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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골목] <12>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어시장

금산금산 2014. 3. 26. 17:15

[광장&골목] <12>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어시장

 

자갈치시장보다 작은데도 해산물 요리교실에 옥션 마켓까지…

 

 

▲ 뉴질랜드 오클랜드 어시장 입구에 놓인 강철로 만든 큰 배 모양의 대형 생선 매대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칠레 산티아고를 떠나기 직전이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택시를 탔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는 연착이라고 했다.

칠레에서 자주 겪는 일이지만, 막상 "연착"이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황당했다.


비행기는 예정 시각보다 두 시간 반가량 늦은 새벽 1시 45분에 이륙했다.

산티아고에서 새로운 여행지인 오클랜드(뉴질랜드 수도)까지 12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착시현상 하나!

우리는 21일 새벽에 산티아고를 떠났는데, 오클랜드에 도착하니 23일 아침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날짜 변경선을 지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통째로 날아갔다.

세계일주 여행을 계획했다면 어느 나라에서 날짜변경선을 지나는지 꼭 확인하고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잘못하면 예약이동수단숙박이 죄다 엉망이 될 수 있다.

수도라고 하면 으레 복잡한 도시가 연상된다.

그런 점에서 오클랜드는 확연히 달랐다.

청정한 공기와 파란 하늘부터 그랬다.

지형적으로 바다에 완전히 둘러싸인 오클랜드는 시내에서 조금만 걸어도 해변에 닿을 수 있었다.

요트 도시답게 항구에는 수많은 요트가 요트계류장에 정박해 있었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다.

그 장면에서 부산 수영요트경기장이 오버랩됐다.

너무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 시장에 요리교실, 공연장, 놀이터

시내 구경을 하다 부두 끝에 위치한 오클랜드 어시장을 찾았다.

부산 자갈치시장보다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시설 구성에 놀랐다.

특히 부대시설이 특이했다.

요리교실, 공연장, 강연장, 놀이터….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해산물을 파는 시장에 요리교실공연장, 놀이터라니?

건물로 들어서니 강철로 만든 큰 배 모양의
대형 매대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 매대 위에 커다란 생선이 놓여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첫 인상이 강했다.

횟감용 생선, 굴, 홍합, 갯가재,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이 곳곳에서 손짓했다.

선어 코너를 돌아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생선을 가공 처리한 2차 식품 판매장이 나왔다.

튀기거나, 굽거나, 훈제한 각종 생선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구입해 먹을 수 있도록 부위별로 포장하고 있었다.

 

어시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 풍경이 이채롭다.

 

 


■ 매주 목요일에는 야시장도 개설

그 옆에는 생선과 같이 먹을 수 있는 해산물 볶음밥, 파스타, 빵도 팔았다.

미니 슈퍼는 의외였다.

각종 야채와 소스를 팔았는데, 생선 요리를 할 때 꼭 필요한 부자재들이었다.

이른바 '원-스톱 장보기'가 가능했다.

이밖에도 와인 레스토랑, 해산물식당, 카페도 있었다.

1∼4월 중 매주 목요일에는 야시장도 개설된다고 했다.

이때 각종 해산물을 즉석에서 구워 먹는 행사가 열린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이지만

이곳을 사랑받게 한 것은 해산물 요리교실이 아닌가 싶다.

2층에 위치한 해산물 요리교실은 오클랜드 어시장이 직영했는데,

어린이교실, 주부교실, 관광객교실이 따로 있었다.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훌륭했다.



그 프로그램 중에는 고객이 사연을 보내면 유명한 셰프가 직접 요리해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단순한 판매시설을 넘어서 고객과 함께 호흡하려는 시장의 경영방식이 흡족했다.


■ 시장은 먹고 노는 삶의 공간

옥션 마켓도 흥미로웠다.

훈제연어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을 최저가부터 경매 했다.

운이 좋으면 킹크랩도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다.

사고, 먹고, 즐기고, 체험하는 시장은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이다.

자갈치시장도 지금처럼 사고, 먹는 기능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오클랜드에는 피시마켓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도 그중의 하나다.

오클랜드의 상징물로 통하는 '스카이시티타워'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시간마다 360도 돌아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오클랜드 시내를 다 구경할 수 있다.

스스로 용감하다고 생각한다면 192m 높이의 53층에서 시속 85㎞ 속도로 낙하해 16초 만에 내려오는

스카이점프도 추천하고 싶다.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