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무성의한 리모델링] ‘한성 1918’, 근대적 가치 실종

금산금산 2018. 4. 10. 20:35

[무성의한 리모델링] ‘한성 1918’, 근대적 가치 실종



부산시 근대건조물 제2016-1호






- 옛 한성은행 부산점 ‘청자빌딩’
- 12일 생활예술문화공간 개관
- 역사 보존 고민없는 공사 탓
- 외벽·창문·문틀 등 고유색 잃어
- “시 낮은 문화재 관리 의식 반영”




근대 건축물인 옛 한성은행 부산지점(중구 동광동·1918년 설립)이

 오는 12일 개관식을 열고 생활예술문화 거점공간 ‘한성 1918’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이 건물이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됐다는 비판이 높다.



   

부산 최초 근대식 은행인 한성은행 부산지점으로 건립된 초창기 건물 모습(왼쪽)과 1960년대 모습을 살려 리모델링한 ‘한성 1918’. 

 부산문화재단 제공



개관 준비가 한창인 지난 6일 찾아간 이 건물은

 비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엉성하게 리모델링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옛 건물에 쓰인 벽돌을 1층 창문 아래에 사용해 보존하고, 초창기 건물의 기단을 살려뒀다는 것 외에,

 외벽·창문·문틀의 재질과 색상에서 ‘근대성’을 살린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외벽은 적벽돌 모양을 흉내 내려는 의지조차 없이 붉은 페인트를 쓱쓱 펴 발랐다.

 안전성과 생활문화센터로서 활용도를 고려해 내부를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도

 근대 건축물의 리모델링이라는 측면에서 외형 공사의 ‘무성의함’은 놀라울 정도다.



부산 최초 근대식 은행인 한성은행으로 1918년 건립됐다가 1960년대 민간에 팔려 주택과 사무실로 개조됐으며, 한때 ‘청자다방’이 영업해 청자빌딩이라고 불린 이 건물은 부산시 근대건조물 제2016-1호다.

부산시가 2015년 이 건물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며 크게 홍보한 것은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뜻이다.

이 건물이 국·시비 12억 5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허술한 결과가 나온 것은 부산시의 낮은 문화재 관리·보존 의식을 반영한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는 “‘한성 1918’은 역사성을 고민하는 건축 방식이 아닌

 요즘의 일반적인 공사방법으로 성급히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대 건축물을 다루다 보면 학술적 고증 등에서 벽에 부딪히게 마련인데,

 그때는 상식적으로 그 부분을 ‘남겨두고’ 연구를 계속한다.

그런데 이 건물의 경우 충분한 고민 없이 성급하게 공사를 완결해 버려

 그 ‘역사적 진정성’을 덮어버리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한 건축 전문가는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고

 시가 홍보할 때만 해도 공사가 1년 여만에 끝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이 운영하는 부산의 대표적 근대 건축물인 초량 백제병원을 언급하며

 “근대 건축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민간이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은 웃지 못할 진실”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했다는 해명에 관해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이 건물 가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공기나

 자문·예산을 그렇게 섣불리 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지하고

 제대로 복원해보겠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둘러 완공하고 활용해 시 치적사업의 하나로만 삼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구 백산기념관 옆에 위치한 ‘한성 1918’은

 앞으로 부산문화재단이 주도하는 생활문화운동의 거점센터로 활용된다.

1층 다목적홀을 중심으로 생활문화예술인들이 만든 결과물의 공연, 전시 등을 선보인다.

반응을 보며 카페·갤러리 등도 꾸밀 예정이다.

2, 3층은 동아리 연습실과 전시실, 모임방,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신귀영 기자 k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