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이야기 공작소 <14-3> [부산시민공원 스토리]- 시와 그림으로 보는 '하야리아 추억'

금산금산 2014. 6. 29. 07:41

 

이야기 공작소 <14-3>

[부산시민공원 스토리]-

시와 그림으로 보는 '하야리아 추억'

 

하늘빛 폭포는 무지개를 발하며 백두산 천지의 물을 뿜어내리라

 

 

 

부산시민공원 이미지. 수채화

 

 

- 일제 강점시기엔 일장기가 나부꼈고
- 6·25이후에는 성조기가 게양됐던 곳
- 전쟁 부산물로 탄생,민족애환 서린 땅

- 이제 100년의 장막 벗고 주인 품으로
- 펄럭이는 태극기는 자긍심 자리매김

- 물과 흙, 바람과 꽃, 숲과 사람의 세상
- 새로움·옛기억이 소통하는 공원 변모
- 부산시민 정신으로, 우리들의 손으로
- 가꾸고 다듬어 세계적 명소를 꿈꾼다

 

   
일제 강점기 경마장 모습. 콘테 스크래치.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도시의 폐 하나가 생겨 산소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여느 공원과는 다른 시민과 함께 구상되고 키워나갈

행복한 안전 중심의 U-파크 문화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상상은 자유로운 날개를 탄다.


복원공사를 통해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부전천전포천이 흐르고

넓은 잔디밭과 정원, 그 사이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의 숲길이

은행, 느티, 금강송, 후박, 메타스퀘어 등의 숲을 따라 시원하게 열린다.

하늘빛 폭포는 새로움을 뿜어내고, 음악분수, 도심백사장, 미로정원, 경마로, 참여의 벽, 노을정원, 에코 브리지 등이 상상의 나라에 온 듯 새롭고 다양한 공간과 시설이 맘을 끈다.

 

플라타너스 숲은 옛날을 소곤대고, 상처투성이 나무전봇대들이 기억의 등을 켜고,

막사, 학교 등 기존 건물을 살려 옛 흔적도 남는다.

물과 흙, 바람과 꽃, 숲과 사람의 세상!

새로움과 기억이 소통하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돌아온 땅,

신·구문화의 새로운 충돌지로서의 면모가 기대되는 이곳, 하릴없이 선 감시초소가 오히려 정답기도 하다.



[하야리아]는 약 100년간 민족의 애환이 서린 땅이었다.

일제 강점기엔 일장기가, 한국전쟁 이후에는 성조기가 게양되었던 곳!

만감을 떨쳐내고 바야흐로 내걸린 태극기를 본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가 시민의 자긍심으로 다가온다.



심중에 돌을 품고 견디어온 그 백년, 눈 코 입 귀 몸과 마음 자유로울 수 있던가
평화의 새여 날아라, 삶과 사랑을 노래하라
(박옥위 시 '결')



   
한국으로 배속되어 온 미군병사. 파스텔 스크래치.

2010년 7월까지, 오랜 날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위압감을 주던

금단의 땅, 미군들, 카투사, 포로들, 삼엄한 경비!

어디서 불쑥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 시거를 문

흑인병사와 짙은 화장의 한국여성, 미군과 한국 시민 사이의 사소한

다툼, 게이트 쓰리의 뒷문으로 빠져 나오는 물품들, 장사하여 떼돈을

번 사람들, 양공주, 뒷고기, 짬뽕죽, 얌생이몬다 따위의 말들이 생겨나고, 그 사이에 미국 MP 모습도 어른거리는 뼈저린 삶의 기억이 이곳에 있다.

 

전쟁에 찌들어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시대에도

하야리아풍부한 물자평화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선망의 자리로 인식된 그곳에서는

가끔씩 동화의 나라를 연출하는 축제행사를 열었다.

해마다 한번 그곳을 개방하면 우리나라 민간인들도 초대되어

물건을 사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봤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야구를 하고 미국문화를 경험하고 어른들도 아이처럼 놀이차를 타곤 했다.

그때 그들이 주던 누린내 나는 찌짐이 피자였고, 빵이 햄버거였다니….

그렇게 문화는 교류하고 시간은 흘렀다.

