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불가리아] '바르나'

금산금산 2014. 12. 31. 20:01

[불가리아] '바르나' - 폭력의 흔적과

축제의 시간

 

 

 

곳곳에 종교·문명 충돌의 흔적이…활기 넘치는 바다정원서 힐링

불가리아 바르나 시에 있는 바다정원 입구. 이곳은 해마다 6~7월 개최되는 국제여름축제의 야외무대로 사용된다. 고대 제노바의 식민지 시절 궁전이 있었던 곳으로, 바실리카 양식의 무대다

 

 

 

 

- 지역 청년들이 여행객 무료 가이드
- 자랑스럽고 찬란한 도시 역사 소개
- 시티투어 끝나면 바다정원 구경
- 6월말~7월초 입구선 국제여름축제
- 들어서면 자유로운 예술 휴식처가



불가리아는 실크로드를 가로지르는 발칸반도에 있기에 동양과 서양, 동유럽과 서유럽

그리고 남유럽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불가리아 국경 또한 동쪽으로는 흑해, 서쪽으로는 세르비아 및 마케도니아,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터키, 북쪽으로는 루마니아에 둘러싸여 있다.


불가리아 여행은 동서양의 접경지 이스탄불에서 시작된다.

이스탄불에서 불가리아로 가는 길은 도로, 철로, 항공로 모두 열려 있고 어떤 시간이든 갈 수 있다.

그 여행시기가 터키 라마단 기간이 겹치는 7월이라면 주저할 것 없이 바르나 시로 갈 것이다.

그 시기 여행자들은 바르나에서 오스만 터키와 불가리아 제국 간 과거사를 통해 종교와 문명의 충돌을

되돌아보면서 여름축제의 바다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르나에 도착해 숙소를 잡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프리 바르나 투어'라는 팸플릿이다.

그 내용은 지역 청년들이 여행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바르나의 역사적 유적이나 명소를 영어로 해설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행자들은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이탈할 수 있다.

물론 참가비도 무료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행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티투어가 어디에 있을까?

원도심을 걸어다니면서 역사적 흔적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 아닌가?

가로수 길이 길게 뻗어있는 바다정원 내부.

자원봉사자들은 가이드로서 바르나 시의 역사 속으로

여행자들을 데리고 간다.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이자 식민지 도시,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던 제국 시대, 이슬람화에 저항하면서 민족 정체성을 지킨 오스만 터키의 식민지 시대,

불가리아 정교 및 민족문화를 부흥시킨 자치공국과 왕국시대 등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바르나가 예로부터 휴양도시임을, 그리고 이슬람의 침략에 저항해 국교와 민족을 지킨 도시임을, 문화예술을 민족문화로 승화시켜서 이룬

축제의 도시임을 여행자들에게 강조한다.

그들은 언제나 바르나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를 이야기한다.

여행자들은 그 역사를 듣고 이해하기 벅차지만, 그 찬란함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부채로 짊어져야 한다.

역사는 말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원 박물관 슬리브니차에 이르러 휴식을 권하면서도

역사 이야기는 쉬지 않았다.

885년 슬리브니차에서 불가리아가 세르비아 동부 루멜리아 지역을 통합해 현재 국경을 확정했음을 강조할뿐, 바르나 전투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이 전투는 1444년에 일어난 바르나 십자군의 마지막 전투로, 폴란드·헝가리와 오스만 터키 간 전쟁이었다.

그 전투에서 오스만 터키가 승전한 뒤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해 이스탄불로 개명하고 불가리아 등

 발칸 유럽을 식민지화 한다.

그 전투 이후 불가리아는 500년간 오스만 터키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들이 식민지 불가리아의 저항에 관해서 목청을 높일 때, 여행자들은 제국 오스만 터키의 억압을 상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500년에 걸친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 제국과 식민지 간 억압과 저항은 어떠했을까?

그 답을 2004년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폭력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을까?

〈폭력의 시간〉은 불가리아 작가 안톤 돈체브가 창작한 동명의 소설을 제작한 영화이다.

그 내용은 오스만 터키가 불가리아를 이슬람화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스만 터키는 불가리아 정교와 전통문화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경제적인 압박을 가한다.

그 압박은 점령지역의 토지 자원에서 나오는 조세를 오스만 군대와 그 지역을 관리하는

관료들에게 배분해 주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조세를 배당받으려고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해 관료나 오스만 군인이 되려고 하고,

관료들도 더 많은 사람들을 개종시켜서 수익을 늘리려고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인 기독교 식민에게는 제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조세 부담을 더 높이면서

'피로 바치는 세금'(야니차르)을 부과한다.

