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한반도에 지리산이 없다면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라고 했다.
시인이 아니래도 지리산을 빼고 어떻게 산을 얘기하고 무엇으로 산사람들의 가슴을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헌걸차게 뻗은 능선마다 반란의 피바람을 실어다 나른 산줄기들과 정순덕이의 고독과 설움이 밴
골짜기들 때문에 심한
가슴앓이를 요구하는 산이 지리산일지라도이 땅의 산악인들에게 지리산은 한국의 히말라야다!
중봉 넘어 하봉능선은 지리산의 상그릴라라 한들 누가 뭐라 하겠나.
천왕봉과 함께 주봉으로 쳐주는 중봉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조갯골 새재마을에서 하룻밤 묵고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면 거뜬하게 해낼 수 있는
써레봉~중봉~하봉코스는 조용하게 산행에 몰입할 수 있는 한적한 등반길이다.
승용차로 원점회귀 산행 하기에 좋고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중산리행 버스를 이용하여 덕산에서 하차.새재까지 택시이용.).
부산에서 아침 6시 정도에 출발하면 당일산행도 가능하다.
산행이 시작되는 새재마을은 대원사 주차장에서 5km 거리.
봉고차도 진입 가능하며 주차할 곳도 넉넉하다.
마을 입구의 다리를 지나자마자 도로 아래 낡은 농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10분 뒤면 계곡의 쇠다리를 건너 바로 산으로 들어선다.
햇살 가리는 숲길에 작은 실계곡을 끼고 외길을 따라 언덕배기같은
산등성이 세 개를 넘으면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
이정표 방향대로 길을 따른다.
폭우 때가 아니면 발 적실 염려가 없는 "바위계곡"을 가로질러 깔딱고개에 올라서면
써레봉과 치밭목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 위에 올라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난 무재치기폭포 전망대는 꼭 봐야 한다.
빗살무늬의 물보라가 치면서 무지개가 걸린다는 폭포가 장관이다.
고사목으로 만들어 놓은 야외식탁들이 운치를 더하는 치밭목 산장에서 써레봉 가는 길은 산장 남쪽으로 나 있다.
지리산에서 유일한 릿지길인 써레봉 정상 너럭바위에 퍼질러 앉으면 주위 조망은 압권이다.
원시림의 수해가 심연을 이룬 중봉골은 황천길처럼 길게 뻗었고
천왕봉은 중봉과 나란히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세로 버티고 있다.
고통없이는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는 법.
중봉까지는 1시간을 땀을 흘려야 한다.
제 명을 다한 고사목들이 가로누워 거치적거려도 길은 뚜렷하다.
천왕봉에 오른 산사람들의 함성이 지척에 들리는 중봉에 서면 자유 평화,.
좋은 것들이 거기 다 있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지리산의 너른 품이 속세를 향한 분노와 원망의 신경들을 안으로 불러 들여준다.
능선의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암봉을 돌아서 까탈스런 내림길로 내려서면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하봉이다.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약간 치우쳐 내려서면 국골과 쑥밭재 가는 갈림길이다.
오른쪽(북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침엽수로 덮인 능선 곳곳에 바위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쑥밭재 안부.
이곳에서 하산길을 잘 잡아야 한다.
진행방향 오른쪽의 키큰 산죽터널을 헤쳐 나와 급경사 아래로 떨어지면 너덜겅길이 계속되며
6.25 이후에 만들었다는 산간도로에 닿는다.
묵은 산간도로길을 30여분 편하게 걸으면 새재부락이다.
산행시간은 약 9시간.
/류정자.산우리 산악회 총무/
연동골
`한반도 히말라야`단풍 들었네!~
단풍철이면 어김없이 지리산으로 몰려드는 인파들...
그래도 지리산의 단풍은 한 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산을 뒤덮는 단풍바다, 유달리 고운 때깔로 "핏빛물결"의 백미를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뱀사골 피아골이다.
하지만 그곳은 단풍이 있어도 가을냄새가 없다.
