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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주의 광장&골목] <4> 칠레 '산티아고' 도둑시장

금산금산 2014. 1. 29. 12:46

 

[이랑주의 광장&골목] <4> 칠레 산티아고 '도둑시장'

훔친 물건·공장서 빼돌린 상품·골동품까지 '없는 게 없어'

 

 

▲ 집에서 쓰던 골동품부터 공장에서 빼돌린 제품, 훔친 물건까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다 있다고 국제적으로 소문난 칠레 산티아고 도둑시장에서 내·외국인들이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지구상에 칠레처럼 길게 생긴 나라도 없다.

동서로는 좁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루에 다 경험하고 사막, 삼림, 피오르드, 빙하를 한 국토 안에서 다 구경할 수 있다.

볼리비아
우유소금사막 투어를 마치고 칠레 국경지역에서 버스를 탔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곳이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

화장실이 딸린 버스는 두 명의 운전기사가 번갈아 가며 몰았다.

3끼 식사는 차장이 챙겼다.

참고로 산티아고에서 빙하가 있는 푼타아레나스까지 가는데 버스로 50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국경에서 산티아고까지의 거리는 약과라고 하겠다.


■ 소매치기 당한 사진기 어디에

민박집에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신발은 밖에 두지 말고, 빨래는 창가에 널지 마라. 소지품에 늘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으레 하는 얘기로 들었는데, 막 시내 구경에 나선 한 여성 여행자가 얼굴이 노랗게 변해서 문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민박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에 사진기를 소매치기 당했다는 것이다.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도둑시장에 가보라고 말했다.

훔친 물건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빼돌린 상품, 집에서 쓰던 골동품까지 이곳에서 종종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정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었다.

시장 입구부터 누군가가 오랫동안 신었던 낡은 메이커 운동화와 여행가방이 즐비했다.

이것들을 보는 순간 방심한 여행객들의 소지품들이 도둑시장에서 '신분세탁'을 거쳐 빈티지 상품으로 팔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 전 세계 몇 개 없는 한정판?

그 순간 아주 멋진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차고 있던 시계끈이 떨어져서 다른 시계를 하나 구하려던 참이었다.

정품이고 새것과 다름없다며 싸게 판다고 했다.

얼핏 명품처럼 보여 냅다 구입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정품가격이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전 세계에 몇 개 없는 프리미엄 한정판이라고 했다.

이게 웬 떡이냐?

칠레에 머무는 1주일 내내 시계 덕분에 즐거웠다.

그런데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시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명품은 고사하고, 짝퉁이었다.

그것도 아주 낡은….

횡재수를 꿈꾼 자신이 허망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산티아고는 도둑시장 외에도 재래시장이 많다.

구시가지 뒤쪽에는 중앙시장이 위치했다.

말 그대로 '씨푸드' 천국의 시장이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산티아고를 찾은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게는

해산물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명소로 통했다.

단돈 5천 원이면 해산물전문식당에서 실컷 먹을 수 있었다.


■ 유럽인지, 남미인지 헷갈려

칠레는 공산품 가격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해산물과 와인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다만, 오후 4시가 지나면 가게와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아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아르마스광장 주변의 대성당 내부.

 

식사를 마치고 10분 정도 걸어가니 중심가인 아르마스광장이 나왔다.

광장은 분수와 화단이 조화를 이룬 공원으로 시민 휴식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광장 주변에는 대성당, 시청, 국립역사박물관, 산티아고박물관 등이 위치했다.

아르마스광장에서 남서쪽으로 500m 지점에 있는 모네다궁전은 식민지시대 풍의 건물로 칠레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 관저로 쓰이고 있다.

1973년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쿠데타 때 이곳에서 저항하다 최후를 마쳤다.

산티아고는 유럽인지, 남미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유럽과 닮았다.

칠레는 멀다.

서울∼뉴욕 14시간, 뉴욕∼산티아고 12시간을 연결해야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다녀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