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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골목] <16>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

금산금산 2014. 4. 23. 07:33

[광장&골목] <16>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똑같이 진열하는 가게가 하나도 없네!"

 

▲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 큰 시장이라는 뜻의 그랜드바자르에서는 카펫, 가죽제품, 도자기류 등 다양한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그랜드바자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금속 세공품점. 이랑주 씨 제공

 

 

하나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터키다.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첫 터키 여행지는 그리스에서 가까운 에페소였다.

 공항에서 열차를 타고 에페소역에 내린 뒤 예약한 숙소를 찾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어디를 찾느냐"고 물었다.

숙소 이름을 얘기하니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손님이 왔으니 어서 역으로 오라"고 대신 전하는 것이었다.

앞서 그리스 여행에서 불친절을 크게 겪었기에 이 남자의 친절에 당황했다.

하지만 터키는 달랐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으레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지면을 빌어 터키인의 친절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세상에서 가장 큰 그랜드바자르

에페소파묵칼레, 카파도키아를 지나 터키의 옛 수도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은 '인류 문명의 야외 박물관'으로 불렸는데, 막상 가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동·서양의 다양한 문명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가장 서민적인 장소인 시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그랜드바자르'는 말 그대로 세계의 모든 문물을 보여주었다.

그랜드바자르는 화려한 돔 지붕을 갖고 있다.

푸른색 타일로 된 아치 돔은 모스크를 닮았다.

그러나 돔 곳곳에 포진한 조각상은 오히려 유럽을 연상시켰다.

미로처럼 이어진 바닥은 대리석으로 포장돼 있어 걷기에 편했다.

각 매장은 고객 시선을 끌기 위해 진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액세서리 가게들은 색상이 비슷한 보석을 한데 모아 진열했는데,

그 덕택에 색상 파워가 훨씬 더 강하게 연출됐다.

 

스카프 매장은 천정 아래까지 제품을 쌓아 놓았다.
이 때문에 멀리서도 스카프 매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트, 조명, 도자기, 전통 모자, 의류매장도 독특한 진열 방법으로 손님들을 유혹했다.

그랜드바자르는 이름 그대로 큰 시장이다.

보석, 카펫, 가죽제품, 수공예품, 그릇 등….

이곳에 없다면 다른 곳에도 없을 것 같다.


■ 달콤한 로쿰 인상적인 이집션 바자르

이집션바자르의 향신료 가게.

색깔이 비슷한 향신료를 한데 모아 매대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혔다.

 

 

그랜드바자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집션바자르'가 있다.

예전 이름은 '스파이스 바자르'(향신료 시장)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집트에서 들어온 물건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시장 이름까지 바꿔 놓았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묘하고 강한 향이 코를 찔렀다.

이곳이 원래 향신료 시장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터키식 젤리와 떡에 해당하는 '로쿰'의 달짝지근한 향이 풍겼다.

가게마다 시식그릇을 내놓았는데, 그 그릇 위의 로쿰을 한 조각씩만 맛보아도 속이 얼얼해졌다.

각 매장은 독창적인 진열법과 소도구가 눈에 띄었다.

한 가게는 이슬람 사원을 연상시키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지붕을 만든 뒤

그 아래에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을 새겨 놓았다.

 지붕 아래 천정은 적색과 금색으로 덫칠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열대에는 황금색 병에 향신료와 로쿰을 가득 담았다.


또다른 가게는 나이테가 살아있는, 오래된 나무로 매장과 진열대를 장식했다.

향신료도 터키 전통 항아리에 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눈길을 충분히 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적인 인테리어 로 이목을 끈 가게도 많았다.

한 가게는 투명 아크릴 판으로 매대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이 때문에 멀리서도 향신료 색깔을 구분할 수 있었다.

또 향신료를 알리는 표식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는데, 그것이 붉고 노란 향신료 색깔과 잘 어울렸다.

표식도 직선으로만 꽂지 않고 사선으로 약간 비튼 것이 재미를 더했다.



■ 국보급 전통시장 우리도 조성했으면

550년 전통의 그랜드바자르와 350년가량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집션바자르는 터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그 이유는 똑같은 물건을 팔아도 똑같이 진열하는 점포가 하나도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옆 가게와는 조금이라도 다르게, 조금이라도 더 멋있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상인들의 마음이 시장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보급 전통시장이 탄생해 전 세계 관광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