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교수의 배낭여행] <1>
'브루나이'(하)자연 속에서 홀로 걷기
건국 설화 간직한 수상마을 거쳐 원시림의 신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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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옛 도심이자 수상마을인 캄퐁 아예르. 마을(캄퐁)과 물(아예르)의 합성어다. 1300년의 전통을 지닌 이곳은 6개 구역집단으로 나뉘어 건설됐는데,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목재 덱(deck) 길이가 전체 36㎞에 이른다. 각 구역 내 마을 명칭은 옛 이슬람 전설 속 영웅 이름이나 역사적 사실 등에서 따왔다. |
- 옛 수도 캄퐁 아예르 '물의 마을' 의미
- 문화관광전시관서 역사·문화 등 전시
- 1300년 이어온 전설엔 마을 기원 담겨
- 주민들 이슬람 가족 공동체 삶 이어와
- 강·바다 주변엔 맹그로브 숲 절경
- 바닷물 잠긴 나무·긴 코 원숭이 등 만나
-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
- 1200개 계단·구름다리·전망탑 등 여정
- 쇼핑센터 DVD 대여점 한국영화 즐비
- 이슬람문화 속 한류 바람 색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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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절반 정도 바닷물에 잠겨 있는 브루나이 맹그로브 숲. 캄퐁 아예르에서 수상택시를 타고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다. |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과 인근 지역에 이어서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일까?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권유대로 여정은 수상마을 캄퐁 아예르를 둘러보고
브루나이 강, 맹그로브 숲을 거쳐 울루템부롱 국립공원 트레킹으로
정해진다.
1박 2일의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숙소 앞 키양계 재래시장에서 아침을 해결하고는
이동식 밥차에서 점심 도시락을 샀다.
마켓에 있는 서너 곳의 식당은 아침식사를 하러 온 노동자들로 붐비지만,
이동식 밥차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도시락을 사는 운전자들로 붐빈다.
식당과 그 입구에 있는 밥차, 아침식사와 점심 도시락 장사로 분업하면서
묘하게 어울리는 곳.
마치 브루나이 국명의 의미 그대로 평화가 깃드는 곳이다.
그 평화로움의 옛 모습을 찾아서 공공 제티(배)를 타고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옛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캄퐁 아예르로 들어간다.
이곳은 마을(캄퐁)과 물(아예르)의 합성어.
글자 그대로 물의 마을, 수상마을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캄퐁 아예르 문화관광전시관이다.
2009년에 문을 연 전시관으로, 1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역사와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이 처음으로 서양에 알려진 때는 1521년이다.
그 해, 안토니오 피가페따는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과 함께 세계 일주를 하면서 이곳을 방문해
'동양의 베니스'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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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에 조성돼 있는 트레킹 길. 1200여 개의 나무계단 등을 올라가서 계곡 사이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50m 높이의 전망탑에 다다른다. |
현재까지 1300년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 마을의 존재는
전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전설은 보루네오 섬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걸쳐 널리 퍼져있는 옛 이야기이다.
곧 '아왕 세마운'(약칭하여 세마운)의 전설,
서사시 '사이어 아왕 세마운'이다.
세마운은 보루네오 섬에 널리 알려진 용맹한 영웅무사이며,
할아버지는 '상 아지 바루윙'이다.
할아버지의 이름 가운데 '바루윙'은 브루나이의 또 다른 옛 명칭인 만큼
세마운의 전설은 브루나이 건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할아버지에게서 시작되어 세마운의 14형제에 이른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거대한 달걀을 주워 궁으로 돌아온다.
그날 밤 할아버지는 한 남자가 달걀을 깨고 나오자 바로 자기 딸과 결혼을 시켜서 사위로 삼는다.
그가 세마운의 아버지 사마링이다.
그 부부는 첫째 아들 아왕 알락 베타타르를 낳는다.
이어 사마링은 13번 결혼하여 13명의 아들을 더 본다.
사마링은 보루네오 섬 곳곳에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 14형제에게 모험여행을 시킨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오자, 사마링은 아들들에게 나라를 세울 새로운 땅을 찾아가서
함께 살도록 다시 내보낸다.
그 아들들은 캄풍 아예르를 발견하고는 바루나('이제 우리는 발견했다'라는 의미)를 외치고
할아버지의 이름 가운데 '바루윙'을 국명으로 하여 나라를 세운다.
장남 베타타르는 이슬람교를 받아들여서 그 창시자 이름을 그대로 빌어서 브루나이의
첫 번째 술탄 무하마드 샤가 되고 이곳을 수도로 정한다.
이곳은 1906년 제26대 술탄 무하마드 자마룰 알람 2세가 즉위하여 브루나이 타운을 건설함으로써
수도로서의 역할을 끝낸다.
