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①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부산 최초 극장 '행좌' 터 표지석 등 서민 삶 흔적 곳곳에…
▲ 신흥장여관 간판을 단 옛 소화장 건물. |
"이 무렵 부산 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해먹던 사람이건 이곳으로만 밀려들면 어느덧 소시민으로 타락해져 있게 마련이었는데, 부두 노동자들이 들끓던 남포동 부둣가 일대는 엉망으로 질퍽대면서 서민의 피부를 짙게 느끼게 하였다."
부산의 피란시절을 그린 이호철의 소설 '소시민'의 서두다. 소설은 부산 자갈치와 남포동, 재래부두,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했다. 그 배경의 중심축을 이룬 자갈치(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에서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답사는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3번출구)∼옛 청풍장·소화장∼옛 제일극장∼이승기호떡∼옛 소화관∼행좌 터 표지석∼사쿠라가와∼옛 부산요 터∼고갈비골목∼옛 부산상품진열관 터∼대각사∼옛 후쿠다 장 양조장 터∼옛 동양척식주식회사∼보수동 책방골목∼아카데미사진실∼부평시장∼한복거리∼국제시장∼족발거리∼자갈치역 순으로 잡았다.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2시간 30분이면 족하다.
부산 최초의 극장 행좌 표지석. |
부산 도시철도 자갈치역 주변 코스 |
모퉁이에서 광복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에 옛 소화관인 동아데파트가 있다. 소화관은 1931년 조선 최초의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극장으로 유성영화인 '춘향전'이 상영됐던 곳이다. 지금은 많이 낡았지만 4층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당시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여기서 다시 비프광장 길로 돌아와 남포문고 후문 쪽으로 움직이면 할매집회국수를 만나고 바로 그 앞에서 부산 최초의 극장으로 알려진 '행좌'(1903) 터 표지석을 발견하게 된다. 복개 전 개천이 있던 곳을 장식용 수로로 만든 '사쿠라 가와'(앵천), 1639년 두모포 시절부터 불을 지폈다는 '부산요'(窯) 터인 부산로얄호텔도 인근에 있다.
점심 무렵 이곳을 지난다면 고갈비 골목을 다녀보자.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할매집과 남마담, 단 두 곳만 영업하고 있지만 부산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이곳에서의 옛 추억이 하나둘은 있을 것 같다. 참, 상호인 '남마담'은 남 씨 성을 가진 여인이 아니라 남자마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갈비 골목에서 나와 광복중앙로를 따라 대청로 방면으로 올라가면 왼쪽에서 옛 부산상품진열관 터, 대각사, 옛 후쿠다 장 양조장 터, 옛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잇따라 만난다. 부산상품진열관은 1905년 건축 당시 아치형 입구와 3층 높이의 원뿔형 지붕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우리나라 최초의 박람회(일한상품박람회)가 열렸다고 차철욱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은 새부산예식장을 거쳐 뉴부산타운이 됐다.
대각사는 병자수호조약 이후 일본 교토의 불교 진종대파의 승려 오쿠무라 엔신과 그의 여동생인 오쿠무라 이오코가 세운 절이다. 이오코는 사회 개혁을 주장한 여장부로 일본에 망명 중인 박영효를 도왔다는 설이 있다. 대각사에서 보이는 용두산아파트는 옛 '후쿠다 장 양조장' 자리다. 구한말 부산에 온 이토오 히로부미가 이곳에서 연회를 가졌다고 전한다.
대청로를 10여 분 걸어 가면 보수동 책방골목에 이른다. 책방골목 중간 지점의 가파른 계단 끝에 위치한 중부교회는 군사독재 시절에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들이 은신처로 삼던 곳이라고 작가 엄윤숙은 자신의 책 '부산을 걷다 놀다 빠지다'에서 소개했다.
보수동 책방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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