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화산'
가야의 꿈-김해(산행)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봉화산 사자바위에 서면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봉하마을이 한 눈에 펼쳐진다. |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뒤 산자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
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약수물~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한림면사무소를 끼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포장로 오르막.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간다.
곧 등산로 입구.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사자바위 아래에 위치한 토굴 입구.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예상외로 깊다. |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커다란 물통.
샘터에서 호스로 끌어와 마셔도 된다.
이어 침목을 댄 175개의 계단을 오르면 잠시 쉬어가라고
3~4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가다가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진말부락에서,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서 올라오는 길이다.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적골이라 불린다.
옛날 김해에서 이 도적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관음상이 보인다.
내리막이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할머니와 아주머니 몇 분을 만났다.
뱀이 많아 배암산이라고도 하는 이곳에 고사리가 특히 많단다.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둘러가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 |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봉하마을이 발아래 가까이 보인다.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있다.
사명대사상과 봉화산 정토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토굴이 있다.
입구로 들어가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TV에 방영되자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전해온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4단쯤 돼 보이는 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여기서 봉하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7분 정도. 도중에 대통령 생가가 있으니 들러보자.
#교통편
부산·김해서 버스·열차 이용 가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055-325-3530)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떠나기전에
盧대통령 고향, 생가 등 가볼 만
한림쪽에선 이정표 등 전혀없어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2)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암벽에서 떨어져 나간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봉하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올 해맞이땐 전국에서 1000여명이 봉화산 정상을 찾았고, 지금도 평일 100여명, 주말 500여명이 방문한다.
이곳에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해 있다.
시간이 날 경우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대통령의 생가, 학생 및 청년시절 살던 집,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집,
그리고 대통령 선친의 묘 등을 둘러보자.
묘는 도로에서도 보인다.
아쉬운 점 하나.
한림면과 진영읍에 걸쳐있는 봉화산은 정상에서부터 진영읍에 속한다.
들머리인 한림면에서 정상까지는 이정표가 전혀 없지만,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 진영읍에 들어서면서
등산로와 이정표가 반듯하게 정비돼 있다.
마치 딴 산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지금이라도 1시간30분 정도의 산행로 전체를 말끔하게 정비했으면 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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