줄을 잇는 탐승객의 물결에 이내 지쳐버린다.
번잡하지 않으면서 가을정취를 만끽하려면 연동골을 찾으면 된다.
휘파람새 날다람쥐 등 온갖 산식구들이 짙어가는 단풍과 함께 조용히 가을을 맞는 곳이다.
고로쇠나무 당단풍 등 단풍과 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바람소리마저 고요한 까닭에
지리산 어느 골보다 단풍이 아름답다.
연동골은 삼도봉과 토끼봉의 지맥사이에서 화개재로 흘러내린다.
6.25직전까지 마을이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마을이 있었던 그 시절에 남원과 운봉 사람들이 뱀사골로 하여 화개장을 넘나들던 장길이
지금의 등산로로 변해 있다.
걸출한 계곡미는 지니지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산길 덕분에
지리산을 사랑하는 등산마니아들이 숨겨놓고 즐겨 찾는 곳이다.
산행기점은 하동 쌍계사 북쪽 6km정도 들어간 목통마을이다.
쌍계사에서 4km쯤 가서 만나는 신흥마을에서 2차로 포장도로를 버리고
좌측의 시멘트길로 1km 더 가면 다리가 있는 수각마을(서너채의 집이 있다)이 나온다.
목통마을은 다리를 건너지 말고 골짜기로 더 들어가야 한다.
이곳까지는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이다.
10여가구가 울타리를 맞대고 있는 마을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민박과 토종벌을 먹여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인 산행코스는 목통마을~연동골~화개재~토끼봉~칠불사 능선을 거쳐
다시 목통마을로 하산하게 된다.
걸리는 시간은 6시간정도.
하지만 좀더 깊은 가을산을 느끼려면...
피아골과 연동골을 가르는 불무장등으로 하여 삼도봉을 거쳐 연동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훨씬 매력적이다.
산행은 최근에 설치된 목통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나 있는 농로를 따라 밭 언덕에 올라서면 시작된다.
양철지붕이 오롯한 외딴 농가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택하여 완만하게 1시간쯤 오르면
불무장등 능선상에 있는 당재에 닿게 된다.
당재마을 서쪽아래는 농평마을이 그림같이 터를 잡아 있다.
가야할 길은 진행방향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다.
여기서 30분쯤 더 가면 작은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이것이 통곡봉이다.
정유재란 때 인근의 의병들과 연곡사의 승병들이 올라와서 패전의 울분을 토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진다.
산세가 대장간 화로를 닮아 불무장등이라 불리는 능선은 사색의 등산로다.
길이 뚜렷하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별로 힘들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능선길을 곧장 따르면 길 잃을 염려도 없다.
당재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불무장등의 조망은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다.
하지만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해 있어 심심찮게 걸을 만하다.
불무장등을 돌아 내려서면 좌측으로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연곡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삼도봉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다.
여기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삼도봉까지는 40분정도.
길은 삼도봉 직전의 갈래길에서 오른쪽을 택해야 한다.
삼도봉에 서면 피아골과 뱀사골의 단풍을 볼 수 있다.
불을 사르는 듯한 단풍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삼도봉은 주변의 단풍도 일품이다.
단풍은 푸른 구상나무 사이 점점이 박혀 흡사 붉은 보석처럼 보인다.
하산은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서서 이정표가 있는 반대방향(남쪽)으로 택하면 된다.
30m정도 비탈길을 가파르게 내려서면 외길이 나오고 이후부터는 평탄하게 이어진다.
고로쇠나무와 당단풍이 즐비한 이 곳은 산허리를 돌아 줄곧 계속된다.
단풍길이 끝난다 싶으면 쑥대밭으로 변한 연동마을이 나온다.
화개재에서 연동마을을 거쳐 목통마을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정도.
연동골 단풍은 월말부터 내달 둘째주까지 절정을 이룰 듯.
총산행시간은 7시간이 조금 넘는다.
이 코스는 또 승용차를 이용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류정자. 산우리산악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