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34>
스페인 '산타카테리나' 시장
67색
물결치는 지붕 아래서 '신선함'을 파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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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 모양의 지붕과 불규칙한 나무조각을 잇대 예술 가옥처럼 보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타카테리나' 시장 전경. 이랑주 씨 제공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도심. 산타 마리아 델 마르의 중세 교회와 대성당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가면 화려한 지붕 하나가 눈길을 끈다. 32만 5천 개의
타일로 만들었다는 산타카테리나시장의 지붕이다. 지붕이 워낙 특이하고 아름다워 현대미술관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67가지 색상의 화려한 지붕 '눈길'
지붕은 주황색, 노란색, 옅은
보라색, 잘 익은 가지색, 화사한 녹색 등 형형색색의 타일로 물결을 이룬다.
타일 색깔이 무려 67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색깔은 시장에서
팔고 있는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각각 표현한 것들이라고 현지인들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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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알록달록한 지붕은 32만 4천 개의 타일로 만들었다. |
산타카테리나시장은 1848년부터 운영됐다.
하지만 시 재정이 좋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그때 재개발을 논의하던 상인들과 시청 공무원들은 산타카테리나시장의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당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에게 리모델링 설계를 맡겼다.
그는 물결 치는 지붕을 콘셉트로 잡고 나무 조각을 낱낱이 커브 모양으로 만들어 설치했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1997년 시작된 공사는 8년이 지나 2005년 완공됐다.
그럼에도 시장 상인들은 이를 참고 견뎠다.
그런 긴 기다림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을 갖게 된
것이다.
■ 대형 슈퍼마켓과 공존하는 전통시장
아름다운 것은 지붕 만이 아니다.
실내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곡선이 잘 살려진 철골과 나무 마감재에서 따뜻한 느낌이 풍겼다.
특히 곡선 철골은 수직이 아니라 나무덩쿨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문틀 모양의 사각형 나무조각이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뒤쪽 출입구도 이색적이었다.
전통시장의 내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술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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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 과일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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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청결한 통로에 현대적인 냉장 시스템이 갖춰진 매대 위의 생선은 갓 잡아 올린 듯 신선하게 느껴졌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자연스러운 경사로 위의 과일도 색 조화가 잘 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상점은 대략 100여 개에 달했는데, 직접 구워서 파는 빵 가게, 꽃 가게, 정육점, 조리도구를 파는 상점 등이었다.
그런데 묘한 곳이 하나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이었다.
전통시장 안에 대형 슈퍼마켓이라니! 슈퍼마켓은 전통시장에서 팔지 않는 상품만을 판매했다.
즉, 시장은 농산물과 같은 1차 상품을 주로 팔고, 슈퍼마켓은 휴지, 그릇, 앞치마 등 공산품을 판매했다.
상생 효과가
돋보였다.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기보다 보완하는 모습이 좋았다.
■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오늘의
요리'
슈퍼마켓 주변에서 땅을 파다 만 흔적을 발견했다.
더 가까이 가 보니 고대 유물이 땅속에 있었다.
유적을 그대로 두고 유리 지붕으로 막은 것이다.
한 귀퉁이에 설명판이 있었다.
시장을 재개발할 당시, 로마시대의 고고학 유적이 발견됐고
이를 고증해 지금의 유적박물관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시장 바깥으로 나가니 파라솔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카페테리아와 빵 가게, 스낵바 등이 있었다.
그중 가장 넓고 세련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때 레스토랑 입구의 전광판에서 붉은 시그널이 깜박였다.
처음에는 주의사항을
알리는 문구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늘 가장 신선한 재료는 홍합'이라는 내용이었다.
덩달아 홍합으로 만든 요리가 줄줄이 표기됐다.
홍합탕, 홍합파스타, 홍합찜….
우리는 홍합탕과 비슷한 음식을 주문했다.
치즈와 올리브가 들어가 있어 고소했다. 재료가 신선한 까닭에 식감이 좋았다.
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라는 말이 맛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제공이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고객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전통과 현대건축이 빚어낸
명품시장
시민들의 기대와 응원 속에 재탄생한 산타카테리나시장은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
전통과 현대 건축이 묘하게 절충된 예술작품이다.
요즘도 건축학도와 디자인 전공자들은 이곳을 마치 성지처럼 방문한다고 한다.
사실 바르셀로나에서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언급하지 않고 도시를 설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도시라는 얘기다.
그러니 전통시장을 하나 리모델링해도 역사에 길이 남은 작품을 내놓는 것이리라.
은근히 질투가 났다.
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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