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 감천항 '하역 인부' 체험기
해운 불황에 수입 반토막 "고되지만 선석 꽉 찼으면"
- 철제 등 화물 다뤄 위험 큰 편
- 여름엔 하루 2, 3㎏ 살 빠지기도
- 남서지부 비컨테이너 물동량
- 1년 새 50만t 넘게 감소 직격탄
- "정신없이 일하던 예전 그리워"
"마, 비키이소. 위험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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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군 기자가 지난 4일 부산 감천항에서 하역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 |
지난 4일 오후 부산 감천항 A 화물선 내부.
한 남성이 항운노동자의 작업 체험에 나선 기자에게 고함을 친다.
순간 무게 수십t은 돼 보이는 기다란 철근 더미가 아찔하게 머리맡을 스쳐 지나간다.
철근을 들어 올린 기중기의 줄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인부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
무전기를 쥔 신호수는 기중기 기사의 눈이 돼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한다.
철근 더미가 부둣가에 안전하게 다다라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부산항 물류 최전선에 선 항만 노동자들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고철 뭉치를 쇠줄로 감아 고정하는 작업부터 선박에 자동차를 고박하는 일까지 늘 위험이 도사린다.
컨테이너에 담을 수 없는 벌크(bulk) 화물 대부분이 혼자 감당하기 힘든 중량물인 탓이다.
감천항은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북항·신항과 달리 철제·시멘트처럼 포장이 어려운 화물을 주로 취급한다.
고철을 묶는 쇠줄 무게만 수십 ㎏에 이른다.
고박도구를 이용해 화물을 고정하는 것도 30대 초반인 기자의 힘에 부친다.
10분만 일해도 팔을 못 움직일 정도.
자동차 고박은 먼지와 매캐한 매연으로 가득 찬 배 밑바닥에서 이뤄진다.
"무더운 여름철에 일을 마치면 몸무게가 2∼3㎏ 빠진다"던 한 항운 노동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상자 나르는 일을 반복했더니 허리 통증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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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항에서 작은 상자를 나르고 있는 박장군 기자. 임경호 프리랜서 |
고된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항만 노동자들은
요즘 해운업 불황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년 차 베테랑 장종수(54) 씨는 물동량 감소가 피부에 와 닿는다고 했다. "2015년보다 감천항 물동량이 40%는 감소한 것 같아.
새벽같이 나오지만 일감이 주는 바람에 임금도 30%는 줄었어.
애들 대학 보내기도 빠듯해."
텅 빈 선석을 바라보던 장 씨는 "한진해운 사태도 그렇고.
나라도 시끄러운데 어쩔 수 없지"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 만난 인부 대부분은 "고된 일은 참을 수 있지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14년 차 인부 노석범(41) 씨는
물동량이 넘쳐 정신없이 일하던 예전이 그립다.
접안선이 출항하면 이내 다른 배가 들어와
선석을 채우곤 했던 시절과 요즘은 180도 다르다.
그는 "지난해부터 배가 많이 안 들어온다.
벌이도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의 '전국 항만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의 비컨테이너 화물은 지난해 여름부터 감소세이다.
전년 동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4%가 줄더니 9월과 10월에는 각각 23.8%와 20.2% 급감했다.
부산항운노동조합 남서지부가 조사한 작업량도 크게 줄었다.
지부 소속 240여 명이 작업하는 감천항 5·6·7 부두의 연간 외항 물동량은
2015년 200만t에서 지난해 1~11월 149만t으로 50만t 넘게 감소했다.
"물류가 물처럼 흘러야지…."
감천항에서 만난 하역 노동자들의 새해 소망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항만이 살아야 대한민국도 산다고 했다.
세계 해운동맹의 재편과 환적화물의 이탈로 신음하는 부산항의 위기는 곧 우리 이웃의 위기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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