠족령에서 우측으로 가면 '칠족령전망대'와 '하늘벽유리구름다리'로 갈 수 있지만 제장마을 방향으로 하산한다. 한동안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갈림길을 지나면 길은 거짓말처럼 유순해진다.
고단한 다리에 평화가 깃든다.
10분 후 생태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임도 갈림길에 닿으면 산행은 끝난다.
정면에는 몇 겹인지 셀 수 없는 절벽의 파노라마.
부산 산꾼의 눈이 호사를 듬뿍 누리는 날이다.
왼쪽으로 5분쯤 내려서면 강 건너에 하늘에 닿을 듯한 절벽이 보인다.
제장마을 주민들은 이 절벽도 '하늘벽'이라 부른다.
'하늘벽구름(유리)다리'가 있는 바세마을 건너편 하늘벽과 또 다른 벽이다.
왼쪽으로 틀어 제장나루 방향으로 걷다 보면 '1박2일 동강 편' 촬영지 안내판이 보인다.
날머리인 제장교(제장나루)까지는 5분이면 족하다.
동강12경 안내판이 있다.
산행로에는 샘터가 없다.
식수는 미리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 떠나기 전에
- '칠족령'은 옻칠 묻힌 개가 갔던 길서 유래
백운산 칠족령은 칠목령으로도 불리는 해발 527m의 작은 봉우리 겸 고갯마루다.
동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런데 그 이름이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문희마을에 이 진사가 살았다.
그는 가구에 칠하려고 옻나무진액을 통에 담아 두었다.
어느 날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나와 보니 개가 통을 쏟아 놓고 없어졌다.
이 진사는 옻나무진액이 묻은 개 발자국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다 칠족령에 이르렀는데,
그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참을 머물렀다.
그는 개 발자국을 따라 길을 냈고 그 후로 사람들은 그 고갯마루 이름을 옻칠(漆),
발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한편 칠족령에서 제장마을로 하산하지 않고 우측으로 가면
칠족령 전망대와 하늘벽(유리)구름다리를 거쳐 연포마을로 하산할 수 있다.
연포마을은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다.
추가로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운 동강의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해 볼 만한 산행법이다.
◆ 교통편
- 중앙고속道 북단양IC 내려 태백 방향으로
자가용을 이용한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금호분기점에서 안동 영주 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북단양IC에서 내린 후 단양 매포 방향으로 우회전, 다시 평동삼거리에서 제천 원주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5번 국도다.
제천 시내 진입 직전 38번 국도와 만나면 태백 영월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영월읍을 통과, 태백 방향으로 20㎞쯤 가면 예미교차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동강, 백운산'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 고개를 넘으면 15분 후에
예미초교 고성분교를 지나고 나리재를 넘어 2㎞쯤 더 가면 강변길이 교행 가능한 1차로로 좁아진다.
동강을 가로지르는 점재교가 보이고 백운산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점재교를 건넌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하려면 4㎞ 정도 걸어야 가능하다.
제장교 건너 좌회전, 시멘트길을 따르면 20여 분 만에 산성민박 앞 삼거리에 닿는다. 아
스팔트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30분쯤 걷는다.
정선 '백운산' 흰 구름 아래 하늘길이 열려 있다그 이름도 예쁜 하늘길. 강원도 정선땅의 '흰 구름 산' 백운산(白雲山)에 열려 있다. 하늘재가 해발 500m대에 불과한 반면 하늘길은 그 이름에 걸맞게 1000m대를 오르내린다. 이 하늘길의 정점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이름의 마천봉(摩天峰·1426m).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완주 대둔산 마천대(摩天臺)가 879m에 불과하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봉우리 중에선 아마도 최고로 높은 듯싶다.
'흰 구름 산' 백운산 정상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천봉이고, 그 봉우리로 수렴되는 마루금이 하늘길이니 떠나기 전이라면 신선놀음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덕유산 향적봉이 무주스키장을, 발왕산이 용평스키장을 품고 있듯이. 굽이굽이 돌고도는 그 유명한 동강의 물줄기를 산행 내내 조망할 수 있는 일명 '동강 백운산(883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서는 '동강 백운산'이 훨씬 위다. 사실 기자는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 어떤 산행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도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내 열댓 개의 백운산 중 가장 높은데도 말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왔던 것이다. 하이원스키장이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인간의 발길이 허용된 것이다. 마치 어머니 품 같다. 조망 또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정상인 마천봉에 서면 늘씬한 여인의 각선미처럼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백두대간 마루금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산행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막골~약수암~잇단 쉼터(벤치)~ 낙엽송숲~하이원호텔 갈림길~(바람꽃길)~밸리탑 탐방로 갈림길~ 백운산 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운탄도로~도롱이연못~ 화절령 삼거리~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워킹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사북역 쪽에서 고한역으로 가다 '함백관'이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좌측으로 10분쯤 걸으면 '백운산 등산로', '막골'이라 적힌 표지석과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표지석과 등산안내도 사이의 오름길이 백운산 북동릉으로 접근하는 본격 들머리다. 산길은 암자 못가 좌측으로 하얀 밧줄이 인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숲으로 오른다. 비록 경사는 꽤 되지만 버겁지는 않다.
한 굽이 오르면 벤치가 둘 있는 쉼터. 암자에서 19분. 잠시 숨을 고른 후 좌측으로 올라서면 거대한 병풍바위가 떡 하니 막고 있다. 우회해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두 번째 벤치. GPS단말기엔 이미 해발 1000m가 넘었다. 스키슬로프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옛 묘터인 이곳에는 산길이 하나 더 보인다. 밸리콘도로 이어지는 산길로서, 안내책자에는 표기돼 있지만 아직은 개방하지 않은 길이다.
