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이야기 공작소 <13-6> [해운대 '고운' 이야기]- '노래하는' 해운대

금산금산 2014. 6. 7. 12:22

이야기 공작소 <13-6>

[해운대 '고운' 이야기]- '노래하는' 해운대

낭만과 추억 해운대 밤바다…길거리 음악공연, 신세대 문화코드로

 

 

부산 해운대 해변이 젊은이들의 버스킹(거리공연) 명소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문화지형을 그려내고 있다. 3년째 해운대에서 활동해 온 박귀환 씨가 해운대 노보텔 앞 해변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 2~3년 전부터 버스킹 속속 등장
- 매일 밤 시민·관광객 상대 공연
- 본격 여름엔 수십개 팀 어우러져
- 해운대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

- 스컬&하하·바이브·지조 등
- 신세대 인기 대중 가수들도
- 해운대 소재 가요 잇따라 발표
- 지속가능 콘텐츠로 활용해야


 

■ 해운대 버스킹

귀환(26) 씨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저녁 7시30분, 더 늦어지면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길거리 공연을 한지 올해로 3년.

늘 부르는 노래지만 매번 느낌이 다르다.

지천에 봄꽃이 피어난 요즘은 마음이 살랑살랑 달뜬다.

바다 위에 달이라도 뜨면, 귀환 씨의 노래는 밤바다의 나룻배가 되어 더 멀리 퍼져간다.

 

오늘은 누가 찾으려나.

팬 카페(와일드플라워)에 [응원글]이 몇 개 떴다.

힘이 된다.

공연 횟수가 쌓이면서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다.

지난 겨울 주말엔 300여 명까지 모았었다.

그날 수입(찬조금)이 40만 원쯤 됐다.

황홀했다.

그땐 '노래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렇진 않지만 관객들도 호의적으로 변한다는 걸 느낀다.

해운대는 찬조를 아는 외국인들과 세련된 여행자들이 구경꾼으로 참여해서 좋다.

저녁 8시 노보텔 앞에 도착한 귀환 씨는 늘 하던대로 미니 앰프를 켜고 스탠드를 세워

마이크를 장착한 뒤 기타 케이스를 열어둔다.

오늘은 '벚꽃엔딩'으로 시작해볼까.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oh yeah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의 정규 1집 타이틀 곡]인 '벚꽃엔딩'은 귀환 씨에게 일종의 주문과도 같은 노래다.

 버스킹(길거리 공연)의 신화이자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버스킹으로 출발해 방송출연 없이 음원 차트와 음악 프로그램 정상을 차지했다.

작사 작곡을 함께 하는 귀환 씨는 꿈꾼다.

해운대에서 제2, 제3의 버스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5월에는 개인앨범도 낸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해운대 바다의 아날로그 감성을 담았는데,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자작곡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귀환 씨는 '야생초처럼' 다짐한다.

"노래는 내 청춘의 희망이요 존재증명이다.

듣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는 한 나는 길거리 공연을 계속할 것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버스킹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작년 여름 광안리와 함께 해운대 버스킹이 '빵' 터졌다.

사회적 변화와 기호의 산물이었다.

해운대에는 요즘도 매일 밤 버스킹팀들을 만날 수 있다.

적을 땐 서너 팀, 많을 땐 10여 팀이 판을 펼친다.

여름이 되면 수십개 팀이 어우러진다.

이는 숫제 선물이자 축복이다.

억지로 만들어지지도, 만들 수도 없는 자연발생적 거리축제가

거의 매일 해운대 밤바다를 추억과 낭만으로 물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버스킹은 해운대를 젊게 하는 [신세대 문화코드]다.

 

 



■ 신세대 감각의 해운대 연가들

해운대 버스킹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는 데에는

[신세대 가수]들이 잇따라 '해운대 연가'

독창 또는 합창하고 있는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해운대 노래들이 [타령조에 머무르지 않고]

신세대 에너지에 실려 가요계의 신선한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발라드 남성듀엣인 '바이브'는 [정규 6집 앨범] 'ritardando'(리타르단도)를 통해 타이틀곡 '해운대'를 공개했다.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벅스뮤직, 올레뮤직, 소리바다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장식했다.


'해운대 그 바다에 우리 이야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

내 마음도 몰라주는 부산 갈매기/ 네가 그녀에게 전해주렴 나의 이야기/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차마 네게 하지 못했던 그 말/

해운대 앞바다에서/ 너는 내 품에 안겨서/ 오빠야~ 사르르 녹던 밤/

오빠야~ 와르르 무너지던 밤/ 그 바다에 너를 모두 던져버렸어…'

 

 



바이브의 '해운대'는 '부산 갈매기'가 나는 해운대 앞바다에서 옛 여인을 기억하는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다.

여성 듀엣 다비치의 강민경이 부산사투리 억양의 느낌으로 '오빠야~'라고 피처링한 부분도 이색적이다.

지금까지 해운대를 노래한 어떤 노래보다 '해운대적'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프리 스타일 랩의 실력자로 떠오른 히어로 래퍼 지조(Zizo)도 '겨울 해운대'를 발표,

해운대 노래 목록이 한층 풍성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3 출신 가수 김예림이 피처링에 참여했고, 배우 신소율과 김정헌이

연인으로 출연한 뮤직비디오 또한 화제로 떠올랐다.

노래의 주제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자'이다.

