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화미주인터내셔날' 대표
연 고객 100만 성공신화…아직도 배고픈 가위손, 이젠 '미용한류' 도전장
김영기 화미주인터내셔날 대표가 부산 광복본점 헤어샵에서 직원 스마일교육을 마친 뒤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객들의 변함없는 애정은 그들에게 귀기울이고 사랑과 친절을 듬뿍 안겨준 결과라고 강조한다. 전민철 기자 jmc@ |
- 지독한 가난에 학업 일찍 접고
- 30가지 넘는 업종 두루 거치며
- 장사의 기본기 온몸으로 익혀
- 미용사업 투신, 고객감동 경영
- 앞선 트렌드·서비스 차별화로
- 부산 최고 미용업체 자리매김
- 자체 디자이너 승격시험에다
- 체계적인 미용기술·영어교육
- 세계시장 진출 준비 착착 진행
월트 디즈니는 만화영화와 놀이동산이 아니라 판타지를 팔았다.
아르마니, 프라다, 샤넬 등은 명품에 걸맞는 이미지와 품격을 내세웠다. 도미노피자는 주문 후 30분 내에 피자를 맛볼 수 있다는 확실성을 판다. 모두 상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잘되는 회사의 공통점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
곧 고객을 연구한다는 점이다.
수요층이 물건을 살 때 느끼는 내적 울림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감정에 호소하는 게 비결인 셈.
안되는 회사는 고객의 느낌보다 값이나 외형, 맛 등 상품의 속성에
골몰하는 좁은 시각에 갇혀 있다.
김영기(55) 화미주인터내셔날 대표는 미용 재벌이다.
하지만 그는 가위질과 헤어패션에 의존하지 않는다.
사랑을 파는 별난 미용실을 운영한다.
한마디로 '싸가지'있는 사업가다.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뛰어나다.
칭찬이 그 중심에 있다.
칭찬은 우아한, 그리고 영리하게 감춰진 아첨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듯, 고객의 마음을 얻는 고도의 테크닉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다.
화미주를 관통하는 주제가 칭찬과 사랑, 매력이다.
고객을 사랑으로 대하고, "사업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라며
서비스 퍼주기를 마다하지 않으니 미용실이 잘되지 않을 턱이 없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 42호점을 냈고, 직원만 800명이 넘는다.
연간 고객 100만 명에 400억 원 매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의 사무실에 포도그림이 걸려 있는데 감상용이 아니다.
그의 꿈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포도송이에 달린 알만큼 지점을 늘리겠다는 포부는 현재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어릴적 가방끈도, 돈도 없었다.
집이 오죽 가난했으면 약 한 첩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을까.
학업의 꿈도 중학교를 끝으로 접었다.
자신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천만원의 약속'이 이때 나왔다.
"1000만 원이 당시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돈이었으니까요. 방 벽지를 천만원 글자로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친구들이 미쳤다고 놀려댔지만 독기서린 의지를 다졌어요."
10년 후 그는 보란듯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고난의 행군이었다.
냉동업체와 신발, 농기구판매상까지 30개가 넘는 업종을 두루 거치면서 그는 장사의 기본기를 익혔다.
대화할 때 상대방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법을 배웠고, 나 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장사를 해선 안 된다는 경험칙을 체득했다.
부끄러움을 떨치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이후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사업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한 청년이 그를 찾아왔다.
무조건 재미있게 일하겠다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펀(Fun)경영' 개념을 무려 28년 전에 제시해준 것이다.
직원은 무료음료 쿠폰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공중전화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동전을 쌓아뒀다.
거리에 나가 젊은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단지를 나눠줬다.
그래야 남성들이 많이 따라온다나 뭐라나.
손님이 자리에 오래 있어도 민망할 정도의 무료서비스를 해줬다.
매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재미있게 장사하고 퍼주는 사업 말입니다. 사업의 밑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겠더군요."
그 밑밥이 고객 사랑임은 물론이다.
드디어 1986년 미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용실 총무로 들어가자마자 간판을 바꾸자고 주인에게 강력히 건의했다. 당시 국어순화운동이 펼쳐지고 있던데다
'빠리'라는 명칭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미용실이 파리를 날리고 있어서였다.
'오양수산'을 지은 유명한 작명가에게 부탁했다.
화미주(和美州)라는 멋진 상호가 나왔다.
그런데 아뿔싸. 작명비가 날벼락 수준이었다.
단 세자에 600만 원.
30만 원 정도 봉투에 넣었던 주인이 기겁한 건 당연지사.
혼쭐이 났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었다.