한국여인을 두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미군병사, 어머니가 한국인인 검은 피부의 소녀, 머리가 뽀글한 눈이 슬픈 머슴애들, 미군과 살다 헤어진 여인들과 아빠를 잃은 아이들, 슬프고 아린 밑바닥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성했다.

합일할 수 없는 생각들, 알 수 없는 미움들이 자라고, 선망과 미움이 교차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하야리아를 보는 느낌이 아니었던가.



[하야리아] 16만평시민공원으로 돌아온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좀 더 일찍 우리에게 돌아왔다면 시민공원이 되었을까?

만일 내로라하는 몇몇 재벌들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한 느낌이 든다.

이곳을 반환받기 위해 노력한 시민들과 부산시민공원이 되게 힘을 모은 시민들의 힘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성숙한 시민정신의 쾌거라 할 만하다.



   
하야리아 부대 반환식. 파스텔 스크래치.

이곳엔 나도 여고시절의 추억이 하나 있다.

1953년 7월 휴전이 조인되고 판문점에 중립국이 감시를 하고 있던

때였다.

스위스와 스웨덴,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가 분단된

우리나라의 평화감시단으로 있었다.

그 때 중립국의 사명으로 왔지만 공산주의 성향이 짙은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불신하여 자국으로 축출할 것을 결의하고

데모를 하였다.

우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주먹을 쥐고 외쳤다.

"물러가라 체코, 폴란드!" "물러가라 적성감위!"


뜨거운 태양은 길바닥이 하얗도록 내리쬐고 우리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물러가라'를 외쳤는데

우리 다음에 바통터치를 하듯 다른 학교에서도 데모를 이어갔다.

데모를 마치고 오는 우리들은 파김치가 되었다.

그 때였다.

친구 하나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물러가라! 내 코! 풀 란 다! 물러가라! 내 코! 풀 란 다! 물러가라! 너 거 들!"


이런 구호라니!...

우리들은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체코 폴란드''내 코 풀란다' 로 변질되었으니 그 기발함이 피로를 획 날려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끓어오르는 폭소였다.

친구들은 하야리아 부대 앞의 폭소 만발을 아직도 기억하리라.



[하야리아]는 전쟁의 부산물이다.

 

과연 지금 평화는 왔는가?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생명을 꽃피우지 못한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어린오빠는 죽어서 눈이 푸른 군인과 만났을까
전쟁의 냄새는 젊은이를 부르고 때로 그들을 볼모로 잡아둔다

새들은 서식처, 모습, 울음, 먹이마저 다르지만
먼 해원을 날아가며 평화를 노래하지
조국의 아픈 생채기여, 풍전등화 같던 조국의 운명
보병은 싸움터에 나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가끔 하늘나라로 새들은 날아 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젊은 나이에 어찌해 목숨을 버렸냐고 천둥소리로 꾸짖는 이를 만나
보병은 나라를 지키다 붉게 떨어졌노라 묵묵히 고백할까

그때 눈이 푸른 이국의 병사가 더듬더듬
이국의 하늘 아래서 이슬로 쓰러졌노라 말할 때
순간 그들의 눈빛은 전광석화같이 마주 닿았으리

 

어느 고지에서 그 붉은 꽃숭어릴 떨구었는지
더듬더듬 서로의 조국을 말하며 고향을 말하며 손을 잡았는지

그리운 어머니를 말하며 누이를 말하며 못다 한 꿈을 이야기 하였는지
동갑인 십 구세 푸른 눈의 젊은 군인과 함께 오빠는

마음이 쓸쓸할 때처럼 휘파람을 불었는지

그 밤 푸른 별이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지고
지상의 풀밭엔 이슬들이 별처럼 초롱하였는지

(박옥위 시 '어린 보병과 푸른 눈의 병사는')



   
박옥위 시인(왼쪽), 송영명 화가

공원 북동쪽 언덕, 캠프 [하야리아 사령관의 관저]였던

붉은 기와집'숲 속 북카페'가 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과 책 읽는 시민들의 정신이 결국은

인류사랑에 있지 않겠는가!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 보다 나은

명품공원을 표방하며 시민은 힘을 모았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민정신으로 세계적인 명소의 꿈을 꾼다.


이제, 하늘빛 폭포는 무지개를 발하며 백두산 천지의 물을 뿜어낼 것이다.

글 =박옥위 (시인) 그림=송영명(화가)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시설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