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
한려수도가 파노라마처럼… 낮다고 얕볼소냐
해발 458m밖에 안되지만 절경 간직 '100대 명산' 포함
통영항 거제대교 사량도 … 정상 조망은 한폭의 그림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해저터널 충무교 통영대교로
각각 연결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동네 뒷산 수준의 이 미륵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해 있다.
참고로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닌 산세와 방문객 수 등을 종합해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미륵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황홀한 조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어느 산도 견줄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다.
통영이 고향인 산꾼 시인 이향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동해처럼 광활하고 거친 힘이 아니라, 서해의 갯벌 앞에서 느낄 때 같은 막막함이 아니라, 수면 위에 떠있는 무수한 섬, 올망졸망한 섬들을 둘러싼 물안개로 인하여 더욱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이다…'.
통영 읍내에 살았던 이 시인은 다섯 살 때부터 산양일주도로로 유명한 산양면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미륵산을 넘어 다녔으며, 이 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는 법.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은 모두 통영 출신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아마도 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예술혼의 근원이자 작품의 모태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항과 통영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가 보인다. 정면(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우측 저 멀리 거제대교와 연결된 거제도가 확인된다. 사진 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우측(동쪽)으로 제승당이 위치한 한산도를 비롯 반시계 방향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이 있고,
남쪽 한 켠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미래사가 있어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 또는 미륵불을 본따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올 한해를 설계해보자.
산행은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천연동굴~산불초소~헬기장~작은등(정토봉)~미륵치~미륵산~봉수대터~미래사~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걷는 시간은 2시간50분 남짓 하지만
산행 중 잇따라 만나는 한려수도의 절경 등을 감상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화사 아래 버스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왼쪽 용화사 대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향한다.
입구에 미륵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10분 뒤 조그만 수도도량인 관음사.
일주문 격인 2층 문루에 '당래선원'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만개한 빨간 동백이 시선을 붙잡는다.
절을 나오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용화사 가는 길, 계속 직진한다.
6분 뒤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침목 계단길은 정상 쪽으로 질러 가는 길, 오른쪽 도솔암으로 향한다.
파란 양철 지붕의 허름한 요사채를 보고 경내에 들면
전각이라고는 조그만 대웅전과 동국선원 둘 뿐인, 관음사보다 훨씬 적은 산중 수도처다.
경내 맨 오른쪽의 전망대를 놓치지 말자.
조망이 빼어나 사찰에서 나무의자 둘을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고 운치있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경내를 나와 갈림길로 내려가지 않고 일주문 격인 돌표지석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도솔암 안내판에 적힌 도솔암 창건주인 도솔선사와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절 뒷쪽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
이어 만나는 잇단 사거리에선 각각 직진한다.
그저 비만 그을 수 있는 유사 동굴에서 좀 더 오르면 만난다.
기도처로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동굴 입구 갈림길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이내 주능선 상의 산불초소.
방금 지나온 동굴 위 정상이다.
감시원은 이곳이 현금산이라 했지만 지도상으론 바로 이웃한 송신탑 옆 봉우리가 현금산이다.
발밑의 도솔암과 통영항 한려수도는 물론 삼천포 와룡산, 통영대교 뒤 암봉인 벽방산, 거류산 구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때부터 능선 왼쪽으로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능선길.
7분 뒤 헬기장.
진행 방향은 갈림길.
우측은 작은망이라 불리는 정토봉 가는길, 좌측은 우회길이다.
작은망 가는 길 도중 오른쪽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서 있는 작은망(望) 정상.
여기서의 '망'은 거제도의 망산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듯하다.
이제 본격 내리막길.
큰망인 미륵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측 암봉도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공덕탑이 보인다.
내리막길의 종착역은 너른터인 미륵치.
도솔암 입구에서 왼쪽 침목 계단길을 택하면 만난다.
이정표엔 '큰망·작은망 갈림길'이라 적혀있다.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황홀한 편백숲. |
미륵산은 이제 0.8㎞ 남았다.
키 큰 대나무길과 바위 틈새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지대에
설치된 철다리를 오르면 마침내 미륵산(458m) 상봉.