'…여행을 떠나자 단둘이서 준비물 없이 타고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너를 안겠어/

…조금 더 놀고 싶은 어린애처럼 졸라도 바뀌지 않는 겨울 해운대/ 저녁엔 어떤 일을 할까

부산인데 회 먹으러 갈까/ 어차피 늦어서 집에 오늘은 못가 오늘은 all night alright/

너와 단둘이서 해변 위에 있어 여기는 겨울 해운대…'


지난해 10월에는 남성 듀엣 그룹 '디셈버'의 보컬 DK가 '달맞이길'이라는 싱글앨범을 냈다.

'난 부산사람이 아닌데…'로 시작하는 이 곡은 연인과 걷던 달맞이길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다.

힙합 비트와 발라드 멜로드가 섞인 감각적인 곡이어서 마니아층 사이에서 꾸준히 퍼지고 있다.


■ 가요계의 해운대 마케팅

젊은 세대를 겨냥한 해운대 대중가요의 신호탄은 2011년 케이준의 '해운대'였다.

부산시 지원을 받고 코믹 뮤직 비디오와 함께 제작된 전형적인 바캉스 뮤직이다.

가수 겸 개그맨인 하하(하동훈)의 해운대 인연도 각별하다.

하하는 요즘도 '해운대!' 하면 자도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2011년 여름 해운대에서 '번개 버스킹'을 가져 관심을 모았던 하하는

이듬해 스컬과 레게듀오를 결성해 '부산 바캉스'란 곡을 내놓았다.

레게풍의 리듬에 실려오는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해운대의 넘실거리는 파도가 가슴을 적실 것만 같다.


'오늘밤엔 분명히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 될 것 같은데/ 잠시만 어제 고민 다 접어 놓고 별을 보러 떠나요./ Baby~ 어젯밤 울었나요? 두 눈 부어있네요/ 내 손 잡아요… /그대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해줄게 오늘밤 RAH- / Let's Go~ Everybody come to 해운대(오, 오)…'



하하는 지조의 '겨울 해운대' 티저 홍보영상에도 참여해 해운대 연대감을 과시했다.

게다가 얼마전엔 걸그룹 타이니지(도희 제이민 민트 명지)의 도희가 트위터를 통해 "안녕 해운대"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리자, "살아있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도희는 "살아있지요. 부산 아이가"라고 재치 있게 응수해 눈길을 끌었다.


가요계 일각의 '해운대 마케팅'은 일종의 문화현상으로서, 세계도시 해운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호재다.

해운대구청은 해운대 관련 대중가요를 자체 SNS 등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적·영속적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해운대를 빛낸 가요들

 

- '해운대 엘레지(손인호)'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불후의 명곡으로 국민사랑 한몸에

손인호'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백한기 기자 baekhg@kookje.co.kr

해운대 하면 불현듯 '엘레지'가 떠오른다.

엘레지(elegy)는 슬픔을 노래한 문학이나 악곡을 말한다.

노래가 슬프다면 이별 또는 외로움의 정서를 담았기 때문일 터.

언제 봐도 장쾌한 해운대 바다는 그마저 다 받아 안고 노래하게 한다.

'…울던 물새도 어데로 가고 조각달도 흐르고/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나는 가련다 떠나 가련다 아픈 마음 안고서/ 정든 백사장 정든 동백섬 안녕히 잘 있거라'(손인호 '해운대 엘레지' 중)


1958년 발표된 '해운대 엘레지'(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는 [해운대 대중가요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해운대의 엘레지는 여기서 싹텄다.

긴 세월 변함없이 자라난 엘레지의 싹은 조용필과 전철의 트로트로, 신세대의 연가로 피어났다.

부산과 이렇다할 연고가 없는 손인호가 '해운대 엘레지'를 부른 것은 순전히 장소성 때문이다.

해운대 백사장엔 임이 있고 정이 흐른다.

손인호의 미성은 애조띤 가사와 선율에 실려 왠지 모를 그리움에 사무치게 한다.

1927년 평북 창성 출생인 손인호(본명 손효찬)는 이른바 '38 따라지'로, 150여 곡의 노래를 발표해

많은 히트곡을 냈음에도 오랫동안 [얼굴 없는 가수]로 지냈다.

그가 올해 88세의 최고령 가수이고, 유명한 영화 녹음기사였다는 것도 최근 드러난 사실이다.


'해운대 엘레지'는 지난 2000년 해운대구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해운대를 가장 잘 나타낸 노래'로 선정된 바 있다.

해운대 송림공원에 있는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는 그 결과의 산물이다.

해운대 송림공원 부근에 세워져 있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비.

조용필의 최대 히트작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곡도 해운대와 인연이 깊다.

첫 머리의 '꽃피는 동백섬'이 [최치원 동상]이 있는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려 '부산을 가꾸는 모임'은 1994년 자체 기금으로

해운대 송림공원에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비를 세웠다.

높이 2.6m의 노래비 상부는 청동판에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와 갈매기,

오륙도를 형상화했고, 하부 대리석에는 노래 가사를 2절까지 새겼다.

전철의 '해운대 연가', 윤수일의 '해운대'도 해운대 노래 목록에서

빠져선 안될 명곡들이다.

무명의 전철을 뜨게 만든 '해운대 연가'는 국민 가요의 반열에 올라 있는

 반면, 윤수일의 '해운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다.

노래가 히트하는 것은 가수의 유명세와 관계없는가 보다.

하지만 윤수일의 '해운대'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이런 노래가 다 있었네"라고 감탄한다.

특히 마지막 가사 '…수없이 흩어진 발자국 위에 추억만 남은 해운대'라는 엔딩 부분이 은근히 매혹적이다.

해운대가 재발굴해야 할 가야 콘텐츠일 것 같다.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해운대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