오스만 터키의 억압은 오히려 저항을 불러오면서 불가리아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을 더욱 더 찾아가게 된다.

 

투어의 출발지 성모승천 대성당(1886)을 두고 자원봉사자가 오스만 터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자

불가리아가 자치공국으로서 정교와 민족문화를 꽃피우게 된 증거라고 말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투어를 끝내자 여행자들 대부분은 쉴 곳을 찾아서 바다정원으로 향한다.

바다정원 입구에는 바르나 국제여름축제의 포스터들이 널려 있다.

그 축제는 1926년 바르나 국제음악축제로부터 시작되어 현재 이름으로 바꾸어서 오늘에 이른다.

축제는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음악, 연극, 인형극, 오페라, 발레 등을 중심으로 한 예술축제와

동유럽 국가들의 전통 민속을 중심으로 한 일반축제로 열린다.

그 전문 무대는 불가리아 국민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스토얀 바히바로브 극장이며, 일반 야외무대는

고대 제노바의 식민지 시절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바다정원 입구에 남아 있는 바실리카 양식의 무대이다.

바르나의 여름 민속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

여행자들은 프리 바르나 투어의 과정에 있는 축제회의센터에서

정보를 얻어 축제에 쉽게 참여한다.

예술가들의 전문 축제는 스토얀 바히바로브 극장에서 매일 밤 다양한

예술장르와 형식으로 열린다.

특히 발레 콩쿠르는 미국 IBC(일명 잭슨), 러시아 모스크바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릴 만큼 유명한 경쟁 부문이며, 인형극 축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서구 인형극 공연을 한다.

일반인들의 민속축제는 바다정원 입구에서 해질 무렵까지 열리고

그 입구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친다.

여행자들은 일반인들이 취미로 하는 동유럽 민속 공연을 보다가 더위에 지치면 바다정원으로 들어간다.

바다정원은 그 자체가 예술적인 휴식처라고 할 만큼 초상을 그리거나 악기를 불거나 춤을 추는 거리예술가들,

힙합을 하거나 레게를 하거나 스케이트 보트를 타는 청소년들, 콘서트나 합창대에 참여하거나 홀로 연주와

노래 등을 하는 노인들이 가득한 곳이다.

또 그 정원에는 불가리아 예술가들의 흉상과 동상들이 중심탑을 향해 늘어 서 있고 여름극장, 야외무대,

동물원, 식물원 등도 있어 산책거리로서도 넉넉하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한 프리 투어와 축제 현장을 벗어나서도 여행자들이 지친 몸을 뉠 곳은 어디에든 있다.

여행자들로서는 카페나 바가 아니라 방파제로 가서 흑해를 바라보거나 낚시꾼들, 그리고 바닥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젊은이를 구경하는 것도 휴식을 즐기는 것이다.




# 포비티 가마니

- 지상으로 솟아나온 '돌의 숲', 뚫린 구멍서 소망 빌면 이뤄져

약 50만 년 전에 형성된 '돌의 숲' 포비티 가마니.

'프리 바르나 투어'라는 걷기 여행으로 바르나를 다 둘러볼 수는 없다.

바르나의 지역적 특성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포비티 가마니인데,

이는 '지상으로 솟아나온 돌들'이라는 뜻이다.

포비티 가마니는 영어로 돌의 숲이라고 한다.

이곳은 약 50만 년 전에 형성된 곳으로 10m 높이의 석회암 돌기둥,

텅 비었거나 석회로 가득 찬 원통과 원뿔, 날카롭고 뽀족한 바위와

절벽 등이 있다.

커다란 돌 사이에 뚫린 구멍으로 지나가면서 소망을 기원하면

이뤄진다는 푯말도 눈에 띈다.

바르나 구도심에서 이곳으로 가는 길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불가리아 택시는 미터 요금제이지만, 포비티 가마니까지는 미터 요금을 택하지 않고 흥정을 하는 것이 값이 싸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불가리아에서는 OK택시를 타라고 권유하는데, 소피아에서만 그렇다. 바르나에서는

555택시가 그래도 가장 친절하고 정직하다.

덧붙여 말하면 여행을 안내하는 인터넷이나 서적에서 다른 곳으로 나오는

스톤 포리스트(Stone Forest)포비티 가마니(Pobiti Kamani)는 같은 곳이다.

 

민병욱 교수의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