바늘잎을 모두 떨군 낙엽송은 마치 늘씬한 각선미의 여인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동행한 하이원리조트 안전상황팀 차현수 주임은 한여름 이 길에선 냉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 탓인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그렇다고 스패츠를 찰 정도는 아니다.
하이원CC와 하이원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지점에 닿는다. 역시 벤치 두 개가 있다. 이미 폐장한 골프장의 해저드는 얼어 있다. 골프장 뒤로는 옛날 대한중석이 위치했던 영월 상동읍이다.
6분, 13분 뒤 각각 골프장이 점차 더 가깝게 보이는 전망대에 도달한다. 마지막 전망대에선 골퍼의 스윙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눈앞에 보이는 곤돌라는 하이원호텔에서 스키장의 최정상인 마운틴탑을 오간다.
능선을 따라 10분이면 머리 위로 곤돌라가 오가는 지점에 닿는다. 곤돌라 철탑 앞 삼거리다. 잠시 볼 게 있다. 좌측 발아래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대형 곤돌라탑이 그것. 높이 98m로 동양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다. 그 뒤로 태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길을 가로질러 '등산로'라 적힌 표지판이 보이는 곳으로 오른다.
좌측은 하이원호텔(2.3㎞) 방향, 산행팀은 우측 일명 바람꽃길로 향한다. 늦은 봄이면 산길 주변에 바람꽃이 즐비하기 때문에 명명했단다. 하이원호텔 방향의 하산길은 얼레지가 많아 얼레지꽃길이란다. 지금이야 눈으로 덮여 있지만. 헬기장에선 백두대간 금대봉과 함백산이 조망된다.
9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밸리탑 탐방로가 우측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탐방로처럼 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10분쯤 걸린다.
겨울에는 심할 경우 어른 가슴 높이까지 폭설이 내려 러썰도 불가능할 정도란다. 일순간 광산 개발로 검게 그을린 상처 입은 이 땅의 원혼을 한겨울만이라도 하얗게 감싸주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백운산 마천봉'이라 적힌 커다란 정상석과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 북으로 너른 전망덱이 설치돼 있다. 전망덱 가운데에는 친절하게도 조망판이 서 있어 눈앞의 봉우리들과 스키장 시설물들을 맞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조망판에는 빠졌지만 그 사이로 지장산과 사북읍도 살짝 보인다. 정상석이 바라보는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정면으로 태백산, 그 왼쪽으로 만항재와 레이더기지가 위치한 함백산이 확인된다. 참고로 태백산과 함백산 사이에 위치한 만항재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1330m) 지점이며, 함백산은 다양한 야생화로 매년 8월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산이다.
여기서부턴 산철쭉길이다. 다음 여정지 마운틴탑까지는 대략 40분. 연분홍 철쭉 대신 하얀 눈꽃이 만발해 있다. 일순간 요란한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산길 좌측인 영월 상동읍 쪽에 공군사격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6분 정도 슬로프를 따라 걸으면 마운틴탑. 마운틴탑의 정상이 그 유명한 45분만에 한 바퀴를 돈다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이 있다. 참고하길.
'화절령 삼거리 2.4㎞'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길은 키작은 산죽길이다. 직원들이 낫으로 직접 길을 만들었단다.
우측은 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좌측은 하이원호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0.4㎞. 이 구간이 매년 하이원이 주최하는 '하늘길 트레킹 페스티벌'과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코스이다.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으로, 광부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이곳에 사는 도룡뇽에게 기원했던 것이 유래돼 지금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주변에는 야생화가 늘 피어 있고 노루 멧돼지 등의 샘터 역할을 한다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10여 분 뒤부턴 물을 가둔 소택지를 잇따라 만난다. 폐광산에서 유출된 갱내수의 중금속 성분을 걸러 주는 일종의 자연정화시설이다. 주변에는 폐광 흔적인 검은 석탄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이 일대가 과거 온통 탄광이었으며, 광부들은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꺾어 씹으면서 힘을 냈던 데서 이 이름이 유래된 곳이다.
말 그대로 같은 이름, 다른 산이다. 국내에선 현재 천황봉(天皇峯)이란 이름이 가장 많다. 대략 2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그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 사이에선 사실상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이다. 자연발생적인 이 이름을 가진 산은 대략 열댓개. 이런 연유로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에게 백운산이라 하면 십중팔구 '어디' 백운산이라 되묻는 게 다반사다. 호남정맥의 시종점인 광양 백운산(1218m),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上蓮臺)가 위치한 함양 백운산(1279m),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는 원주 백운산(1087m), 아름다운 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정선의 또 다른 백운산(882m)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부산 기장군에도 아담한 백운산(520m)이 있지 않은가.
처녀치마길 양지꽃길 얼레지꽃길 바람꽃길 박새꽃길 등으로 명명해 놓았다.
오르내림이 적어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폭설이 이따금씩 내려 산행 전에는 하이원리조트 종합상황실(033-590-6200~1)에 문의해야 한다.
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 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 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태백 고한 정암사 38번(사북 하이원 방향으로 가면 안됨)~고한 하이원리조트~고한역 못가 첫번째 패밀리마트 보이면 '함백관' 이정표 따라 우회전~굴다리 통과하자마자 좌회전~ 막골, 백운산 등산로 이정석.
부산서 출발할 경우 사북 쪽이 가까워 사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백운산 산행 들머리가 고한역 인근이기 때문에 사북을 지나 고한까지 간 것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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