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야기길 <3> [영도] 남항길
근현대사 질곡의 사연 넘실대는 영도다리에서 만나요
부산 남항의 백등대(왼쪽)와 홍등대. 홍등대는 영도구에, 백등대는 바다 건너편 남부민동에 있는데, 한 쌍이다. 배가 들어올 때는 홍등대의 불빛이, 나갈 때는 백등대가 바다를 밝힌다. |
# 영도다리∼ 수리조선길 코스
- 6·25전쟁때 피난민 상봉장으로 유명해져
- 100년 넘게 이어진 한국 유일 수리조선소
- '깡깡이 아지메'들의 작업소리 메아리쳐
# 용신당∼ 남항대교 코스
- 일본 '할매신'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
- 지금은 영도다리 공사중 숨진 넋 기려
- 부산판 견우직녀… 백등대·홍등대도
# 공동어시장∼ 미성횟집
- 생동감 넘쳐흐르는 삶의 현장 속으로
- 경매 후 방문해도 인근시장 인파 붐벼
- 초여름 갯장어 회·샤브샤브 등 유명
"영도다리에서 만나세."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피난민이 서로 헤어지면서 했던 약속의 말. 피난민은 전란으로 물든 국토의 가장 남쪽 땅인 부산으로 그렇게 모여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배가 통과하는 시간에 다리가 열리는 영도다리는 해방 후에도 한동안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의 랜드마크였다.
국제신문이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부산 이야기길 세 번째는 '영도·남항길'이다. 영도다리~수리조선길~남항대교~부산공동어시장~자갈치시장 코스로, 민족사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도 다리에서 출발한다.
■ 영도다리·대풍포·도선장과 수리조선길
부산 영도구 남항동 대풍포. 남항에 정박한 선박들이 태풍 내습을 피하게 한 곳이다. |
영도다리는 일제강점기(1934)에 개통됐고, 동원된 조선인이 다리 건설 공사 도중 많이 다치고 숨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6·25 전쟁 당시에는 피란민 상봉장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첫 만남 장소로도 유명하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옛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경찰서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대풍포가 나온다. 남항에 정박한 선박들이 태풍 내습을 피하게 한 곳이다. 포구 옆에는 선박 관련 부속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공장들은 아파트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답사에 동행한 부산관광공사 최부림 차장은 "주상복합아파트가 아니라 주공복합아파트"라고 표현했다. 영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짐작된다.
옛 영도 도선장.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인데, 영도와 남포동을 잇는 여객선 터미널이었다. |
길은 해안가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이제 '수리조선길'이다. 정박한 배는 수리를 위해 수리조선소로 모여든다. 수리조선소는 우리나라에서 영도가 유일하다. 해안가에 세워진 수리조선소 공장들의 입구는 하나같이 반쯤만 열려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쯤 열린 틈새로 낡은 선박들이 보인다. 문 틈새와 선박 틈새의 만남은 부산의 구도심인 남포동과 서구 남부민동 그리고 남항의 모습을 더 색다르게 전한다. 그 사이에서 '깡깡'하며 들리는 소리가 정겹다. 이 소리는 '깡깡이 아지메'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녹슨 선박이 수리를 위해 조선소로 들어오면 깡깡이 아지메들은 배에 매달려 그라인더로 녹을 닦아내고 망치로 배를 두들겨 녹을 떨어뜨린다. 영도 수리조선소가 1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니, 깡깡이 아지메들의 작업도 그만큼 되는 셈이다.
■ 용신당·백등대와 홍등대·남항대교
부산 영도구 남항동 용신당. 지금은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신을 모시고 있다. |
용신당에서 해안가를 바라보면 바로 앞에 홍등대가 보인다. 영도구의 홍등대와 바다 건너편 남부민동의 백등대는 한 쌍이다. 부산 남항을 이용하던 일본인이 만든 것으로, 배가 들어올 때는 홍등대의 불빛이, 나갈 때는 백등대가 바다를 밝힌다고 한다.
부산관광공사 최 차장은 "등대는 배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만들기도 하지만 지역민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세우기도 한다"며 숨겨진 얘기를 들려줬다. 영도에 사는 순이와 남부민동의 철수는 연인 사이. 영도다리가 만들어지기 전, 둘은 서로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바로 홍등대와 백등대다. 순이는 등대에서 연인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철수에게 순이가 안부를 외친다. 지척에 있는 두 등대에서 연인을 향해 힘껏 안부를 외치면 그 소리가 메아리로 들릴 만하다. 외로운 구도심 영도의 감성이 두 등대로 표현된다.
홍등대에서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남항대교가 나온다. 남항대교에는 도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남항대교 위를 걸을 수 있다. 홍등대와 백등대가 한눈에 보이고, 남포동과 용두산 공원, 남부민동과 해안가의 수많은 배를 볼 수 있다. 남항대교에서 바라보는 남항의 해안가는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 공동어시장·새벽시장과 해안시장·자갈치시장
수리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깡깡이 아지메'들. 망치로 배를 두들겨 녹을 떨어뜨린다. |
자갈치시장으로 가기 전,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포장마차별로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낚싯바늘이 끼워진 통발에 꽁치를 끼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장어 미끼용이라고 했다. 작업을 마친 통발로 장어를 잡아 바로 옆의 자갈치시장 장어집에 공급하는 것이다.
작은 선박이 큰 선박을 끌어주고, 배에 설치된 크레인이 생선 등을 담은 화물을 내린다. 갓 잡은 생선을 인근 식당에 공급하는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시장거리에서 볼 수 있다.
■ 가는 길과 먹을 곳
이야기길 시작은 영도다리에서다. 도심과 가까워 부산도시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에서 내려 롯데백화점 광복점으로 가면 바로 옆에 보이는 다리가 영도다리다. 또는 부산역에서 영도행 버스 88번을 타고 영도대교에서 하차한다. 영도에서 자갈치시장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길은 평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무난하다.
맛집은 횟집 어디라도 다 좋지만, 남부민동 미성횟집(051-244-6143)이 꽤 유명하다. 갯장어(하모) 요리점으로, 하모 회를 전문적으로 내놓는다. 양념장에 회를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위치는 남부민동 백등대 초입 길이다.
사진= 곽재훈 기자 kwakjh@
※공동기획:부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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