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무룡산'
거침없는 산의 물결
거창 황점 삿갓골로 올라 동엽령서 칠연계곡으로 하산
해발 1400m대 덕성스런 백두대간 덕유 능선 구간 황홀
개불알꽃 금강애기나리 숙은처녀치마 등 야생화 눈길
동네 뒷산이나 근교산도 좋지만 때론 큰 산에도 한번 올라보자.
스케일이 다르다 보니 산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진다.
사방팔방 굽이치는 장쾌한 산의 물결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호연지기를 잠시 떠오르게 하고,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은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황홀하고 운치가 있다.
그간 근교권에서 배회하던 산행팀도 모처럼 큰 산인 덕유산 자락의 무룡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루금 자체가 덕성스럽고 너그러움을 간직한 덕유산 종주 능선은
주봉인 향적봉에서 남덕유산에 이르는 14.8㎞.
흔히 산꾼들 사이에 국내 3대 종주 능선으로 손꼽히는
지리산 천왕봉~노고단(20㎞) 코스에 비해 짧지만 설악산 대청봉~안산(13㎞) 구간보다는 약간 길다.
무룡산 가는 도중 바라본 백두대간 주능선이자 해발 1400m대의 덕유 연봉의 물결이 황홀하다. 나무계단 뒤로 뻗은 삼각 봉우리가 삿갓봉이며, 그 뒤로 덕유 서봉, 그 왼쪽 높은 산이 남덕유산이다. 이 능선 끝자락의 도로가 월봉산으로 이어지는 남령이다. |
덕유 종주 구간은 향적봉~중봉~백암봉(송계삼거리)~동엽령~
무룡산~삿갓재 대피소~삿갓봉~월성재~남덕유산.
향적봉에서 백암봉까지의 2㎞ 구간만 제외하면
나머지 구간은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 능선길이다.
이번에 찾은 무룡산은 전형적 육산으로
남덕유 쪽에 약간 더 가까운 덕유 종주 구간의 중간쯤 되는 봉우리다.
용이 춤을 춘다는 의미의 무룡산(舞龍山)은
아마도 이 산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 차례의 굴곡이 요동치는 무룡산 주변의 봉우리를 총칭해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1500m에서 8m 모자라는 큰 산인 무룡산에 서면 동쪽으로
'돌불꽃' 가야산과 수도산 금원 황석 거망 월봉산,
서쪽으로 팔공산 구봉산 장안산 등 호남의 명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은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탐방지원센터~쉼터바위~마지막 계곡~샘터~삿갈골재 대피소~옛 헬기장~헬기장~긴 나무계단~무룡산 정상~돌탑봉~동엽령~칠연계곡~아치형 다리~칠연폭포 갈림길~문덕소~무주군 안성탐방지원센터 순. 거창에서 시작해 무주로 내려왔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백두대간 능선길의 대부분이 외길인 데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길 찾는 데 전혀 문제는 없다.
또 이번 코스는 삿갓골(황점계곡)로 올라 백두대간을 내달리다 칠연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여름철 계곡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황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50m 전방에 위치한 '남덕유산 황점가든'을 끼고 우측으로 향한다.
입구엔 '삿갓골 대피소 4.2㎞'라 새겨진 이정표가 서 있다.
15분 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물소리가 시원한 삿갈골로 접어든다.
완경사 숲터널 오름길인 데다 새소리 물소리가 한데 조화를 이뤄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삿갓골 대피소 1.7㎞' 팻말을 지나면 이내 쉼터바위. 적어도 20명이 너끈히 쉴 수 있는 반석으로
눈 앞에는 규모는 작지만 3단 와폭이 힘차게 흐른다.
생각보다 삿갓골은 말끔하게 정돈돼 있지 않다.
태풍이나 폭우 탓인지 바윗돌과 쓰러진 수목이 널브러져 있고 나무덩굴이 건들건들 몸을 가누지 못한다.
'우수 위험'이라 적힌 팻말을 지나면 이제 계곡이 끝난다는 의미의 '마지막 계곡'이라 적힌 지점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70분.
이후부터 계곡을 뒤로하고 산길로 올라선다.
비록 삿갓골재 대피소까진 800m에 불과하지만 심한 된비알이라 산꾼들 간의 간격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다.
마지막 100m는 급경사 나무계단.
계단 주변엔 지천인 보랏빛 벌깨덩굴과 쥐오줌풀 미나리아재비가 눈에 띈다.
벌께덩굴은 이번 산행 내내 발견된다.
계단 중간쯤 우측엔 샘터가 있다.
급경사 계단의 종착역은 백두대간길이자 삿갓골재 대피소.
덕유 종주 산꾼들이 주로 1박을 하는 곳이다.
잠시 뒤돌아 보면 11시 방향으로 금원산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수망령 황석 거망 월봉 괘관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왼쪽으론 삿갓봉 월성재 남덕유,
산행팀은 오른쪽 무룡산 동엽령 향적봉 방향으로 오른다.
이때부턴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미세한 굴곡이 있는 능선길이라 조망의 산행이 시작된다.
정면 1시 방향으로 무룡산이, 뒤돌아 보면 두 개의 봉우리 중 좌측이 삿갓봉이다.
금강애기나리 애기나리 삿갓나물 개별꽃 등 발밑의 야생화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헬기장을 지나 25분이면 아주 긴 나무계단 앞에 선다.
