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광장&골목] <8>아테네 '플라카' 시장

금산금산 2014. 2. 26. 18:52

 

[광장&골목] <8>아테네 '플라카' 시장

'얼굴마담'에 이끌려 가게 속에서 만난 보물… 시장은 살아 있다!

 

▲ 백정 거주지로 시작된 그리스 아테네의 중앙시장 전경.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으로 육류, 생선, 야채, 치즈 등 온갖 생필품을 여기서 다 구입할 수 있다. 이랑주 씨 제공

 

 

제우스,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아폴로, 아르테미스, 아테나….

이들 신이 사는 땅
그리스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아크로폴리스.

해발 156m인 아크로폴리스는 '높은'(아크로) 언덕을 뜻하는 지역으로, 해발 고도가

그리스 수도인 아테네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서울의 남산(265m)에 비하면 100m가량 낮다.

그럼에도 아크로폴리스는 신을 경배하는 신성한 땅으로 아무나 올라갈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디오니소스극장, 에렉테니언 신전, 니케 신전도 여기서 둘러볼 수 있다.


■ 액세서리 가게의 밧줄 타는 마네킹

신화 여행이 끝나고 언덕을 내려오면 플라카광장에 이른다.

비잔틴교회, 모스크, 중세의 집 등 시대를 초월한 건축물이 서로 얽히고설킨 광장 주변은

아테네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한 도시다.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광장 주변의 골목은 낡고, 좁고, 복잡하다.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기념품과 잡화를 파는 가게가 있다. 

공룡과 마네킹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액세서리 가게.

그중 사람들이 목을 빼고 쳐다보는 가게가 하나 있어 다가가니 액세서리 가게였다. 자세히 보니 가게의 천장 밑에서 공룡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울부짖고, 그 옆으로

이 가게에서 파는 각종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낸 남녀 마네킹이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순간 무릎을 쳤다!

 액세서리 가게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었다.

공룡두 마네킹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 가게의 마스코트얼굴마담이었다.


■ 활기 넘치는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장

'총각네야채가게'로 유명한 이영석 씨는
바나나 행상 트럭에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원숭이도 바나나 트럭의 얼굴 마담이었던 것이다.


재래시장을 가보면 '직접 담근 시골
된장 팝니다'라고 써놓고 플라스틱 통에 된장을 파는 가게를 더러 본다.

이렇게 하면 누구도 직접 담근 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때는 된장항아리를 입구에 놓아야 한다.

항아리가 얼굴마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마솥 국밥집에도 가마솥이 얼굴마담이 된다.

바쁜 현대인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10초 안에 유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얼굴마담이 필요한 것이다.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일요일에도 아테네에 머물렀다.

매주 일요일 오전, 상점들이 문을 열기 직전에만 길거리에서 여는 벼룩시장이기 때문이다.

셔터가 내려진 문에는 재밌는 그림이 가득했는데, 그것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변에 싼 숙소와 식당이 많아 이곳에는 늘 배낭 여행자들로 들끓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 백정 거주지로 시작된 중앙시장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아테네 중앙시장을 가보는 것이 좋다.

고기, 생선, 야채, 허브, 치즈, 올리브 등 온갖 생필품을 이곳에서 다 살 수 있다.

주종목은 육류와 생선이다.

그 이유가 있다.

수 세기 전 이곳에 백정들이 모여 살면서 육류 노점상을 차린 것이 시장의 조성 계기다.

정육점은 하나같이 다 깨끗했다.

직원들은 하얀 가운을 걸쳤는데, 아마 청결을 중시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육시장을 지나면 과일시장이 나온다.

눈길을 끄는 장면은 이곳에서도 넘쳐났다.

우리나라와 달리 꼭지가 잘 보이도록 토마토를 진열했는데, 아마 꼭지만 보고도 토마토가 싱싱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 것 같다.

한 과일가게는 반으로 잘라놓은 복숭아레몬을 앞쪽에 전시했다.

속까지 싱싱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파는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 수직으로 진열한 생선 '눈길'

생선가게진열법은 더 독특했다.

생선이 펄떡거리며 수면 위로 치솟아 올라오는 것처럼, 생선을 수직으로 세워 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진열 모습을 보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다.

아테네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다.

지중해 특유의 향과 맛, 형형색색의 공예품도 좋았다.

해가 지면 조명으로 불을 밝힌 신전을 노천카페에 앉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시장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