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현장과 사람] 감천항 '하역 인부' 체험기

금산금산 2017. 1. 6. 11:56

[현장과 사람] 감천항 '하역 인부' 체험기



해운 불황에 수입 반토막 "고되지만 선석 꽉 찼으면"







- 철제 등 화물 다뤄 위험 큰 편
- 여름엔 하루 2, 3㎏ 살 빠지기도

- 남서지부 비컨테이너 물동량
- 1년 새 50만t 넘게 감소 직격탄
- "정신없이 일하던 예전 그리워"



"마, 비키이소. 위험하다니까!"


   

박장군 기자가 지난 4일 부산 감천항에서 하역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



지난 4일 오후 부산 감천항 A 화물선 내부.

한 남성이 항운노동자의 작업 체험에 나선 기자에게 고함을 친다.

순간 무게 수십t은 돼 보이는 기다란 철근 더미가 아찔하게 머리맡을 스쳐 지나간다.

철근을 들어 올린 기중기의 줄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인부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

무전기를 쥔 신호수는 기중기 기사의 눈이 돼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한다.

철근 더미가 부둣가에 안전하게 다다라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부산항 물류 최전선에 선 항만 노동자들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고철 뭉치를 쇠줄로 감아 고정하는 작업부터 선박에 자동차를 고박하는 일까지 늘 위험이 도사린다.

컨테이너에 담을 수 없는 벌크(bulk) 화물 대부분이 혼자 감당하기 힘든 중량물인 탓이다.

감천항은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북항·신항과 달리 철제·시멘트처럼 포장이 어려운 화물을 주로 취급한다.

고철을 묶는 쇠줄 무게만 수십 ㎏에 이른다.

고박도구를 이용해 화물을 고정하는 것도 30대 초반인 기자의 힘에 부친다.

10분만 일해도 팔을 못 움직일 정도.

자동차 고박은 먼지와 매캐한 매연으로 가득 찬 배 밑바닥에서 이뤄진다.

"무더운 여름철에 일을 마치면 몸무게가 2∼3㎏ 빠진다"던 한 항운 노동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상자 나르는 일을 반복했더니 허리 통증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감천항에서 작은 상자를 나르고 있는 박장군 기자. 임경호 프리랜서

고된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항만 노동자들은

요즘 해운업 불황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년 차 베테랑 장종수(54) 씨는 물동량 감소가 피부에 와 닿는다고 했다. "2015년보다 감천항 물동량이 40%는 감소한 것 같아.

새벽같이 나오지만 일감이 주는 바람에 임금도 30%는 줄었어.

애들 대학 보내기도 빠듯해."

텅 빈 선석을 바라보던 장 씨는 "한진해운 사태도 그렇고.

나라도 시끄러운데 어쩔 수 없지"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 만난 인부 대부분은 "고된 일은 참을 수 있지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14년 차 인부 노석범(41) 씨는

물동량이 넘쳐 정신없이 일하던 예전이 그립다.

접안선이 출항하면 이내 다른 배가 들어와

선석을 채우곤 했던 시절과 요즘은 180도 다르다.

그는 "지난해부터 배가 많이 안 들어온다.

벌이도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의 '전국 항만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의 비컨테이너 화물은 지난해 여름부터 감소세이다.

전년 동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4%가 줄더니 9월과 10월에는 각각 23.8%와 20.2% 급감했다.

부산항운노동조합 남서지부가 조사한 작업량도 크게 줄었다.

지부 소속 240여 명이 작업하는 감천항 5·6·7 부두의 연간 외항 물동량은

2015년 200만t에서 지난해 1~11월 149만t으로 50만t 넘게 감소했다.

"물류가 물처럼 흘러야지…."

감천항에서 만난 하역 노동자들의 새해 소망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항만이 살아야 대한민국도 산다고 했다.

세계 해운동맹의 재편과 환적화물의 이탈로 신음하는 부산항의 위기는 곧 우리 이웃의 위기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