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9>쿠바 아바나 '산호세' 시장
'가장 로맨틱한 독재국가' 수도에 변화의 바람은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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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수도 아바나의 거리축제. 청년들이 키다리 목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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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고된 항공권 구매 전쟁과 달리 비행기는 1시간 30분 만에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 도착했다.
누가 그랬다! 아바나는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독재국가의 수도라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부터 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랐다.
거리는 다국적 기업의 요란한 광고판 대신 정치적인 선전문구로
도배질됐다.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초대형 얼굴사진이었다.
체 게바라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회주의 혁명투사다.
현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이상사회를 끊임없이 지향한 그를 세계 젊은이들이 우상처럼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다.
■ 세상의 올드카 여기에 다 모였네
아바나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지역은 구시가지다.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식민지 시대의 모습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박물관에 있을 법한 올드카들이 여전히 매연을 풍기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1950년대 클래식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간 느낌이 든다.
이들 차는
미국 부호들이 휴양을 즐기기 위해 가져왔다가 국교가 단절되면서 두고 간 것이라고 한다.차는 도색 덕택에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다 녹슬고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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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올드카. |
체 게바라만큼이나 쿠바를 사랑한 이가 또 한 사람 있다.
세계적인 문호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그는 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이 상을 받은 최초의 입양 쿠바인이라 더 행복하다"고 소감을 피력해
쿠바인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았다.
그런만큼 아바나에는 그를 기념한 명소가 많다.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한 암보스 문도 호텔은 그의 사진과 작품을 지금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 생전에 그가 자주 찾았던 술집,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는 헤밍웨이 동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 매일 모히토를 놓아둔다.
■ 가장 흔한 기념품이 체 게바라?
산호세 시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기념품이 필요한 관광객도 으레 이곳을 찾는다.
기념품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야구방망이. 쿠바가 아마추어 야구의 최강국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밖에 쿠바의 자연과
건물, 골목길을 담은 그림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하지만 가장 흔한 기념품은 역시 체 게바라?
기념품 가게마다 체 게바라를 기념한 물품이 가득하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는 기본이고, 붉은 별이 달린 검은 베레모, 엽서와 포스터, 평전, 열쇠고리, 목각 장식품 등
없는 것이 없다.
이렇게 체 게바라 밖에 안 보이니 그를 하나 장만하지 않으면 안될 압박감이 느껴졌다.
한 도시가 하나의 세계적인 아이템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국내에도 함평하면 나비, 고성하면 공룡이라는 등식이 생기듯이 쿠바하면 역시 체 게바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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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광장에 세워진 체 게바라 대형 전광판. |
■ 쿠바도 자영업 열풍 '서서히'
말레콘 해변은 카리브 해를 따라 시원하게 뻗었다.
그 해변을 끼고 아바나 구시가지로 접어들면 도로에 죽 늘어선 상점들을 볼 수 있다.
최근 이들 상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북한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던 쿠바가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자영업을 허용하면서 자영업 허가증을 가진 가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 열풍은 주택가까지 확산되고 있어 집 한쪽이나 마당을 고쳐 잡화점이나 식당을 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쿠바는 변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신명과 흥을 잃지 않는 쿠바인들의 독특한 삶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밤에 돌아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고, 최고급 랍스타 요리를 단돈 5천 원에 먹을 수 있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3천 원에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쿠바다.
타악기 리듬에 온몸으로 화답하고, 낯 뜨거운 애정표현을 거리에서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곳도 역시 쿠바다.
쿠바를 왜 로맨틱한 독재국가라고 부르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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