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부처님 품 같은 넉넉한 산길에서 만추를 즐기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과 송광면, 주암면에 걸쳐 있는 조계산(曹溪山·887.1m)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남도의 명산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산중 계곡과 넉넉한 품을 자랑하는 육산으로
1979년 전남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익히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순천 조계산 배바위에 올라 주변 풍광을 살피고 있다. 청명하고 짙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 있는 뒷쪽 봉우리가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이다. |
게다가 정상인 장군봉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이 나라의 사찰을 대표할만한 명찰을 끼고 있어
더욱 많은 산행객들이 찾고 있다.
동쪽의 선암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로 평가받는
승선교와 2층 누각인 강선루를 품고 있으며
경내에는 사시사철 하루도 꽃이 질 날이 없다.
또 서쪽에는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통하는 송광사가 있다.
송광사는 1200여년 전인 통일신라 말엽에 혜린선사가
송광산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후
고려 중엽인 12세기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 운동을 펼치고 조계산 수선사로 개칭했고
이후 고려 말에 조계산 송광사가 됐다.
■ 송광사 기점 원점회귀 18㎞코스… 7시간은 잡아야 넉넉
보조국사와 그의 제자 담당국사의 전설이 어린 천자암 쌍향수. |
산행지로서 뿐 아니라 최근 불고 있는
건강 걷기 코스로도 각광을 받을만큼
조계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완만한데다
산책로처럼 걷기편한 코스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그래서 굳이 정상에 가지 않더라도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산책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한겨울에도 최저기온이 영상 2도에 머물 정도로
따뜻한 해양성기후를 갖고 있어 11월 말까지 늦은 단풍이 있을 뿐 아니라 초겨울 산행지로도 적당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코스를 답사,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송광사 원점회귀 코스'.
특히 송광사 3대 명물 중 하나로 통하고,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돼 있기도 한 천자암 쌍향수(雙香樹)를
코스에 포함시켜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며
볼 거리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송광사 매표소 앞을 기점으로 삼은 이번 코스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매표소~송광사~수석정삼거리~운구재~천자암~송광굴목삼거리~배도사대피소~보리밥집~장박골~
작은굴목재~배바위~장군봉 정상~장박골 정상~연산봉사거리~피아골~토다리삼거리~수석정삼거리~
송광사~매표소 순이다. 총 거리는 18㎞로 꽤 긴 편이다.
하지만 코스 전체적으로 된비알이 별로 없어 산행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휴식과 식사 유물관람 등을 포함하면 7시간30분쯤 잡아야 한다.
■ 산중 계곡 늦가을 단풍·배바위 조망 매력적인 육산
송광사 출입문 역할을 하는 우화각 주변의 단풍이 곱다. |
매표소(유료)를 통과해 송광사 일주문에 이르는
1.4㎞가량의 한적한 진입로는 말그대로 산책로다.
본절 왼쪽으로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佛日庵) 가는 길이 보여 옛 추억에 잠겨본다.
일주문을 지나 송광사 건축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는
우화각(羽化閣)에 닿으니 파란 하늘 아래 붉은 단풍이 조화를 이루며
산꾼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우화각을 통해야만 절로 들어가게 되지만
취재팀은 곧바로 침계루(枕溪樓) 우측으로 난 길로 직진,
산행로를 따른다. 계곡을 베개로 삼았다는 뜻의 침계루라는 이름이 더없이 운치있다.
조금 더 오르니 더욱 운치 그윽한 대숲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곧이어 수석정삼거리.
이곳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굴목재를 넘어 선암사나 정상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천자암 가는 길이다. 오른쪽을 택해 천자암을 향한다.
노란 물 들인 은행나무를 지날 때 왼쪽 멀리 연산봉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장을 오른쪽에 끼고 오르는 길은 고즈넉한 산책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40분쯤 오르면 운구재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천자암을 향해 간다.
역시 약간의 완만한 오르막.
이어서 봉우리를 휘돌아가는 편평한 산길이 이어진다.
스님들이 본절과 천자암을 오르내리기 가장 편하게 길이 만들어져 있다.
30분만에 도착한 천자암 입구 종각 앞에서 바라보니 남도의 나즈막한 산들이
수없이 겹치며 이어지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을 꽃으로 뒤덮힌 천자암에는 그 유명한 쌍향수(별도 기사 '떠나기 전에' 참조)가 있다.
