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연화산'
올망졸망 봉우리들… 하늘에서 꽃잎을 뿌렸나
▲ 연화산에서는 하늘과 바위 구경이 어렵다. 숲이 우거지고 흙길이 이어져서다. 갓바위에 서니 모처럼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다. 창원 적석산 쪽을 바라보니 산의 능선들이 첩첩 겹친다. |
경남에 딱 [두 곳]의 도립공원이 있다.
[가지산]과 [연화산]. 영남알프스의 웅장미가 압권인 가지산과 달리 고성의 연화산은 수수한 매력이 있다. 도립공원이라지만 산세가 험하기는커녕 아기자기한 것이다.
연화산은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연이어 뻗어나간 산세를 이루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꽃잎이 포개진 듯해서 '연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연꽃 모양의 산중에 서면 결코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다.
연화산이 품고 있는 천년고찰 옥천사 뒤편으로는 수령 수백 년의 아름드리 솔숲이 우거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느재고개 쪽에는 훤칠한 편백숲이 깊은 그늘을 만들어 삼림욕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뛰어난 생태환경 덕분이다.
옥천사의 '마음챙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연화산에 가면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
꽃잎 포개진 듯한 산세서 이름 유래
아기자기 수수한 매력 돋보여
'치유의 숲길' 지나 갓바위 오르면
겹겹이 쌓인 봉우리들 한눈에…
가족나들이·힐링 산행 코스 '제격'
또 연화산에서는 [바위 구경]이 어렵다.
날카로운 암릉 구간이 없다는 말이다.
편안한 흙길이 이어져 가족산행으로 마침맞다.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연화산을 함께 거닐어보자.
■ 올망졸망 봉우리가 포개져 연꽃으로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경남 고성군 개천면과 영현면에 걸쳐 있는 연화산(524m)을 오르고 보니 "과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어느 봉우리에 '당신의 할머니도 이 길을 다녔느니라'고 써놓았으니, 과연 만만하다 할 만한 고개와
봉우리들이 이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길이라 산행 코스는 여러 갈래로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도립공원주차장(공룡발자국 화석지)에서 출발해서 연화1봉~황새고개~연화산~남산~옥천사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산&산 117회) 있다.
이번에는 숲길을 두루 걸으면서 삼림욕을 즐기는 콘셉트로 코스를 짜 보았다.
출발점은 공원주차장에서 옥천소류지와 매표소를 거쳐 옥천사 밑 소형차주차장까지 올라와서 시작한다.
화장실 오른쪽으로 계곡 징검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면 '연화1봉 0.96㎞'를 알리는 이정표가 맞아준다.
여기서 연화1봉(487m)~느재고개~월곡고개~연화산~운암고개~남산(425m)~갓바위~황새고개~선유봉~옥녀봉(384m)~옥천사로 내려와 소형차주차장에서 차량 회수를 하는 원점 회귀 코스다.
400~500m급 봉우리 5개, 총 6.4㎞를 걷는데 4시간 25분이 걸렸다.
옥천사 경내를 둘러보면 시간·거리가 추가된다.
단축 코스를 원할 경우에는 운암고개나 황새고개에서 하산해서 옥천사로 내려올 수 있고,
더 걷고 싶다면 옥녀봉에서 탄금(장군)봉까지 가서 내려와도 된다.
■ 하늘을 보지 않고 흙길을 걷다
연화산 [도립공원]의 주차장은 꽤 넓다.
대형버스 통째로 방문객들이 찾는다.
치유의 숲길을 걸으려고 오기도 하고, 화엄 10대 사찰 중 하나인 옥천사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보통은 이 주차장에서 산행이 시작되지만 이번 코스는옥천소류지와 매표소를 지나 옥천사 소형차주차장 앞까지 올라간다.
계곡을 건넌 지점이 들머리다.
연화산 산길은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고, 길은 반듯해서 부연 설명이 없더라도 길 찾기가 쉽다.
고요한 숲길 자체를 오롯이 즐기기에 딱이다.
처음 30분 정도는 가풀막이다.
이 비탈길만 뚫어내면 이내 반듯하고 평평한 길이 펼쳐진다.
다시 20분 정도 걸었을 때 연화1봉이 나타난다.
여기서 느재고개까지 700m는 내리막.
느재고개에 내려섰을 때 갑자기 눈이 부셨다.
그 사이 숲길을 걷느라 하늘을 볼 틈이 없었는데 갑자기 뻥 뚫린 도로로 나섰기 때문이다.
넓은 포장도로를 횡단해서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깊은 그늘이 펼쳐진다.
[편백나무 군락]이다.
햇빛 한 줄기 파고들지 못할 만큼 울창한 편백나무들 사이에서 삼림욕을 즐겼다.
도로에 차를 대고 삼림욕 평상에 자리를 잡은 가족 나들이객도 눈에 띄었다.
여유로움이 넘쳐 보였다.
편백숲을 뒤로 한 채 연화산 방향으로 직진.
숲이 울창하면 주위 조망이 어렵다.
이런 숲길을 걷다가 겨우 주변을 조망할 만한 곳에 섰다.
정교하게 쌓은 돌탑 2기가 세워져 있다.
과거 조망터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숲이 우거져 탁 트인 고도감이 없다.
북쪽으로 연화1봉, 연화2봉, 방어산 정도가 보인다.
돌탑에서 2분 걷자 연화산 정상이 닥쳐온다.
보통의 산꼭대기에 오르면 짜릿한 정복감이나 주변 산세를 조망하는 쾌감을 즐기겠지만
연화산 자락은 조금 어색하다.
정상부라도 암릉이 없고 숲으로 에워싸여 있어서다.
남산을 들러 내려가는 길에 두 갈래의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 옥천사, 오른쪽 갓바위.
연화산 자락에서 유일하게 거대한 바위에 설 수 있는 곳이 갓바위이니 만큼 둘러보고 되돌아오기로 했다.
갓바위는 집채보다 더 큰 퇴적암이다.
시루떡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 층계가 뚜렷하다.
바닷속에서 켜켜이 쌓인 지층이 산중에 어마어마한 크기로 우뚝 서 있는 게 신기하다.
황새고개, 선유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거침이 없다.
옥녀봉을 지나자마자 옥천사 방향의 하산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옥천사까지 550m 구간 양쪽으로 웅장한 솔숲이 펼쳐진다.
수령 수백 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어찌 이런 낙락장송이 나무꾼들의 손길을 피해 남아 있었을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부러 느릿느릿 걸으며 솔숲을 즐겼다.
임도 앞 산행 안내판에서 솔숲이 끝나면서 산행도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옥천사 입구다.
하늘을 보지 않고, 편안한 흙길만 밟으면서 걸은 숲속 산행은 긴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고성 연화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고성 연화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고성 연화산 산행지도
▲ 산행은 옥천사 소형차주차장에서 시작된다.화장실 오른쪽에서 계곡의 징검다를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면 산행 이정표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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