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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골목] <19> 호주 멜버른 '퀸즈빅토리아'마켓

금산금산 2014. 5. 14. 19:24

[광장&골목] <19>

호주 멜버른 '퀸즈빅토리아'마켓

 

개발 거부한 상가 건물 '문화 유산' 지정… 하루 방문객만 4만 명!

 

▲ 도심 재개발 광풍에도 살아남은 호주 멜버른의 퀸즈빅토리아마켓 내부.

오래된 전통 매대 위에 다양한 과일을 얹어 놓고 손님을 맞는 풍경이 정겹다.

이랑주 씨 제공

 

 

시장 탐방을 위해 세계를 일주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한 사장님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자신은 호주 '퀸즈빅토리아마켓'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는데 호주에 오면 자신의 상점을 꼭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겠노라 약속하고 멜버른에 도착한 직후 그분 이름만 기억한 채로 퀸즈빅토리아마켓을 찾았다.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입구에 들어선 뒤 그를 찾기 위해 일부러 옷 가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입구 가까운 곳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이름을 들먹이니 주위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그를 찾아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홈페이지에 매장 위치나 전화번호를 남겨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주에서 김서방 찾기는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 교민이 운영하는 가게 많아

섭섭한 마음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시장 기행에 나섰다.

노란색 양철지붕으로 덥혀 마치 물류창고처럼 보이는 상가는 옷, 가방, 장난감, 보석 등의 패션용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한국 교민들도 옷부터 건강보조식품, 핫팩, 기념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다.

그런데 물건을 진열하는 집기가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사정을 알아보니 1878년 3월 시장이 문을 연 이래 130년 가까이 1천여 명의 상인들이 대부분 '스톨'(stall)이라고 불리는 재래식 매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상가에서는 매장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달 한 차례 상점 위치를 재배치한다.

그래서 장식이 많거나 무거운 매대보다는 가볍고 이동하기 쉬운 매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스톨은 낡았지만 기능적으로 가볍고 단순했다.

이런 이유로 이곳 상인들은 가볍고 튼튼한 플라스틱 매대 대신 일부러 전통 방식의 매대를 고수했다.

상당수의 매대가 100년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이곳 상인들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집착이 얼마나 큰 지를 짐작할 수 있다.


■ 한참을 기다려 햄버거 구입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들어서니 온갖 먹거리가 가득했다.

수산물, 육류, 유제품, 초콜릿, 과자, 빵 등은 물론이고 이들 식료품을 가공한 햄버거, 피자, 파스타도 넘쳤다.

특히 호주산 쇠고기부터 토끼, 캥거루 등

수백 가지 부위의 고기를 맛깔스럽게 진열해 놓은 육류 판매점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긴 줄이 늘어선,
유기농 소고기로 만든 수제 햄버거 가게에서 한참을 기다려 햄버거를 샀다.

몸에 좋다고 하니 더 맛있다.

휴게실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가 식탁 위에 남은 음식물을 깨끗이 닦았다.

청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좋았다.

식료품 상가를 빠져 나오면 퀸즈빅토리아마켓의 또 다른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세계 최대의 유기농산물 시장을 만나게 된다.

 32㎡의 면적에 호주 전역에서 생산한 각종 과일과 야채들이 빼곡히 진열된 채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과일과 야채들이 다 팔리고 빈 매대만 남았다.

호주 전역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화려한 색감의 과일과 야채 판매점은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 호주 최대의 전통시장 '자랑'

2만 1천여 평의 방대한 부지를 자랑하는, 호주 최대의 전통시장인 퀸즈빅토리아마켓은

시장을 처음 조성했을 때의 건물이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많은 상가 건물이 빅토리아 주정부로부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시설현대화라는 물결에 휩쓸려 초기의 고풍스런 건물조차 어색한 새 옷을 입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시장 건물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안타깝다.

이곳도 사실 현대화를 기치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1970년대 멜버른 시 당국이 도심 재개발을 추진하면서였다.

당시 시장 일대를 호텔비즈니스센터, 현대식 쇼핑몰로 가득 찬

복합 비즈니스센터로 개편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멜버른 시민들이 반발했다.

개발 광풍에 밀려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파괴하지 말라고 거세게 항의한 것이다.

퀸즈빅토리아마켓은 과일, 야채, 육류, 수산물, 유제품, 전자제품, 의류, 신발, 장난감, 주방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팔고 있는 만물시장이다.

하루 방문객만 4만 명에 달한다.

간이식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관광객들.

 

시장 한복판에 '잇츠 오스트렐리아'라는 가게가 있다.

이른바 '튀는' 제품만 모아놓고 파는 기념품 가게다.

이런 이유로 현지 주민들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다.

퀸즈빅토리아마켓은 물건을 팔고 사는 시장 기능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호주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