기묘하게 뒤틀린 향나무 두 그루는 서로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뻗었는데,
1000년 가까이 살았다는 이 나무들의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본다.
운구재에서 천자암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산길. |
다시 종각 쪽으로 내려서서 왼쪽 화장실쪽으로 간다.
화장실을 지나 10분쯤 가면 헬기장. 굴
목재 방향으로 8분쯤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오르막은 천자암봉을 거쳐 송광굴목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직진 길은 송광굴목삼거리 및 배도사대피소 방향이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유순한 느낌의 길에서
부처님의 자비심과 같이 넉넉한 평온을 느낀다.
간간이 만나는 붉은 단풍잎은 만추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15분 후 송광굴목삼거리에서 우측 선암사 방향으로 내리막을 따른다.
10여분 후 돌탑과 작은 대피소 건물이 있는 곳에 닿는데 바로 배도사대피소다.
1980년대 초반 대피소를 지은 직후에 배씨 성을 가진
유식한 나그네가 이곳에 머물며 기행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곧이어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직진, 5분만 가면 그 유명한 '조계산 보리밥집'이다.
선암사~송광사 순례길을 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요기를 하는 곳이다.
화장실 앞에 '장군봉 2.1㎞'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2분 후 굴목교삼거리에서 작은굴목재 방향인 왼쪽 길을 따른다.
곧바로 벌통바위를 지나면서 산중 계곡인 장박골의 가을 풍광을 만끽한다.
장박1교와 장박2, 3교를 잇따라 지나면 20분 만에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우측 계단을 따라 100m만 오르면 작은굴목재다.
장군봉 방향인 왼쪽의 약간 가파른 오르막 능선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배바위다.
잠시 배낭을 벗어 내려 놓고 배바위 위로 올라본다.
로프가 설치돼 있다.
배바위에서는 머리 위에 장군봉, 그 아래로 선암사와 멀리 순천 앞바다까지 거칠 것 없는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다시 바위 아래로 내려와 10분만 오르면 정상인 장군봉이다.
삼각점과 돌탑, 정상석 등이 어지럽다.
서쪽의 장박골 건너편에 연산봉(832m)도 우뚝하다.
'송광사 6㎞' 이정표가 가리키는대로 진행 방향으로 직진,
한바퀴 빙 돌아 서쪽에 보이는 연산봉 아래까지 일단 가야한다.
■ 연산봉사거리서 피아골 방향 하산로 험해 주의 필요
조계산 배바위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산,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
그야말로 평지나 다름없는 능선길의 연속이다.
잇따라 나오는 산죽터널을 통과한다.
접치갈림길과 장박골 정상, 장박골삼거리 등을 거쳐
연산봉사거리에 도착하기까지 50분쯤 걸린다.
이곳에서 연산봉으로 오르지 않고 우측 급경사를 내려서서
피아골 계곡으로 접어든다.
너덜이 많고 경사가 꽤 급해서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다.
내리막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험로다.
1시간가량 내려서면 길이 좋아지고 곧바로 토다리삼거리에 닿는다.
굴목재를 오르내리는 주 산행로에 합류한 셈이다.
우측으로 20분쯤 내려서면 수석정삼거리.
조계산 일대에 울려퍼지는 은은한 범종 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15분 후 출발지점인 매표소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천자암 쌍향수는 보조국사 담당국사 지팡이 였다고…
천자암의 쌍향수는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된 두 그루의 향나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나무가 있고 천연기념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쌍향수는
그 외모의 신비로움과 그 내력에 얽힌 전설까지 합쳐져 최고의 나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두 그루의 향나무는 12세기말 정혜결사 운동을 펼친
보조국사 지눌 스님과 그의 제자인 담당국사와 관련이 있다.
지눌 스님이 중국 유학에서 돌아올 당시 중국 왕자 출신으로 자신의 제자가 된 담당국사와 함께 귀국,
천자암에서 수도하면서 두 스님이 귀국길에 사용했던 향나무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는 것.
그 때문인지 비슷한 둥치의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마치 스승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제자의 모습처럼 약간 숙이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신기하다 못해 신령스런 느낌을 주는 쌍향수다.
◆ 교통편
- 자가용 이용, 남해고속도로 주암IC에서 빠져나가야
코스가 꽤 길고 빠른 걸음의 산꾼도 7시간 안팎은 잡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 이용을 권한다.