수도로서의 역할이 끝났지만 캄퐁 아예르는 여전히 수상마을로서의 독특함을 잃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수상마을과 달리, 이곳은 브루나이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집들로 건설되지 않았다.
이곳은 6개의 구역 집단으로 나뉘어 건설되면서 그 마을 이름도 지역에 관련된 옛 이슬람 이야기 속
영웅의 이름이나 그곳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 등을 정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이슬람의 역사적
전통을 숭배하고 자존심을 가지게 했다.
이곳은 집과 집 사이 목조 덱 길이가 36㎞나 될 만큼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고 이웃끼리도 공동체를 이루는
이슬람 가족 공동체의 삶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마을이다.
물론 현대식 디자인으로 꾸민 수상가옥들과 그 내부 전기, 전화, 상수도, 오폐수 정화시설을 비롯해
학교, 병원, 시장, 주유소, 경찰서, 소방서 등의 기반시설 또한 잘 갖추어져 있다.
캄퐁 아예르를 뒤로 하고 수상택시(배)를 빌려 타고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으로 길을 잡는다.
그 길은 브루나이 강, 브루나이 만, 템부롱 강을 거쳐서 간다.
여행자들은 배를 타고 단순히 강과 바다를 거쳐 가는 것이 아니라
브루나이의 맹그로브 숲의 절경에 빠지면서 간다.
그 절경은 반쯤 바닷물에 잠긴 나무들과 그 나무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긴 코 원숭이, 그 사이로 스며드는 물안개, 마치 스크린에 서서히 분사되듯 흩어지는 햇살들, 여러 형태로 가끔씩 푸른 얼굴을 내비치는 하늘들이다.
거의 1~2시간 동안 그 절경들을 보다가 다다른 곳은 방가르 템부롱이다.
이곳에서부터 차를 타고 30여 분을 가니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여행자들은 국립공원사무소에 등록을 하고 안전교육을 받은 뒤 가이드와 함께 테무아이라는 정글보트를 타고
30분 정도 더 가면 트레킹 지점에 도착한다.
그 공원의 협곡에서 시작하는 트레킹 길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나무로 만든 120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계곡 사이를 연결해 놓은 구름다리를 건너자 5개 철탑으로 만든
50m 높이의 '캐노피'라는 전망탑에 이른다.
정글보트, 트레킹 길, 전망탑 등의 여정을 통해 원시 그대로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보면서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온다.
브루나이의 강과 산을 거닐면서 건국의 역사와 그 이전부터 있었던 이슬람 문화와 삶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자의 기쁨이 아닐까?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여행자들은 밤 문화 체험이라고 스스로 이름 지으면서 거리를 나선다.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밤 문화는 그냥 강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커피숍에서 할 일 없이
스푼으로 되질을 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다가 CD나 DVD를 빌려서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는 것도 또 다른 문화체험이리라.
그것이 자기 나라 것이면 더욱 좋고...
마침 일반 서민들이 자주 가는 위즈마라야 쇼핑센터 한 대여점에서 벽면 전체에 가득 찬
우리나라 영화 DVD를 만나는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벽면에는 영자신문 '브루나이 타임즈'에서 보도한 '한류가 브루나이에 밀려오다',
'한류를 타면서' 기사 스크랩까지 걸어두고 있었다.
브루나이의 이슬람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 한류의 바람을 실감하니
무덥고 텁텁한 밤이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국의 밤에 열대야는 없을 것 같다.
# 무상의료·교육·연금 등 시민들 모두 누리지만 불법이민자는 '높은 벽'
■ 복지 혜택에 대한 고민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의 밤은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가족애의 시간일지 모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따분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강변에서 산책하는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강변에서 만난 한 시민은 도시의 직장인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아침 출근과 저녁 퇴근 그리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밤의 시간 등 틀에 박힌 반복의 일상을 설명하고, 술탄이 베푸는 복지의 혜택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기 나라에서 시민들은 대부분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의료비, 교육비, 주택비, 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그러다가 그는 강변 뱃사공들을 바라보고는 그 자랑을 감추었다.
그는 수상택시(배)를 운전하는 사공들은 대체로 불법 입국자이거나 불법 이민자 등 범법자라고 말한다.
총인구 40만여 명 가운데 시민권자가 25만여 명이라면, 나머지 15만 명 중 얼마가 범법자인가?
브루나이에서 영주권은 최소 20년 이상을 국내에 거주해야만 신청자격이 주어질 만큼 하늘의 별따기다.
별을 이미 딴 사람들은 그 별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민은 하늘의 별을 뱃사공들이 훔쳐갈 것이라는 고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일까?
이슬람의 유일신을 상징하는 초승달과 그 주위 샛별들은 자기 나라를 버리면서까지 살아보려고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도 빛을 비추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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