멀리서 봤을 땐 무슨 산성처럼 보였지만 막상 다가가면 주변이 덕유평전 못지 않은 광활한 개활지다.
토사 유출 방지를 위해 완만한 사면을 그물로 씌운 다음
등산객을 위해 나무계단 설치라는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추측된다.
해발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제 등로 좌측 저 멀리 무주땅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은 나무계단이 끝난 지점에서 12분이면 닿는다.
대피소에서 2.1㎞, 하산 지점인 동엽령까지 4.2㎞ 남았다.
북쪽인 정면 안테나가 서 있는 곳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이고 그 우측으로 중봉,
송계삼거리인 백암봉으로 백두대간 능선이 이어지고 동쪽으론 수도산과 가야산이 보인다.
줄곧 외길에다 이정표가 서 있어 별 고민 없이 반대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엔 늘푸른 산죽길이 기다린다.
잠시 뒤돌아보면 삿갓재 쪽에서 금원산에 가려 보이지 않던 기백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45분 뒤 전망 좋은 돌탑봉.
이정표 뒤로 보이는 저수지는 진안 구봉산 인근의 용당댐이며
남쪽으론 백운산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 서봉 장안산이 다른 각도에서 확인된다.
돌탑봉에서 19분 뒤 안부.
동엽령은 이제 1㎞.
우측으로 보해산 금귀봉 오두산 비계산 별유산 등 거창의 명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룡산도 대간길이 무척 길어 길손들이 약간 무료해 함을 알았는지 암봉으로 등로를 막아 왼쪽으로 우회한다.
다시 시야가 트이면서 향적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여전히 봉우리가 덕성스럽고 부드럽다.
마침내 동엽령. 우측엔 전망대 겸 쉼터인 덱이 조성돼 있다.
덱 아래로 내려서면 거창 북상면 병곡리.
하지만 이 길은 비법정 등산로로 묶여 있다.
산행팀은 왼쪽 무주군 안성면 칠연계곡 쪽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동엽령에서 20분 거리인 동엽령 삼거리에서 능선을 타고 안성탐방지원센터 쪽으로 하산했는데
지난 1997년부터 이 계곡길이 개방됐다.
안성탐방지원센터는 4.5㎞, 참고로 향적봉은 4.4㎞.
산죽을 따라 목재 덱과 계단이 조성돼 있지만 어설프고 불편하다.
이후 수 차례 계류를 건너 아름드리 수목들이 곧게 뻗은 숲길을 따라 거닐다
무지개 다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난다.
동엽령에서 1시간15분.
그 유명한 칠연폭포는 산을 벗어나 좌측 3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안성탐방지원센터까지는 20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산나물 불법채취 삼가길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은 매년 5월말에서 6월 중순이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불법 산나물 채취꾼들 때문이다.
국립공원 내에서 허가받지 않고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며,
사안이 경미해 고발을 면했더라도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초보 산꾼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산나물을 무단 채취하고 있다.
실제로 산행팀은 산꾼들의 30~ 40% 정도가 손에 한 줌씩 산나물을 쥐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심지어는 아예 준비해온 봉지에 산나물을 가득 채운 후 다른 봉지로 바꾸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덕유산 국립공원 삿갓골대피소의 한 직원은 "등산객들은 한 줌 정도 채취하는 데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지만 100명이 한 줌씩 가져가면 어마어마한 양이 된다"며
산꾼들의 인식 부족을 안타까워 했다.
왼쪽에서부터 개불알꽃 금강애기나리 숙은처녀치마 함박꽃. |
또 한 가지.
무룡산에는 고지에만 피는, 일명 복주머니난이라 불리는 야생화가 있다.
지리산 오대산 보현산 등에서 10송이 안팎으로 발견되는 그야말로 희귀 야생화이다.
야생화 마니아인 설송산악회 김병권 고문은 "2년 전에 25송이를 발견했는데 올해는 10여 송이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의 경우 최근 개불알꽃을 파간 흔적까지 남아 있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개불알꽃은 화훼농가에서도 오랫동안 재배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혹 일반인들이 집으로 갖고 가 옮겨 심더라도 1년쯤 피다 모두 죽는다"며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영원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행팀은 개불알꽃의 미래를 위해 서식 장소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
# 교통편
- 부산행은 영동서 기차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에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들머리인 거창군 북상면 황점까지는 서흥여객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9시30분, 11시.
군내버스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 번째 사거리에서 길을 건넌다.
중앙교를 지나 중앙시장내 있다. 도로로 10분.
날머리 무주군 안성면 안성탐방지원센터 인근 통안슈퍼(063-323-1810) 앞에서 안성공용터미널행(063-323-0292) 버스는 오후 4시40분, 6시10분(막차)에 있다.
7분 정도걸린다.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통안슈퍼까지는 1㎞ 떨어져 있다.
시간이 안 맞을 경우 택시(063-323-0400, 0088)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안성터미널에서 무주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30분, 6시45분, 7시30분, 8시10분, 밤 9시, 10시(막차)에 있다. 30분 걸린다.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동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5분, 6시25분, 7시25분(이상 완행),
5시30분, 6시50분, 8시20분(이상 직행)에 있다.
완행은 50분, 직행은 30분 걸린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새마을의 경우 밤 9시25분,
무궁화는 오후 7시43분, 밤 10시4분, 11시54분에 출발한다.
영동터미널에서 영동역까지는 걸어서 10분, 버스는 한 구간이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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