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2> 거제 '외도 보타니아'

금산금산 2014. 9. 10. 10:53

섬…섬사람 <2> 거제 '외도 보타니아'

뭍사람 오만함 버리고 자연에 맡긴 초록낙원

 

 

 

잘 조성된 외도 보타니아의 조각공원이 아담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낙도에 반한 부부 귀농후 농사 실패
- 순리순응 다짐 바다 위 수목원 조성
- 식물과 조형물로 동화 속 나라 꾸며
- 내년 접안시설 확장 365일 관광 기대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항에서 뱃길을 연 지 불과 10여 분.

배는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외도 보타니아'에 도착했다.

섬 외관부터 이국적인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섬을 둘러보기 위해 탐방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자 이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도 잠시, 섬을 가득 메운 꽃 향기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절경이

이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 한국의 파라다이스

바다 휴게소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광객들 모습.

외도 보타니아는 바다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보타니아는 'botanic'(식물)과 'utopia'(낙원)를 합성한것으로

말 그대로 '식물의 낙원'을 뜻한다.

그 만큼 섬 자체가 해상 식물원이다.


큰 섬과 작은 섬 두 개로 이뤄진 이곳은

해발 84m의 수려한 기암절벽으로 둘러 쌓여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해상 관광지는 모두 큰 섬에 자리잡고 있다.

섬 탐방로는 2000여 종의 아열대 식물로 빼곡하다.

섬 중간에 자리잡은 '비너스 가든'은 옛날 초등학교 분교 자리로

'세상 그 어느 정원보다 아름답게 꾸몄다'는 평을 듣는다.

조각공원과 '천국의 계단' 등 아열대식물과 조형물로 이뤄진 섬은 동화 속 나라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일부에서는 인공의 흔적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섬 곳곳에 자생하고 있던 동백나무와 대나무 군락지 등은 그대로 보존했다.

 


■ 외딴 섬에서 국내 최대 해상관광지로

남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보타니아의 바다 전망대

외도는 연간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해상 관광지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로 소개된 이후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 추세다.



하지만 1995년 개장 이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딴 섬에 불과했다.

이 섬은 서울에서 한때 교편을 잡다가 동대문에서 원단사업에 뛰어든

고 이창호(2003년 별세) 씨와 부인 최호숙(78) 씨가 1969년부터 부분적으로 사들였다.

이 씨는 거제를 자주 찾아 바다낚시를 즐기던 중 절경이 뛰어난 외도에 반했고, 부인을 설득한 끝에

거제의 외딴 집 한 채를 사들이게 된다.

당시 외도에는 약수터 주변에 7~8가구가 모여 살면서 어업과 밭농사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과 전기는 물론 선착장조차 변변치 않아 육지와 연락이 쉽지 않은 이른바 낙도였다.

하지만 천혜의 절경에 반한 부부는 3년에 걸쳐 섬을 사들였다.

처음에는 밀감나무 3000그루를 심었지만 겨울 한파로 얼어죽는 아픔을 맛봤다.

돼지 80마리를 키웠지만 육지로 실어나르기도 힘들었고 돼지 파동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었다.

선착장 공사를 할 때마다 태풍에 의해 7차례나 쓸려나가는 고통도 감내했다.

이 때부터 최대한 자연에 순응하자고 다짐했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온난한 기후와 적절한 강우량 등을

접목시킨 식물원 조성을 시작해 오늘날의 명소가 됐다. 



■ 연중 무휴 관광지로 도약

외도 앞바다는 수시로 불어닥치는 너울성 파도로 연간 90일가량은 유람선 접안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섬을 찾기에 앞서 일기 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무턱대고 찾았다가는 때로는 발길을 되돌리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외도 보타니아는 선박의 연중 무휴 접안을 위해 선착장 오른편으로 길이 100m 너비 16m 규모의

방파제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50% 수준이다.

내년 5월 공사가 완료되면 대형 태풍 등이 아니라면 365일 유람선 접안과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도는 구조라항 뿐만 아니라 와현·해금강·도장포·장승포항 등 5곳의 유람선터미널에서

수시로 유람선이 운항한다.

거리상 구조라항이 가장 가깝지만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섬 탐방은 가능하다.

유의할 점은 섬을 탐방 후 돌아올 때는 출발한 곳의 유람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출발지와 도착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출발지마다 소요시간과 요금도 다소 차이가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유람선 운항 관계상 섬 탐방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제약하고 있는 만큼

부지런하게 발품을 파는 것이 필요하다.

'비너스 가든' '천국의 계단' 등 12가지 테마를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 최호숙 외도 보타니아 사장

- 꼴보기 싫던 외딴섬 '바다위 정원' 일궈

외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국적 정취의 해상관광지로 자리잡기에는 최호숙(78·사진)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사장은 1969년 남편의 설득으로 처음 외도를 방문하게 된다.

당시 오전 8시께 서울을 출발해 마산과 통영을 거쳐

거제 구조라항에 도착한 것이 밤 10시.

14시간이나 차를 타 진절머리가 나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통통배를 타고 칠흙같은 밤바다를 달려 도착한 곳이 외도였다.

어둠 속에서 만난 외도에 대한 첫 인상은 '꼴도 보기 싫었다'였다,

왜 남편을 따라 이다지도 멀고 먼 남해안 외딴 섬까지 왔을라고

후회막심했다.


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난 뒷날의 외도는 경이감 그 자체였다.

섬 안쪽으로는 거제 본섬과 내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눈앞에 들어왔고 섬 뒤쪽으로는 망망대해가 시원스레 펼쳐졌다.

그 절경에 반해 이틀을 외도에서 머물렀다.

서울로 돌아올 때 섬마을 아이들이 너무나 아쉬워한 모습도 정서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또다시 외도를 찾게 됐고 섬의 매력에 푹 빠져들면서 섬을 점차 사들였다.

이후 섬을 구입하자고 제안한 남편보다 더 열성적으로 섬을 가꾸었다.

남편은 노후에 자연을 벗삼아 살 외도를 생각한 반면 최 사장은 이왕 섬을 가꿀바에야

누구나 감탄하는 '바다 위 정원'을 꿈꾸었다.

자는 시간 이외에는 섬만을 생각할 정도로 40년 넘게 이 섬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외도에서 자라고 있는 풀 한포기, 돌 하나에서부터 잘 짜여진 조경과 수목배치, 조각품 선정 등

어느 것 하나 최 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수십년 동안 아열대 선인장과 코코아, 야자수, 가자니아, 선샤인, 종려나무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다양한 품종을 심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품종의 아열대 나무와 꽃을 심고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재투자에도 아낌이 없다.

최 사장은 "끝없이 꿈꾸고 실천하면 그 꿈은 이루어진다""아직도 꿈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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