널찍한 바위지대인 이곳에는 '배달의 기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양대에 걸린 낡은 태극기와 오랜 논란 끝에 재개된 케이블카 공사로
인한 대형 크레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륵산을 한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환상적인 조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잠시 거침없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한번 짚어보자
통영항을 보고 좌측 8시 방향으로 사량도의 지리망산과 칠현산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통영대교 충무교 여객선터미널 강구안 남망산공원
동호항과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크게 보면 서쪽의 남해에서 삼천포 고성 통영 진해 거제
심지어 부산 쪽까지 볼 수 있다.
여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한려해상 위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들까지 한 액자에 넣으면 어느 누구라도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질 수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한다.
미륵산 봉수대 암봉을 에돌아 산불초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공사현장.
벼랑인 이곳은 막아놨다.
틈새로 공사현장을 잠시 살펴본 후 오른쪽 미래사로 향한다.
절 직전 갈림길. 왼쪽은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도중의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절 주변 편백숲이 울창한 미래사는 이제 반백을 넘은 짧은 연륜이라 전통 사찰 분위기 대신
깔끔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미래사를 나오면 '버스정류장 2㎞'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용화사 가는 길이다.
산허리를 타고 송림숲을 따라 편안히 걷는 흙길 명상로이다.
초당에서 머물던 다산과 이웃한 백련사 혜장스님이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 얼핏 연상된다.
20여 분 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을 지나 10분쯤 걸으면 효봉스님 석상이 있는 용화사에 닿고
다시 5분 뒤 용화사 광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전에
- 용화사 가는 길 '전혁림 미술관'
전혁림 화백이 현재 마무리 중인 작품도 볼 수 있다. |
미륵산 용화사와 미래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이 깊다.
스님은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했다.
구산 미산 보성 법흥 종욱 스님 등이 그의 제자들이며 이곳에서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현재 용화사 한 켠에 위치한 석상은 효봉스님의 것이다.
일명 용화산이라 불리는 미륵산 정상석에는 '미륵봉 461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2006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458m라 표기돼 있다.
참고하시길.
오랜 논란 끝에 공사가 재개된 미륵산 케이블카의 현재 공정률은 대략 83%이며
내년 3월말쯤 개장 예정이라고 한다.
용화사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간판이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흔을 넘긴 전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하던 집을 헐고 3년 전 새로운 창조공간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한 동은 살림집, 다른 한 동은 전시 및 작업실이다.
외벽은 전 화백 특유의 작품이 찍힌 1만5000여 개의 타일로 처리돼 눈길을 끈다.
회화 및 도자기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차도 마실 수 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
흔히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다.
미륵도에서 충무교 대신 통영대교를 지나 좌회전, 경상대 해양과학대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통영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가게 바로 앞이 전국 장어 물량의 70%가 들어오는 당동 장어집하장이라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장어맛을 자랑한다.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고 아주 담백하다.
# 교통편
- 용화사 광장 출발 막차 밤 9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화사 광장에 내린다.
용화사 광장에서 터미널행 시내버스는 밤 9시까지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IC~마산 통영 미륵도 관광특구~관문사거리에서 통영 미륵도 방향 좌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우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좌회전~충렬사 지나~충무교 건너~미륵산 용화사 우회전~용화사 광장 순. 국도는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 TG~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고성~거제 통영~관문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위와 같음.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통영 '미륵산'
그림과 음악, 문학의 원형… 예술가들이 빚진 영감의 공간
▲ 미륵산 정상 바로 아래 능선에서 서쪽을 바라봤다. 다도해의 섬들이 바다에 웅크리듯 앉아있다. 통영 출신인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이 떠오른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시인도 미륵불이 그리웠을까? |
경남 통영 미륵산(彌勒山·458m)은 '영감(靈感)의 산'이다.
시인 서정주를 키운 게 팔 할이 바람이었다면 '예향 통영'의 문인, 화가 등 예술가를 키운 건 팔 할이 미륵산이다.
'통영의 피카소'인 화가 전혁림은 산의 영기에서 색감을 깨쳤고,
작가 박경리는 어린 시절 산마루를 바라보며 문학도의 꿈을 키웠다.