남해고속도로 주암(송광사)IC에서 내려 좌회전 한 후 곧바로 송광사 방향으로 우회전(국도 18호선)한다.
파인힐스CC를 지나 주암호를 끼고 가다보면 송광사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
3분만 가면 송광사 식당가 주차장에 닿는다.
부산에서 약 2시간50분 소요.
동절기의 경우 밝을 때 하산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전 10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해야 한다.
순천 '조계산'
송광·선암사 품어...
송광굴목재에서 보리밥집을 지나면 만나는 굴목다리. 물은 말랐지만 주변 경관이 아주 빼어나 한참 동안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인 선암사 굴목재가 나온다. |
우리나라의 산은 크게 바위산과 육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무수한 기암괴석이나 천태만상의 암봉이 도도히 고개를 쳐든
[바위산]이 패기 넘치는 남성형이라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산꾼을 감싸 안는 [육산]에서는 모성애를 느낀다.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천관산 구봉산 팔영산 등이 덩치를 달리하는
[바위산[의 전형이라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소백산 조계산 대운산
등은 언제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게 품을 활짝 열고 있다.
전형적인 육산 산행은 바위산에 비해 약간 무료한 편이다.
기복이나 산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고로 힘이 좀 들더라도 산모롱이를 한굽이 돌면
전혀 예기치 않은 양상의 산세가 등장해야 힘이 나는 법.
전남 순천 조계산(884m)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품안에 끼고 있는 엄청난(?) 볼거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상을 기점으로 서쪽엔 승보사찰 송광사가 자리잡았고
동쪽에는 국내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선암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케이스다.
도립공원인 조계산의 연간 탐방객이 웬만한 국립공원의 배 이상인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조계산이 그저 그런 산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해 가족단위 산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산행은 선암사 매표소~삼인당~선각당(기념품 가게)~대각암 입구~대각암 갈림길~작은 쉼터(절터)~큰 쉼터(절터)~조계산 정상 장군봉~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연산봉(헬기장)~송광 굴목재~대피소~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큰굴목재)~비석삼거리~삼인당 순의 원점회귀 코스.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행 도중 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조절해도 상관없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천년고찰의 위용이 그대로 나타난다.
계곡을 따라 줄지어 있는 아름드리 고목과 푸른 산죽,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숲에 이르면 숨이 막힐 정도다.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三印塘)에 닿는다.
맞은 편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오른쪽 옆길로 오른다.
이내 갈림길.
다시 오른쪽길이 정상,
왼쪽은 송광사로 가는 선암사 굴목재 방향.
150m 지나면 대각암 입구.
아름드리 삼나무가 숲을 이루며 키자랑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른다.
길 왼쪽 마애여래입상을 보고 오르면 앞이 탁 트인 대각암 삼거리.
정면에 대각암이 보인다.
정상은 왼쪽방향.
산죽길이다.
100m 정도 오르면 다시 갈림길.
왼쪽은 비로암 방향, 정상은 오른쪽 방향.
이 길만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누워서 떡먹기.
오른쪽 길은 가늘고 긴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전형적인 흙길이며 경사가 심한 곳에는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놨다.
20분 뒤 쉼터에 닿는다.
정면에 석축이 보여 옛날 절터로 추정된다.
이후 두번의 너덜을 지나면 아까보다 더 넓은 쉼터.
작은 돌담과 주변에는 깨진 기와조각이 남아있다.
정면의 광양 백운산을 축으로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오른쪽에 억불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르는 길은 두 가지.
왼쪽은 밧줄이 놓인 급경사길, 오른쪽은 계단길.
그 사이 나무 밑에 작은 샘터가 있으니 목을 축이자.
200m 뒤 결국 두 길은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쉼터에서 25분 뒤면 정상.
매끄러운 차돌에 '장군봉 884m' 정상석이 서있다.
작지만 위엄이 있다.
상사호가 보이고 그 뒤로 물결치듯 연봉들이 줄을 이은 가운데 순천만이 구름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다.
북으론 호남고속도로가 일자로 뻗어 있다.
하산은 오른쪽 장박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크게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셈.
왼쪽 방향은 조계산의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를 거쳐 작은 굴목재로 향하는 길.
완연한 봄이지만 조계산 속의 색상은 아직도 잿빛.
