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시장따라 골목따라] 초량 '외국인 골목'

금산금산 2015. 2. 21. 11:16

초량 '외국인 골목'

 

 

 

 

 

' 텍사스'에서 ' 러시아 골목'까지

 

 

 

 

 

 

                                                                       

 

 

 

 

 

 

"오빠 맥주 묵고 가시오!"

매혹적인 푸른 눈의 여인들이 술 먹으라고 권한다.

한 때는 미국과 더불어 양 강대국이었던 소련의 후신 러시아 여인들이,

동양의 짤막한 남자들에게 술을 권한다.

그리고 잠깐만의 풋사랑을 권한다.
 


한 때 '텍사스'라고 불리던 거리.

미 해군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정박하면 미군들로 흥청거리던 곳.

서양인들을 보기 힘들었던 우리들로써는 노랑머리에 외국말을 하는 서양인들이

못내 신기하고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필자도 대학시절 이곳을 기웃거리며 외국을 향한 호기심을 대리충족 하곤 했었다.

1980년대 초 러시아와 국교가 수립된 이후 이 곳은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이들은 한국의 일용잡화부터 보석,모피의류,중고 자동차 등을 수입해 갔는데

이들의 무역 교역량이 예상보다 제법 컸다.

이들로 인하여 '초코파이' '라면' '소주'가 대륙의 서양인들에게도 아주 특별한 '인기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 때부터 외국인 골목은 이들 러시아 상인을 대상으로 상권이 급속히 재편되고

이들을 위한 '도우미'들이 등장하게 된다.

러시아산 여인들과 고려인 3세들이 그들로서,주로 통역과 안내,업무보조 등을 전담하였다.

요즘은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인들이 많이 늘었다.

'텍사스 골목''러시아 골목'으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외국인들만의 골목으로 치부되던 이 곳이 어느 때부터인지 몰라도 은근히 내국인을 허락하게 되었다.

내국인을 상대로 어눌한 '한국어'로 맥주와 양주를 권하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로서는 호기심을 넘어 잠깐의 '동경의 대상'이던 서양의 여인과의 '한 잔'이

,아주 이색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순수 러시아 여인부터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연방의 여인들이

이곳 곳곳에 앉아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 번은 사할린 동포 3세 아가씨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일제 때 강제 징용당해 사할린에 억류당한 할아버지가 영구 귀국하여 성남에 살고 있다고 했다.

가끔씩 찾아뵙는다고 하는 이 아가씨의 말에 고마운 마음으로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샌드위치,커피 등 간단한 먹거리도 골목 노점에서 팔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 곳에도 외국 여인들이 지키고 앉아 외국 나그네들의 말벗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 곳에서 커피 한 잔 시켜 앉아 있으면,꼭 외국의 어느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이 곳 출입이 잦은 지인과 거나한 주흥을 핑계로 클럽 '하바나'에 들어갔다.

은근한 조명에 러시아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은 맥주 한 병에 4천원인데 안주를 권하지 않아서 좋다.

한 쪽에 춤추는 공간이 있었고,한창 외국인 남녀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곳곳에 외국인들이 앉았고,내국인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지인이 들 뜬 기분으로 춤을 춘다.

옆의 외국인이 함께 어울린다.

검은 머리든 노랑머리든 모두 음악과 춤이 좋은 인간들이 모여서 서로 즐겁다.

보기만 해도 흥겹다.

외국인 골목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이는 장소다.

한 때 내국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배제되던 '치외법권'지대.

이제는 내,외국인들이 서로 만나 부대끼는 '교류의 장소'가 되고 있다.

더욱 더 이 골목을 양성화 시켜,동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의 장터'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비단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