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이랑주의 광장&골목] <1> 프롤로그

금산금산 2014. 1. 9. 09:14

 

[이랑주의 광장&골목] <1> '프롤로그'

'시장 순례자' 자처, 1년간 40여 개 국 100여 곳서 값진 시간…

 

▲ 필자 이랑주(왼쪽) 씨와 후배 유학생이 핀란드 헬싱키의 레가타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발틱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뭘로 먹고 살아야겠습니까?"

부산의 한 소상공인이 물었다.

 

그 질문에 즉답을 못했다.

 

나중에 그가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장사를 시작했는지, 아니면 원래 하던 일을 계속 묵묵히 하고 있는지,

 또 그 이후 장사는 잘 됐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질문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세계여행은 올해 3월 끝났다.

'끝났다'는 말이 너무 완결성을 띠는 것 같아 '멈췄다'고 해야겠다.

아무튼 1년의 세계여행을 떠나게 해준 여러 계기 중 하나가 그 질문이었다.

세계여행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다른 나라의 재래시장은 어떻게 생겼고, 그 속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어떻게 팔고 있을까?



 

3월에서 3월까지… 1년간 지구촌 여행

'시장 순례자'를 자처한 여행은 인도네팔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터키, 유럽,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중남미를 돌았다.

특히 쿠바를 거쳐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로 이어진 남미 순례는 기어코 남극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남극에는 재래시장이 있을까요, 없을까요?(답은 시리즈 속에서 밝히겠다.)

레가타카페의 소품으로 활용된 자동차.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세계 시장 순례지는 40여 개 국 100여 곳(실제로는 이보다 더 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노숙은 흔했고, 공항대합실 의자는 곧잘 부부침대가 됐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 남편이 동행했다.

지금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병이 나 죽을 고생을 했고, 강도에게 가진 것을 다 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각설하고, 질문에 대한 답은 찾았을까?

다음 사례로 답을 대신하자.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를 갔을 때였다.

여독을 풀 겸해서 한 카페를 찾았다.

'레가타'라고 불리는, 작은 카페였는데 의외로 손님이 많았다.

이 지역에서 꽤 잘 되는 가게라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참고로 레가타는 벽에 붙은 장미로, 이른바 댄스파티에서 남성으로부터 춤 신청을 받지 못해

벽에 기대선 여자를 뜻한다.

레가타카페는 이를 위해 주변에 장미꽃을 치장했다.

커피와 빵을 시켜 먹고 있는데, 커피가 부족했다.

혹시 리필이 될까, 하는 생각에 카운터로 갔다.

물론 리필 값을 지불할 생각으로 지갑을 뒤적거렸다.

그 순간 가게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커피를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리필 커피와 함께 느닷없이 50센트 동전을 건넸다.

뭐냐고 물으니 자신의 가게 커피를 맛있게 마셔준데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커피 리필을 요청했을 때 "맛있게 마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받은 커피와 50센트 동전.

 

■ 고객 마음 얻은 가게는 불황에도 생존

커피 향 보다 더 진한 주인의 마음을 마신 하루였다.

그때의 기억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그 주인의 미소가 떠오른다.

그곳은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마음을 팔았던 것이다.

모든 커피점이 리필을 요구하면 돈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가게주인은 오히려 향긋한 인사와 함께 돈, 아니 마음을 선물하면서 고객을 사로잡았다.

'지구촌'으로 부를만큼 축소된 세계. 어디를 가나 먹고 살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객 마음을 얻은 가게는 불황과 경제난에도 살아남았다.

그것이 수십 년, 수백 년의 더께 속에서 명소가 되고, 명품이 됐다.

장사는 결국 고객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이랑주의 광장 & 골목'은 이재에 뛰어난 경영자나 손기술이 탁월한 달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의 마음을 얻은, 아름다운 상인들, 그 상인들의 가게, 그 가게의 도시, 그 도시의 나라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한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이랑주 씨는 오랫동안 서울과 부산의 백화점에서 상품 디스플레이어로 일하다

지난 2006년 이랑주VMD연구소를 세워 독립한 VMD컨설팅 전문가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 세계의 재래시장과 골목시장을 둘러보는 여행을 다녀왔고, 앞서 재래시장의 상품진열 방법을 제안한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장사의 1% 비밀-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2012)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