청마 유치환이 '향수'의 시인 정지용과 함께 에메랄드 빛 다도해의 풍광을 보고 감탄했는가 하면,
시인 김춘수의 시심과 김상옥의 시흥도 미륵산의 웅혼한 기운에 빚진 바가 있다.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음악가 윤이상은 일찍이 "통영 미륵산의 예불과 범종 소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자신의 음악적 원형을 이 산에서 찾았다. 하여 통영 사람들은 '색상·악상·시상·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산을 '한편의 교향곡 같은 산'이라고 예우한다.
미륵산은 또 '미래 부처가 찾아온다'는 산이다.
신라의 원효가 그리 예언했다.
중생을 구제하려고 도솔천에서 내려온다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은 용화수 아래에서 설법하는데,
이 산의 옛 이름이 용화산(龍華山)이 여기서 비롯됐다.
미륵을 맞으려고 용화사, 도솔암과 미래사가 닭이 알을 품은 듯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근대 불교계의 큰 선승인 대종사 효봉이 이 산 아래 절에서 용맹정진했다.
암자에 가보면 대찰이 주는 위엄보다는 효봉 문중의 추상같은 삼엄한 승풍이 오롯이 느껴진다.
사실 통영에서 제일 높은 산은 벽방산(650.3m)이지만, 통영 사람들은 미륵산을 엄지로 추켜세운다.
산 높이는 비교적 낮지만 산세가 품은 웅숭깊은 매력과 다도해와 '동양의 나폴리'인 통영항을
한눈에 담는 조망미가 일품이다.
'산림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지난 2008년 4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일명 '미륵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산행이 아니더라도 정상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경리 윤이상 전혁림 등에게
예술적 감성 제공한 명산
정상엔 다도해 파노라마 조망
당포해전 한산대첩 전망대도
국내 최장 케이블카도 운행
등로는 단출하다.
기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출발해 현금산(339m)으로 간다.
정토봉(334m)에 올랐다가 미륵치를 밟고 산꼭대기로 오른다.
미래사~편백숲을 지나 순한 길을 걷다 용화사에 잠시 들렀다가 기점으로 돌아온다.
넉넉잡아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가족산행으로 무리가 없고, 케이블카를 타면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분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 주변에 있는 달아공원의 낙조가 좋아 연말 해넘이 산행지로도 괜찮겠다.
용화사 광장 화장실 쪽에 다보탑 모양의 철탑이 서 있다.
많은 등산객이 '일본인이 만든 탑'으로 잘못 아는데, 실은 용화사에 만든 행사용 탑이다.
광장과 주차 요금소 임시 건물 사이로 등산로가 있다.
1분을 채 못 가 길이 나뉜다.
곧장 가면 관음사, 도솔암을 거쳐 정상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오른쪽 '미수동 띠밭등' 방향으로 진입한다.
길은 소나무 숲 아래를 지나 비스듬히 오른다.
별다른 이정표가 없어 산행 안내리본을 따른다. 관음사 뒤쪽 능선부터 조금씩 길이 오르지만 이내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감시초소 사이가 오름길(10분 소요)이다.
까다롭지 않다.
감시초소에서 뒤를 돌아보면 통영항과 통영 시내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안부에서 쉬지 않고 바로 올라왔다면 이곳을 쉼터로 삼아도 좋겠다.
초소에서 70여m 오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현금산, 왼쪽이 주 등산로다.
현금산은 딱히 조망이나 별 볼거리가 없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실제 위치와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표시돼 있다.
현금산에서 능선을 따라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뒤 오른쪽 숲을 뚫고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정토봉이다.
부처가 산다는 청정한 땅을 뜻하는 봉우리다.
산양읍의 너른 들이 발밑으로 지척이다.
바다에는 곤리도, 대장재도, 추도, 두미도가 떠 있다.
북서쪽을 보니 사량도의 지리산, 옥녀봉도 조망된다.
정토봉에서 미륵치까지는 내리막길로 6분가량.
여기에서 길이 다섯 군데로 갈린다.
예전에 산양읍 사람들이 통영으로 갈 때 이 고개를 넘어 다녔다.
지금은 등산객의 만남의 광장이 됐다.
이정표에 표시된 미륵산 정상 방향을 따른다.
여기서부터 약간 너덜 구간에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중간 중간 등산로에서 암릉이 튀어나온 곳은 전망대로 삼을 만하다.
30분 정도 쉬엄쉬엄 오르다 고개를 들면 360도의 파노라마 조망이 왈칵하고 덤빈다.
