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⑧ <영도대교~ 남항대교>
영도대교·옛 전차종점 등 부산 '근대의 역사 유적' 한눈에
▲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내려다 본 영도대교와 남항, 영도 봉래동 일대. 멀리 남항대교가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
영도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시나 소설, 대중가요에 자주 등장한다. 피란민에게 영도는 잊지 못할 '기억의 장소'인 것이다. 박경리의 1964년 소설 '파시'에도 영도는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영도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숱한 시설이 세워지고 무너진 근대의 역사 창고다. 그중에서 영도대교는 가장 대표적인 근대유물 중 하나다.
다리를 들어올린 옛 영도다리(자료사진). |
영도라는 섬과 뭍을 처음 연결한 것이 영도다리(영도대교의 옛 이름)였다면 남항대교는 가장 최근 건축된 교량이다. 이번 주에는 두 다리를 이어가며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코스를 짰다. 답사는 영도대교∼대평동 일대∼영선동∼남항대교∼부산공동어시장∼자갈치시장 순으로 잡았다. 오르막이 없고 바다를 조망하는 구간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
■햇볕에 국수 말리는 풍경 '이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8번 출구(롯데백화점 지하)를 나오면 영도대교와 이어진다. 영도대교는 1934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직 도개교로 개통됐다. 다리를 건넌 뒤 삼손펌프에서 왼쪽으로 돌면 봉래나루로가 이어진다. 봉래나루로의 '봉래나루'는 옛날 영도에서 용미산(현 롯데백화점)으로 향하는 영도주민들의 포구였다.
이 길을 따라 부산대교를 지나면 보세창고가 여럿 나타나고, 그중 풍국보세창고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홈플러스에 닿는다. 홈플러스 인근이 옛 곡수마을로 이곳에 연탄공장이 있었다고 전한다. 대교초등학교 정문 옆으로 이어진 봉래사거리 부근은 조선시대 말의 등급을 확인한 고리장 터다. 봉래시장 입구 옆의 주차장 뒤쪽에는 가동한 지 40년이 훌쩍 넘은 국수공장이 하나 있는데, 지금도 햇볕에 직접 국수를 말리고 있어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인근에는 부산어묵의 전통을 잇고 있는 삼진식품도 있다.
다음 코스는 영도대풍포매축지기념비. 1926년 포구를 메워 땅을 만들었다는 기념 빗돌이다. '대풍포'라는 이름에서 감지했겠지만 이곳 바람이 엄청났다. 그래서 '바람이 좀 잠잠해지기'를 바란다며 매립 후 지명을 대풍이 아니라 '대평'동(大平洞)으로 바꿨다. 매축지기념비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해양경찰서 청학출장소를 지나 영도도선장에 이른다. 지금은 운항을 중단했지만 한때 대평동과 자갈치를 잇던 배를 이곳에서 탔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영도대교 공사가 끝나는대로 항로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보자.
■표지석·빗돌을 찾는 재미 '쏠쏠'
대평로46번길을 따라가면 대동아파트에 이른다. 대동아파트는 영도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물류창구 중 하나인 옛 승리창고가 있던 자리다. 대동아파트에서 대평남로, 대평서로, 남항서로91번길을 따라 'ㄷ'자로 꺾어 들어오면 국제선용품유통센터가 있다. 그 끝자락에 용선당이 위치한다. 용선당은 영도다리 공사 때 숨진 인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설치했다. 대동아파트와 국제선용품유통센터 사이의 넓은 포구는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군선을 숨겨 놓으려 갯벌을 준설하면서 조성됐다.
영도전차종점기념비. |
여기서 옛 전차종점을 찾으려면 길을 다시 돌아나와 남항서로∼남항로∼남항사거리로 이어가야 한다. 남항사거리에 옛 전차종점 표지석이 있다. 남항사거리에서 절영로로 내려오면 대평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안에 '한국근대조선발상유적지'라고 씌어진 빗돌이 놓여 있다. 근대 조선소인 다나카조선소가 이곳에 있었다.
경매가 열리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
남항대교로 바다를 건너면 등대로가 이어간다. 등대로를 따라 공동어시장을 지나면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2번 입구에 이른다. 혹시 많이 걸어 배가 출출하다면 조금 더 걸어 자갈치시장까지 와서 회를 한 접시하면 어떨까. 전체 코스를 다 둘러보는데 4시간이 걸렸다. korail2002@hanmail.net(011-877-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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