이듬해에 미용실을 인수한 김 대표는 퀀텀점프(대도약)를 하게 된다.
화미주에 얽힌 에피소드 한토막.
작명가가 신신당부했다.
10년 후에 고을 주(州)를 대륙 주(洲)로 바꾸면
부산에서 1등 미용실이 될거라고. 예언은 적중했다.
새 간판을 달자마자 매출이 매년 50% 이상 늘어났다.
물론 서비스를 대폭 업그레이드시키고, 불철주야 고객 사랑을 실천한 게 뒷받침됐지만 말이다.
그가 지금까지 한 일은 미용업계에서 전설로 통한다.
최초로 마일리지 적립제도를 실시했고, 윤기나는 생머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명 '코팅 퍼머'를
전국적으로 유행시켰다.
머리스타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그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고객에게 '사랑합니다'란 인사말을 시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도제식 교육에서 탈피해 아카데미를 열었고, 화미주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영어 교육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미용고시'로 통하는 자체 디자이너 승격시험도 만들었다.
"시험에 떨어지는 건 실수이나, 그렇다고 그만두는 건 실패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합니다."
'250명의 법칙'이란 게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가 고안했는데 혁명적인 세일즈 전략이었다.
한 모임에 갔는데 참석자가 대략 250명으로 다른 모임 역시 마찬가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갖는 인간관계 범위가 250명 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나온 게 '키맨제도'.
고객을 소개해주면 리베이트를 주는 판매전략이다.
본인이 직접 뛰지 않고도 거미줄같은 인맥을 통해 손쉽게 윈윈하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도 키맨제도를 화미주에 벤치마킹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50%를 할인해주는 연간회원제를 운영하면서 무려 7만 명을 모집했다.
100억 원을 훌쩍 넘는 매출효과를 봤다.
이제 '성과급 선지급 전략'이라는 새 카드를 내밀 참이다.
직원들에게 목표 기준 성과급을 미리 줘서 달성하지 못하면 반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어떻게든 열과 성을 다해 목표를 이루도록 만들겠다는 거다.
"고객이 찾지 않는다면 이같은 성공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33년간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김 대표의 화미주는 고객관리와 통계분석 등 대대적인 전산시스템 보완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부산, 아니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미용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가는 당찬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
# 김 대표의 경영철학
- 겸손하고 사랑하라…고객마음 못 얻으면 성공을 바라지 말라
'고객이 왕'이라는 명제는 진부하지만 참이다.
그런데 과연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가가 얼마나 될까.
김영기 대표는 고객마음 사로잡기와 정직한 서비스 정신을 최고의 경영가치로 여긴다.
고객을 사랑하지 않으면 성공을 바랄 수 없다는 얘기다.
한 할아버지가 화미주를 찾았다.
피부가 약한데 탈없이 염색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염색약이 순한 독일제라 괜찮을 거라며 권했다.
하지만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머리 전체에 옻이 오른 할아버지가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다.
김 대표는 지체없이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 무릎꿇고 한시간 넘게 싹싹 빌었다.
그제야 화가 풀린 할아버지 왈, "자네는 된사람이야. 성공할 수 밖에 없겠어."
인간적 교감의 결과였다.
그가 화미주를 에코(친환경) 살롱으로 만든 계기가 그 할아버지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비싼 옷을 입고 오는 고객들에게 미용약품이 떨어지는 '새옷 징크스'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루는 40대 여성고객의 고급 새옷에 퍼머액이 떨어져 탈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째 이런 일이'.
직원들이 난감해 할 때 그는 주저없이 인근 백화점으로 내달렸다.
40만원 짜리 새옷과 사과 편지, 그리고 화미주 상품권을 포장해 전했다.
감동받은 그 고객이 단골이 된 것은 물론, 지인들까지 몰고 왔더란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했다.
"겸손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카네기도 "인심을 얻는 자, 천하를 얻으리라"고 갈파했다.
김 대표는 이들의 명언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실천에 옮긴다.
그게 고객을 사로잡는 기술이며 진정성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겸손하기 위해, 그리고 고객을 사랑하기 위해 말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얼굴만 꾸밀 게 아니라 말도 화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중하고 완곡한 어법에 애교까지 더해야 하니 말씨가 투박한 부산에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인사말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를 '고객님, 사랑합니다'로 바꾸는데 무려 1년이 걸렸지만 끝내 고치고야 말았다.
"항상 고객의 기분을 배려해야 합니다. 그게 나의 됨됨이를 평가받는 기준이 되니까요."
김 대표는 오늘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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