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4> 통영 '욕지도'
웅장한 해안절벽, 점점이 떠 있는 섬… 탄성 지르는 새 도착
'알고자 하는 의욕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통영의 욕지도(慾知島)가 푸른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
- 욕지군도, 71개 섬 줄지어
- 협곡과 절벽, 푸른바다 매력
- '출렁다리''비렁길' 꼭 가봐야
- 천왕봉 오르면 색다른 풍광
- '내리막 어촌'서 휴양지 변신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을 빠져나온 카페리선이 푸른 바다를 가로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 뒷전으로 저멀리 육지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이것도 잠시, 배 앞쪽으로 점점이 떠있는 섬들은 더욱 장관이다.
한려수도 끝자락에 위치한 욕지도로 가는 길은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1시간 뱃길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통영의 섬 526개 중 [욕지군도]는 욕지도와 크고 작은 71개의 보석같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욕지도는 1970년대까지는 남해안 어업전진 기지로 파시를 이루었으나
최근 들어 휴양의 섬으로 주목받고 있다.
■ 망망대해에 자리한 올망졸망한 섬들
욕지항에 도착하면 우선 31㎞에 달하는 해안일주도로를 빼놓을 수 없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섬 앞쪽으로는
두미도, 노대도, 거치리도, 연화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반면 섬 뒤쪽으로 돌아 서면 도내 최남단 면소재지답게
망망대해가 끝없이 이어진다.
섬은 둘러보는 곳곳이 절경이다.
이 가운데 올해 초 만든 '출렁다리'는 꼭 둘러봐야 한다.
섬의 동쪽 해안가인 통단마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 다리는
수직 절벽 위에 놓여 있어 양쪽으로 펼쳐진 협곡에 압도돼
숨이 막힐 지경이다.
또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약 1㎞에 조성한 해안 산책로인 '비렁길'을 걷다보면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확트인 수평선 바다는 심신을 정화시킨다.
관광객 박은희(여·40·부산 금정구) 씨는 "부산 바다와는 또다른 느낌"이라며 "협곡과 해안절벽,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너무 매력적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욕지도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욕지 제 1의 비경인 삼여도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바다와 하늘의 구분이 안갈 정도로 시원하다.
남쪽 끝단의 '새 에덴동산'은 16년 전 위암을 앓고 있는 딸을 데리고 들어 온
최숙자 씨 모녀가 맨손과 땀방울로 일군 동산으로, 숨은 명소다.
여기에다 새천년기념공원 등 곳곳의 해안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푸른 바다는
모든 근심 걱정을 잊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섬 북쪽의 바다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반면 남쪽 바다는 웅장하며 해안 절벽이 일품이다.
■ '즐길거리', '먹거리'가 다 있다
욕지도는 '알고자 하는 의욕의 섬(慾知島)'이란 이름처럼 조용하게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굳이 카페리선에 자가용을 싣고 오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섬 일주가 가능하다.
배 도착 시간이면 섬을 한바퀴 도는 시내버스가 손님을 먼저 맞이한다.
뱃길로 1시간 걸리는 욕지도이지만 섬마을 시내버스는 통영시내 교통카드가 통용돼 친숙감을 더한다.
섬에서 임대 가능한 카트와 4륜 오토바이는 연인들이 즐겨 애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며 섬의 매력을 시나브로 만끽하는
탐방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욕지도의 진면목을 즐기기 위해서는 천왕봉(392m)에 올라야 한다.
섬에서의 산행은 탁트인 바다와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절경 등 색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최고의 전망대인 매바위에 서면 욕지항과 섬 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바다 낚시터와 유동어촌체험마을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까만 몽돌밭이 깔린 덕동해수욕장은 해수욕을 겸한 낚시인파로 북적인다.
욕지도의 주요 특산물로는 고구마와 감귤이 손꼽힌다.
섬을 돌다보면 섬 곳곳 비탈진 황토밭에서 고구마를 생산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섬 특유의 풍부한 일조량이 합세해 명품 고구마를 만들어냈다.
최근 수확철이라 섬 곳곳에서 고구마를 내다 팔고 있다.
욕지면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한양식당은 해물짬뽕의 맛이 일품이다.
통영시민들 중에서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욕지도 해물짬뽕'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일부러 섬을 찾을 정도다.
■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욕지도는 한국 최초의 근대어촌 발상지였다.
1970년대만 해도 남해안 어업전진기지로 이용되면서 1만4000여 명이 거주할 정도로 호황을 맞기도 했다.
'욕지도에서는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이 당시 도서지방으로는 처음 우체국이 설립됐고, 경남도내 첫 사립유치원이 들어서기도 했다.
섬 곳곳에는 술집이 즐비했으며, 뱃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수산업이 퇴색하면서 점차 그 활력을 잃어갔다.
수십년 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이 섬은 최근 휴양의 섬으로 각광받으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주말이면 수천 명의 탐방객이 찾으면서 과장을 조금 보태 '섬이 떠내려갈' 정도가 됐다.
욕지도에서는 요즘 들어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탐방객을 더 많이 맞이하기 위한
체험·편의시설 확충이 진행 중이다.
근대어촌 발상지 복원사업과 함께
주말 활어시장, 황토고구마 체험장, 고등어판매장, 수산먹거리 골목, 어촌문화마당 등도 조성되고 있다.
김영복 욕지면장은 "휴양의 섬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섬이 옛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다시 찾고 싶은 섬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체험장과 편의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에서 욕지도로 향하는 배편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항 두 군데서 출발한다.
여객선터미널(055-641-6181)에서는 하루 5차례,
삼덕항에서는 욕지영동해운(055-643-8973)이 하루 6차례,
동해해운(055-641-3560)이 3차례 왕복 운항한다.
# 이태영 개척기념사업위원장
- 18일부터 섬문화 축제, 욕지도 개척 기려 시작
-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전마선 노젓기'등 다양
욕지도 섬마을 주민들은 요즘 분주하다.
국내 섬 축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아하! 욕지 섬문화 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0일간 욕지동항 일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올해로 20회 째를 맞았다.
욕지도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욕지도 개척'을 기념한 것이 축제의 시발점이었다.
욕지도는 어민들이 대거 정착한 1887년(고종 24년)을 개척 원년으로 삼고 있다.
올해로 개척 125주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욕지면민체육대회로 출발했다가 차츰 호응을 얻자
문화·체험행사로 발전한 후 아예 섬문화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태영(55·사진) 욕지개척기념사업위원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축제를 위해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며
"이번 기회에 욕지도를 한번 방문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서는 욕지도 인근 섬인 연화도에서 욕지동항까지 8㎞에 달하는 바닷길을
노를 저어 경주하는 '전마선 노젓기 전국대회'가 처음으로 열린다.
또 축제 첫날에는 유동어촌마을체험에 이어 해군홍보단과 함께 하는 전야제가 펼쳐진다.
19일에는 'GO구마 GO등어 Festival'이란 주제로 고등어·활어축제, 가두리양식장 체험,
고구마 축제, 가장행렬, 해군의장대시범, 축제난장 무대 등이 마련된다.
행사 기간 내내 등산로·해안탐방로 트레킹과 4륜 오토바이 일주 등이 열린다.
특히 올해는 출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이를 위해 '출향인과 함께 하는 행사 포럼'과 '향인의 밤' 등을 별도로 진행한다.
이 위원장은 "욕지 섬문화 축제는 섬과 문화, 그 속에 살아있는 섬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이라며 "쪽빛 바다 건너 욕지도에서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만나 볼 것"을 권유했다.
이 축제는 올해 농림수산식품부 우수마을 축제, 부울경 우수축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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