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15> 군평선이
이순신 장군도 매료시켜
군평선이는 농어목(目) 하스돔과(科)의 바닷물고기이다.
몸 색깔은 회갈색 바탕에 머리에서 꼬리까지 6개의 폭 넓은 갈색의 줄무늬가 있다.
군평선이만큼 별명이 많은 생선은 없을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군평서니'로 등재되어 있지만 관련 기관이나 도감에는 '군평선이'로 쓰고 있다.
또 전라도 현지에서는 '금풍생이'나 '금풍쉥이'로 불러지고 있어 표준어의 정립이 필요하다.
제1 등지느러미는 가시가 두껍고 단단하여 빗살이 굵고 성긴 얼레빗처럼 생겼으며,
노란색의 제2 등지느러미는 빗살이 촘촘한 참빗처럼 생겼다.
따라서 얼게빗등어리, 챈빗등이, 딱때기, 딱돔, 쌕쌕이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담백한 감칠맛 '일품'…
딱돔·쌕쌕이로 불려
군평선이는 생김새도 독특하지만 이름 또한 여느 물고기와는 달리 개성이 넘친다.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직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했을 때 어느 날 아침 이 고기가 식탁에 나왔었다고 한다.
너무 맛이 좋아 시중을 드는 관기에게 고기의 이름을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관기는 물론 아무도 이 고기의 이름을 몰랐다.
이순신 장군은 시중을 드는 관기의 이름이 '평선'인지라 "그럼 이제부터 '평선이'라 불러라"해서 '평선이'가 되었는데,
그 후로 구워서 먹으면 특히 맛이 좋았기에 평선이 앞에 '군(구운)'자가 붙기 시작하면서
'군평선이'라는 이름이 전해오게 되었다고 한다.
구전이라 확인할 길은 없다.
군평선이는 우락부락하고 깊은 물속에 사는 놈이라 뼈가 세고 굵어서
막상 구워 먹으려면 살코기는 별로 많지 않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면 삼삼하고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뼈가 많은 군평선이와 양태(장대)를 일러
'먹어도 한 접시 안 먹어도 한 접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군평선이는 내장까지 먹는 것이 제대로 먹는 법이요,
머리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군평선이는 여수 지방에서는 알아주는 물고기이다.
정문기 선생의 한국어도보(韓國魚圖報)에도
이 지방에서 잡히는 군평선이가 가장 맛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어찌나 맛이 좋았던지 여수에선 '샛서방 고기'로도 통하는데,
본 남편에게는 아까워서 안 주고 숨겨뒀다가 샛서방에게만 몰래 차려준다는 의미 있는 고기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호사가(好事家)가 이 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와 같은 이상야릇한 별명을 지어주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이 지방에선 군평선이가 밥상에 올라오면 제대로 대접받았다고 자랑할만하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