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의 광장&골목] <2> '폴란드' 크라쿠프중앙시장
500년 이어온 유럽 최고 시장… '장인 숨결 밴 세상 하나'뿐인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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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쿠프중앙시장에서는 공장 제품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품을 시장에 내다파는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진은 흰색 자수 블라우스를 입고 자신의 행상 곁에서 직접 수를 놓고 있는 중년 여성. 이랑주 씨 제공 |
전통시장, 혹은 재래시장이 삶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속에서 딱히 첨단
경영기법을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서민들에게 시장은 어떤 존재인지, 도시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장 탐방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인도에서 시작됐지만, 첫 순서로 폴란드 크라쿠프중앙시장을 소개한다.
시장사람은 억척같다는 관념을 깨뜨린 곳이 바로 크라쿠프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시장사람들은 억척스럽다기 보다 차라리 우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밑바탕에는 장구한 역사와 장인 중심의 운영체제,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강한 자존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크라쿠프중앙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넓은 전통시장이다.
역사가 무려 500여 년.
1500년대 처음 조성된 뒤 1555년 큰 불로 모두 소실됐으나, 그 직후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중건했고, 19세기 중엽 재건축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광장 넓이는 무려 4만㎡.
유럽의 중세 광장 중에서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다음으로 넓다고 한다.
과거에는 귀족들의 사교장으로 활용됐고, 지금도 광장 주변에는 옛 크라쿠프 귀족들의 저택이 즐비하다.
광장 중앙에는 폴란드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시인의 동상이 서 있고, 동상 뒤편에 직물회관인 '수키엔니체'가 있는데, 이 건물이 참 묘하다.
1층은 기념품점과 각종 생필품 가게가 들어서 있고, 2층은 국립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과 박물관이 공존하는, 특이한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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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념품점과 생활필수품 가게가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수키엔니체(직물회관) 1층 내부. |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려는 것은 건물 내부의 시장이 아니라 그 앞의 광장 시장이다.
광장 곳곳에 자리잡은 가게는 대략 50∼60개인데, 간판과 점포 모양, 집기, 소도구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가게를 한 곳씩 찾아 들어갔다. 그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 어르신, 청년 함께 어울린 공동체
레이스 공예품을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들고 있는 백발의 할머니, 자수 블라우스를 입은 채 같은 모양의 디자인을 수 놓고 있는 아주머니, 직접 물레를 돌리며 아이들에게 도자기 제작법을 가르치고 있는 아저씨, 돋보기 보다 더 두꺼운 안경을 콧등에 얹고 나무조각 깎기에 몰두하고 있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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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그림을 직접 그려 자신만의 도자기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녀. |
공예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 자신이 키운 돼지로 만든 바비큐, 산속에서 따온 꿀을 예쁜 통에 담아 자신의 이름으로 파는 홈메이드 벌꿀까지, 거의 모든 물건이 세상에 오직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전통 마부복을 입고 직접 만든 빵을 마차에서 팔고 있는 상인은 30세도 되지 않았다.
초콜릿 컵, 티셔츠와 같은 기념품을 파는 상인도, 초코라떼 가게주인도 새파란 젊은이였다.
한 젊은 아주머니는 시장에서 어린 딸과 함께 전통접시를 만든 뒤 그것을 가져가며 한없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 세상에 하나 뿐인 물건 "여기에"
어디에서나 다 살 수 있는 물건을 판다면 편의시설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재래시장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아니라 폴란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크라쿠프중앙시장의 경쟁력은 특별했다.
건물 내부 시장에서는 공산품을 팔고, 그 앞의 광장시장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제품을 살 수 있으니
공존, 공생이 이런 것이리라.크라쿠프는 폴란드 제2의 도시다.
14세기에는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다.작지만 유서 깊은 도시, 크라쿠프를 즐기는 방법은 많지만 그중 의미있는 여행은
역시 크라쿠프중앙시장이 위치한 구시가지 일대를 걷는 것이다.
광장에서 큰길을 따라 걸으면 곧바로 웅장한 바벨 성이 나타나고,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을 구경할 수 있다.
크라쿠프는 유럽에서도 얼마 남지 않는, 중세의 전통을 지닌 도시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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