미륵산 정상(표석상의 높이는 461m·개념도는 지리원 높이를 표시했다)이다.
국내 최초 해상국립공원인 한려수도의 바다 물결이 춤을 춘다.
이 일대에 562개의 섬이 있다는데 손가락으로 몇 개까지 헤아리다 그만둔다.
국립공원 100경 중 최우수 경관으로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조망'이 선정된 연유를 알 것 같다.
시인 정지용도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한때 환경훼손 논란을 일으켰던 미륵산 케이블카의 곤돌라들이 그 풍경 가운데로 획을 그으며 분주히 움직인다. 정상 주변에 당포해전·한산대첩·통영상륙작전·박경리 묘소 전망대 등도 있다.
다 둘러보려면 수십 분은 족히 넘겠다.
당포해전 전망대를 통과해 나무 계단으로 내려오면 미래사 방향 이정표가 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50m쯤 가면 다시 미래사로 꺾이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케이블카 승객과 등산객이 섞여 주말에는 복잡할 수 있으니 길 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이제부터 능선 사면을 따라 미래사까지 간다.
미래사 방향 이정표만 놓치지 않으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7분 정도 솔숲을 내려오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미래사.
울창하고 빽빽한 편백 숲이 기다린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심은 것이다.
미래사는 효봉 스님을 모시던 구산 스님이 1954년 토굴 두 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효봉의 제자인 법정 스님과 일초 스님으로 불린 작가 고은이 이 절에서 공부했다.
일제강점기에 판사를 지내다 늦은 나이인 38세에 출가한 효봉은
선정에 빠지면 미동조차 하지 않아 '절구통 수좌'로 불렸다.
미래사에서 370m 떨어진 미륵전 옆에 스님이 앉아서 풀이 나지 않는다는 수도 터가 있다.
미래사에서 다시 삼거리로 나온다.
이제부터 미륵산 2~3푼 능선을 따라 난 둘레길을 걷는다.
삼거리에서 띠밭등까지는 1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려면 띠밭등에서 도남동 쪽(띠밭등~케이블카 하부역사 1.2㎞)으로 가면 된다.
케이블카는 동절기(10~2월)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길이 1천975m로 국내 최장이다.
운행시간은 10분(편도 기준) 정도 소요된다.
띠밭등에서 5분 정도 가면 임도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산행 안내리본을 참고하자. 10분 정도면 용화사에 닿는다.
템플스테이 전수관 공사가 한창이다.
절 뒤 언덕에는 효봉 스님 석조 좌상이 있다.
용화사에서 용화사 광장까지는 5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통영 미륵산 '산행지도'
통영 미륵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산행이고 주변에 달아공원 등 볼거리도 많아 자가운전을 권한다.
남해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 진입해 통영IC에서 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으로 나온다.
14번 국도를 타고 미늘삼거리(좌회전)~통영시청 앞을 지나 북신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중앙로로 달리다 도천사거리에서 미륵도관광특구 방면으로 좌회전해 충무교를 건넌 뒤 다시 좌회전한다.
봉평오거리에서 미륵산 쪽으로 우회전해 1㎞쯤 가면 용화사 광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에 미륵산 용화사'로 검색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통영종합버스터미널(055-644-0018)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6시 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움직인다.
소요시간 1시간 40분.
통영터미널에서 200·211·231·235번 시내버스를 타고 용화사로 간다.
소요시간 40~50분.
용화사에서 터미널로 돌아갈 때도 이 버스를 탄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으로 오는 버스는 오후 8시까지 있다.
음 식 점
산행 기점인 용화사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자연채 한정식'(055-645-3839)에서 쌈정식을 잘한다.
국산 재료로 만든 10여 가지의 정갈한 반찬과 불고기가 나온다.
양도 많은 편.
봉평오거리에서 용화사 광장까지가 일명 '통영 찜 거리'이다.
10여 군데 찜집 중에서 20년 된 '용화찜'(055-643-0149)이 제일 유명하다.
생아귀로 만든 아귀찜과 대구뽈찜)이 인기가 많다.
충무김밥을 맛보려면 '뚱보할매김밥집'(055-645-2619)이 좋다.
충무김밥 창시자의 집인데, 가마솥밥이 나온다.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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