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14>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화려한 색의 '보헤미안 거리'… 무표정한 남포동과 너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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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의 쇼핑거리로 유명한 크네즈 미하일로바 스트리트 광장.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세르비아 왕국의 크네즈 미하일로바 오브레노비치 왕의 기마동상. 이랑주 씨 제공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느리디 느린 기차를 타고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로 왔다.
하지만 밤에 도착한 까닭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호스텔을 예약했다는, 기차 안에서 만난 불가리아
대학생들을 따라갔다.숙소는 호스텔이라기보다 10명이 함께 자는 공동 기숙사였는데, 이들이 밤새 수다를 떠는 바람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충혈된 눈으로 거리에 나섰다.
■ 세르비아 미인의 친절에 불안감 떨쳐
세르비아에 대한 안내 책자도, 정보도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따라 걷다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세르비아 미인을 만났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지난 2003년 한국에 공연 갔다가 부산이 너무 좋아서 3년 정도 살았다고 그는 말했다.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가수로 활동했는데 아직도 한국이 많이 그립다고.
그는 베오그라드에서 꼭 가봐야 할 곳과 먹어야 할 것들을 메모해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그 덕택에 우리는 세르비아에 대한 모종의 불안을 다 떨쳐버릴 수 있었다.
■ 독창적이며 예술적인 간판들 '눈길'
처음 간 곳은 예술의 거리로 잘 알려진 스카다리야 거리였다.
이 거리의 또 다른 이름은 보헤미안 거리인데 프랑스의 몽마르트르와도 비교 되는 문화예술의 거리다.
보헤미안 거리는 아름다운 꽃 장식과 화려한 색들로 장식해 놓은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우리나라의 인사동이나 대학로를 연상케 했다.
예쁜 카페와 세르비아 전통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많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르비아에서 활동하는 시인, 화가, 음악가 등 유명 예술인들의 주 무대도 바로 이곳 보헤미안 거리이다.
거리로 들어서면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크기가 조금씩 다른 조약돌로 포장된 길이 나온다.
걷기는 다소 불편하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거리를 즐기라는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조약돌 거리는 이곳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 준다.
예술가의 거리답게 레스토랑은 각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간판이
거리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똑같은 크기와 디자인을 한 남포동 거리와는 다소 비교된다.
■ 세르비아 전통요리 '체바피'
보헤미안 거리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는 세르비아 전통 음식인 '체바피'다.
체바피는 우리나라의 떡갈비와 비슷하다.
다진 소고기에 양파와 갖은 양념을 곁들여 소시지 형태로 만들었다.
소스에 찍어 먹어도 되고 빵 사이에 넣어 햄버거처럼 먹어도 된다.
우리나라 떡갈비보다는 덜 달고 약간 짭조름하다.
세르비아 맥주와 함께 먹으면 짠맛도 중화되면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사를 마치고 주 쇼핑가인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걸었다.
동유럽 어느 도시에나 존재하는 보행자 천국이자 베오그라드 청춘들의 집결지였다.
도심 중심으로 진입하면 칙칙하고 음산한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매력적인 여인들과 밝고 화사한 장식의
상점들이 눈길을 끈다.
마치 뉴욕 맨하탄의 뒷골목을 걷는 것 같다.
사회주의의 어두운 이미지는 거의 사라지고 자유 연애와 낭만이
세르비아 특유의 자존감과 함께 확산되고 있었다.
추천 여행지인 칼레메그단 요새도 들렀다.
사바 강과 도나우 강의 합류 지점에 자리잡은 요새는 베오그라드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새로운 쉼터로 사랑 받고 있었다.
성채와 망루, 전쟁박물관이 볼만했고 황혼의 도나우 강도 아름다웠다.
■ 권총강도 당하고 나니 '아찔'
1박 2일의 짧은 베오그라드 여행을 마치고 불가리아로 이동하는 야간열차를 탔다.
6인용 쿠셋 열차칸이었다.
한참 지나니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입구 쪽에 앉았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으나 세르비아에서 워낙 좋은 기분으로 여행해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얼마나 잤을까?
새벽 3~4시께 옆구리로 서늘한 것이 느껴졌다.
놀라 눈을 뜨니 입구에 앉았던 그 남자가 흉기를 들이댄 것이었다.
권총처럼 보였다.
그 무렵 열차는 국경지역을 지나면서 속력을 줄였다.
그 순간 우리 가방을 낚아챈 그들은 객차 밖으로 튕기듯 도망쳤다.
순식간이었다.
대응할 용기도, 소리를 지를 정신도 없었다.
무서워 뒤통수도 쳐다보지 못했다.
노트북 안에는 지난 두 달간 유럽에서 찍은 사진과 글, 각종 서류와 여행일정표가 들어 있었다.
추억과 계획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열차에서 내렸을 때에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기쁨보다 사라진 가방에 대한 회한이 더 컸다.
더 이상 여행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긍정의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이만하기에 다행이지."
사실이 그랬다.
자칫 더 큰 사고라도 당했으면 어쩔 뻔 했던가.
다행히 여권과 현금은 복대에 숨겨 빼앗기지 않았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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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손수레 바퀴가 이채로운 장신구 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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