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광장&골목] <10>볼리비아 라파스 '마녀'시장

금산금산 2014. 3. 12. 16:35

 

[광장&골목] <10>볼리비아 라파스 '마녀'시장

주술용품·부적·말린 라마 새끼까지 내걸려 으스스한 느낌이…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즈의 중심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선, 크고 작은 상가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페루에서 볼리비아(Bolivia)로 넘어갔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각 개념이 거의 없는, 있어야 할 이유도 사실 없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남미여행의 기본 중 기본이었다.

이를 견디지 못하면 '행복한'(?) 남미 여행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튼 정오에 출발하겠다던 버스는 오후 2시를 넘겼다.

페루 뿌노에서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스까지 6시간이면 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8시간이 걸렸다.

국경을 지나 볼리비아 버스를 갈아탔는데, 페루의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창문은 없고 의자 스프링은 다 튀어나와 맨바닥에 앉아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 400원이 없어 배 타지 못하고

얼마나 달렸을까?

아니, 공중부양을 얼마나 겪었을까?

버스는 큰 강 앞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게 했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1인당 1.5볼리비아노(우리 돈 400원)를 지불하라고 했다.

환전을 하지 않아 1볼리비아노도 없었다.

달러는 고액이라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모든 승객이 강을 건넜지만, 우리는 단돈 400원이 없어 떠나가는 배를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낡은 버스를 실은 바지선마저 출발한다고 알렸다.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무작정 바지선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승객이 두고 떠난 짐과 우리 부부 밖에 없었다.

바지선 위의 버스는 작은 물살에도 심하게 흔들렸다.

공포가 이런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파스는 그런 과정을 거쳐 도착했다.

산 넘고, 물 건너….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천660m수도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우리와 '닮은 얼굴'에 괜히 친근감

라파스에서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알록달록한
보자기를 등에 지고 중절모를 쓴 할머니였다.

볼리비아 여자는 중절모를 즐겨 쓰는데, 미혼이라면 옆으로, 기혼은 똑바로 썼다.

작은 키에 검게 탄 피부, 동양인에 가까운 이목구비.

피부색이 짙고 선이 굵은 얼굴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하지만 가장 가난하기도 하다.

지형적으로는 6천m급 설산, 초현실적인 풍경의 우유니 소금사막, 핑크 돌고래가 사는 아마존 밀림 등

관광자원이 많음에도 그러했다.

라파스는 수도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너무 낡았다.

무허가 판자촌 같았다.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외벽은 조악한 벽돌이 덕지덕지 붙었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좁은 도로에 낡은 차들이 무질서하게 달렸다.


■ 주술용품과 부적, 말린 토끼도

마녀시장에서 팔고 있는 말린 라마 태아.

새 집을 지을 때 마당에 묻으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이 전해지고 있다.

라파스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은 마녀시장.

네그로 시장에서 산타크루즈 거리의 언덕길을 내려가면 람푸 거리와의 교차로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리나레스 거리까지가 마녀시장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초, 부정을 막는 부적 등을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새 집을 지을 때 마당에 묻으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에 지금도 가게마다 말린 새끼 라마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있다.

또 각종 주술용품과 부적, 말린 토끼, 벌레 등도 많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조금 어색하고, 때로는 무섭다.

시장이 끝나면 라파스 관광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 프란시스코 광장

나온다.

광장 중앙에 있는 산 프란시스코 교회(1549년)
스페인과 남미 건축이 혼합된

메스티소-바로크 양식이라고 한다.

광장에는 원주민시민,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 '주르륵'

길거리 음식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의 고로케와 비슷한 살떼냐는 제법 입맛에 맞다.

밀가루 반죽 안에 삶은 달걀과 올리브, 양파, 감자, 고기 등을 넣어 한 입 베어 물면 주르륵 육즙이 흘러내린다. 

광장에서 12분 정도 걸어가면 또 하나의 광장인 무리요 광장이 나온다.

주변에는 대통령 관저,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박물관, 영화관 등도

 있다.

여행자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라파스 여행은 불편하지만 행복한 일정이었다.

더 많은 물질을 가지려 노력하지 않고, 현재의 삶에 자족하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