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④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
운촌·동백섬 등 곳곳에 전설 '부산의 자연마을'
▲ 해운대전통시장. |
이번 주에는 동백역∼동백교∼최치원동상∼전망대∼해운대 각자∼인어상∼해운대해수욕장∼아쿠아리움∼해운대온천센터∼해운대전통시장∼해운대역 순으로 잡았다.
동백교에서 해운대온천센터까지는 해운대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오래 전부터 시민들의 걷기 코스로 잘 알려졌다. 여기에 해운대전통시장을 끼워 넣어 도시철도 동백역과 해운대역을 잇는 코스로 그렸다. 천천히 걸어도 3시간 30분이면 족하다.
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의 1번 출구를 나와 현대베네시티아파트 뒤편의 동백로를 따라 걷다 보면 10여 분만에 동백사거리에 이른다. 사거리에서 동백교를 마주 보며 왼쪽의 경동제이드 방향이 운촌마을이다. 운촌마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 말 선비인 김기원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에서 잠시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한양 선비들이 대뜸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북촌이냐, 아니면 남촌이냐?" 그는 엉겁결에 운촌에서 왔다고 답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마을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당시 지독한 변방이던 부산 바닷가에서 왔다는 말을 그 선비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백교는 지난 1920년 일제강점기 때 대화교(大和橋)라는 이름의 목조다리로 처음 개설된 뒤 1939년 '춘천교'라는 돌다리로 교체됐다고 부산시사편찬위원회의 '부산의 자연마을'이 기록하고 있다.
동백섬은 해발 57m. 높지 않고 길도 좋아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모양이 다리미처럼 생겼다고 해서 한때 '다리미산'으로도 불렸다.
옛날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한 여인이 이곳 정상에서 죽었는데, 이를 가엽게 여긴 동네사람들이 그를 위해 무덤을 만들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무덤가에 붉은 꽃을 지닌 동백나무가 솟아났다고 한다.
정상에는 최치원 동상도 있다. 최치원은 신라의 벼슬을 다 마다하고 43세 때 이곳에 은둔했다. 동상 옆의 벽에는 '춘효'(春曉)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어느 봄날 새벽에'가 된다.
최치원이 술로써 세월을 달래던 심정이 잘 녹아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뒤에는 '바다마을 주점 거리'가 형성돼 있는데, 이를 차라리 '최치원거리'로 부르면 어떨까 싶다. 부초같은 세월을 보낸 그를 기념하기에 알맞지 않은가.
누리마루 방면으로 내려서니 전망대에서 한 외국인 음악가가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구경꾼들이 큰 박수로 격려했다. 해운대는 이제 확실히 국제도시다.
동백섬의 누리마루와 등대를 돌아 나오면 인어상에 못 미쳐 대(臺)에 이른다. 그 대에 최치원 선생이 석각한 '海雲臺'(해운대)라는 한자가 있다. 참고로 인어상은 1930년대 한 어부가 인어를 잡았다는 설에서 기인했다. 인어는 당시 너무 슬피 울어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해운대 온천은 예부터 유명했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은 신라 진성여왕도 이곳을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다. 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87년으로 온정거리에 일본인 의사가 여관을 세우면서부터로 알려졌다. 해운대온천센터는 1930년대 건축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탕이던 '할매탕'이 있던 곳이다.
해운대온천센터의 야외 족욕탕. |
'부산 이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BMW(Busan+Bus, Metro, Walking)] ⑤ 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 (0) | 2013.06.09 |
---|---|
이야기 공작소 <3-6> 부산 동구 스토리텔링 - [전문가 TF팀 방담] (0) | 2013.06.09 |
이야기 공작소 <3-5> 부산 동구 스토리텔링- 층계 없는 까꼬막길 (0) | 2013.06.02 |
[BMW(Busan+Bus, Metro, Walking)] ③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 (0) | 2013.05.25 |
이야기 공작소 <3-4> 부산 동구 스토리텔링- 팩션-電光石火와도 가탓다 (0) | 201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