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BMW(Busan+Bus, Metro, Walking) ②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금산금산 2013. 5. 18. 18:56

 

[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②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일제 수탈, 6·25전쟁 피란, 반미 투쟁 근대사 '한눈에'

 

▲ 부산근대역사관.

 
근대사를 이처럼 압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역사 공간도 없으리라. 부산 중구 중앙동 일대가 그렇다. 일제강점기의 수탈 현장에서 6.25전쟁 당시의 피란민 삶터와 반미 투쟁의 흔적까지.

여행은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1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출구에서 직진하다 국민은행
부산중앙지점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40계단으로 연결된다. 40계단은 6·25전쟁 당시의 피란생활을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명소다. 당시 피란민들의 고단한 삶이 조형물로 곳곳에 남아 있다.

40계단기념비.
40계단에서 왼쪽의 대청로로 나오면 길 건너에 산업은행 부산지점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식산은행 부산지점이었는데,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부산 산업을 수탈한 현장이다. 그 블록의 대각선 끝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항일운동을 위해 군자금을 모았던 옛 백산상회 터에 세운 백산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독립투사 백산 안희제 선생을 추모하는 기념관이다.

백산기념관 앞의 용두산다방(
일본 사찰인 옛 동향사 터)을 지나면 음식점인 공원집 옆으로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 1897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유치원(일본인 전용)이 섰다. 이 골목 끝의 오른 쪽으로 올라가면 곧바로 용두산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옛 초량왜관 수문(守門·부산호텔 앞 일대)과 옛 부산경찰서(포천마린), 옛 부산부청사(부촌식당과 아로마모텔 일대) 터를 찾으려면 왼쪽으로 꺾어 부산호텔 길로 내려서야 한다. 그 길을 따라 용두산공원 에스컬레이터 방향으로 가다 보면 1970년대 후반까지 요정으로 이름
을 날린 '경판정' 터를 고성범숯불구이 뒤 공터에서 찾을 수 있다.

용두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중간 지점에서 '용두산체력단련장'을 보게 되는데, 이곳이 일본 상인들의
모임인 홍도회 회원을 주축으로 1912년 개관한, 부산 최초의 도서관인 '독서
구락부 도서실' 자리다. 이 도서관은 1954년 큰 불이 났는데 아직도 담벼락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용두산공원을 가로질러 가다 도중에 '부산화재예방기도대회비'를 찾아보자.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이는 불의 도시인 부산의 용두산 신령에게
부적 삼아 세운 석비다. 불 화(火)를 물 수(水)자로 에워싸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1955년에 이 비를 세운 이후 실제로 부산에는 큰 불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한다. 용두산공원 입구에서 시내 방향으로 내려서면 한국은행 부산지점(옛 조선은행 부산지점) 옆에서 부산근대역사관을 만난다. 1929년 식민지 경제
침탈의 본거지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 숙소로, 그리고 1949년에는 미국문화원으로 각각 개원했다.
용두산공원에 설치된 사랑의 자물쇠.
부산근대역사관에서 대청로를 횡단보도로 건너면 악명 높은 옛 일본헌병대 터(인디언대청점)에 이른다. 여기서 대청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다 이승희패션에서 골목 안으로 방향을 잡으면 건립 100년 역사의 대한성공회주교좌성당과 마주친다. 이곳은 연향대청의 북문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붉은 벽돌을 찾을 수 있다.


연향대청은 지금의 광일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다. 대청동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 부산시는 지난 2001년 광일초등학교 입구 화단에 이를 기념한 '연향대청터' 표석을 세웠다.
여행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하늘 높이 솟은 그린시티빌딩(옛 교학사 터·일본 고위 관원의 숙소)에서 광일초등학교, 부산가톨릭센터를 차례대로 지나면 중구청 근처의 복병산배수지에 닿는다. 배수지 물은 멀리 성지곡수원지에서 끌어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옛 부산해관장 관사 터인 대동맨션에 이르거든 영국 출신 해관장의 딸과 그의 하인인 권순도 사이에 벌어진 러브 스토리(최해군의 '부산 이야기 50마당')를 떠올려 보자.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korail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