주변 식생이 아직 모두 앙상한 가지의 활엽수이기 때문.
곳곳에 군집을 이룬 푸른 산죽이 없다면 영락없는 봄 속의 삭막한 산.
산죽이 만들어 놓은 미로게임 같은 길을 걷는 재미는 일품이다.
하여튼 고마운 산죽.
이렇게 정상에서 50분 쯤 걸으면 장박골 삼거리.
이제 능선은 반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 왼쪽에는 장군봉과 상사호 그리고 지나온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직진한다.
35분 뒤 연산봉 사거리를 지나면 곧 연산봉(851m).
정상이 곧 헬기장이다.
조망은 주봉인 장군봉보다 더 장쾌하다.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에 완전히 낙엽길.
봄속의 가을이다.
사람이 많이 다녀 산행로에만 낙엽이 없을 뿐 주변엔 온통 낙엽뿐이다.
송광 굴목재에는 25분 후에 다다른다.
오른쪽 방향 송광사 2.5㎞,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으로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팻말이 서있다.
선암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주변에 노란꽃이 활짝 핀 생강나무가 시선을 끈다.
계곡물을 건너 대피소를 지나면 10분 뒤 보리밥집.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굴목다리를 지나면 선암사 굴목재.
20분 정도의 계단 오르막 구간이라 매우 힘이 든다.
선암사 굴목재는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이자 장군봉으로 단번에 오르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후 쭉쭉 뻗은 편백숲과 야생화 단지, 그리고 비석삼거리를 지나면 산행 출발지인 삼인당 앞에 닿는다.
25분 걸린다.
◇ 사계절 꽃있는 예쁜 절 선암사 빼먹지 말아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산행에서 선암사 구경을 빠뜨리지 말자.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이 그렇다.
대웅전을 비롯한 가람배치 등 전문적인 식견은 없더라도
우선 경내에 꽃대궐을 이룬 개나리 동백 목련 벚꽃과 각종 야생화가 주요 볼거리다.
이 시기만 꽃이 만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겨울부터 동백꽃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이후 계절에 맞게 연중 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는 절이라고 불린다.
선암사에 따르면 크고 작은 꽃밭에 80여종의 조경식물이 재배되고 있단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400년 된 화장실. |
선암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로 이용됐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동승' 등 불교영화와 드라마 '상도' 등의 작품무대였다.
촬영지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켰으니 보증수표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재미있는 점도 있다.
바로 지금처럼 읽으면 '깐뒤'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
400년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아쉬운 점도 있다.
국내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가 자연암반에 생긴 균열로 해체 보수중이다. 당초 지난해 7월 완공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하세월이다.
지금은 아예 일손을 놓은 상태여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보수공사가 한창인 승선교. |
한 스님은 "해체는 했지만 막상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니 잘 안되는 것이 실제 속사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조상들의 토목기술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홍준 교수는 한 신문의 기고에서 "선암사에 유독 조선건축의 진면목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20세기 후반 전국의 모든 사찰들이 화려하게 중창될 때 선암사만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과 적당한 가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한편으론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라고 적고 있다.
◇ 교통편 - 순천 시외·고속터미널서 시내버스 이용
부산서 순천가는 버스는 노포동종합터미널과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모두 탈 수 있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린다.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55)에서 순천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50분~1시간10분 간격으로 하루 15회 출발한다.
3시간 걸린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061-744-6565)과 순천고속버스터미널(061-752-2659) 앞에서는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에 닿는다.
20분 걸린다.
선암사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고속버스터미널행 1번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20분, 5시35분, 6시30분, 7시, 7시30분, 8시에 출발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25분, 45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순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40분, 7시, 8시20분에 출발한다.
만일 선암사에서 출발, 송광사로 하산했다면 택시(061-754-2000)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승주 낙안민속마을 선암사 방향~낙안온천 낙안민속마을~삼거리~857번 지방도~선암사.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어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원 ‘천마산~마금산~옥녀봉’ (0) | 2019.02.15 |
---|---|
[제7코스] ‘조만포다리~김해 안동 초선대’ (0) | 2019.02.12 |
[제6코스] 지사동 ‘곰티고개~조만포다리’ (0) | 2019.02.05 |
[해외 명산 답사] 대만 ‘양명산’ (0) | 2019.02.02 |
[제5코스] 지사동 ‘너더리고개~곰티고개’ (0) | 2019.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