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1> '프롤로그'
자연 그대로 남해의 보석들 … 그 섬엔 쉼이 있다
남해안 섬을 찾는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통영 소매물도에서 바라 본 등대섬. |
누구나 바다로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훌쩍 떠나다보면 수많은 인파에다 달갑지 않는 상흔으로
들떴던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이다.
[여행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럴 땐 남해안의 보석같은 섬으로 떠나보라고.
남해안의 섬들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육지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섬 여행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해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일상에 찌들린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남해안 섬을 잇는 여객선·유람선 터미널은 최근 들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이용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 섬들은 무슨 매력이 있길래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섬을 떠나기를 꺼리게 만드는 것일까.
본지는 남해안의 '환상적인 섬'들을 찾아 그곳의 비경과 섬사람들의 속내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 대전~통영고속도로, 거가대교 등 영향…관광객 매년 급증
- 매물도·외도 자타공인 보물섬
- 남해 노도 등도 절경
- 식물·나물 불법채취, 쓰레기 투기 몸살…보존 대책 절실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섬의 인기
거제 외도 비너스가든 |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올여름 피서철 특별수송기간(7월 25일∼8월 11일) 동안
여객선을 이용해 통영과 거제 관내 섬을 찾은 피서객은
22만20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0만6461명, 2011년 19만7227명과 비교하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섬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여객선에 국한된 것으로, 섬 이용객이 더 많은 유람선을 포함하면
실제 섬을 찾는 관광객은 두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영과 거제를 제외한 다른 남해안 섬을 찾는 여행객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1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영과 거제의 섬이 예전에 비해 크게 인기를 누리는 것은 대전~통영고속도로의 개통에 힘입은 바 크다.
게다가 거가대교가 완공되면서 부산·울산권은 물론이고 멀리 중부권의 관광객들도 남해안 섬을 즐겨 찾는다.
특히 올여름은 유례 없는 폭염이 내리쬐면서 섬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거제의 한 섬마을 주민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섬이 가라 앉을 정도로 관광객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 힐링을 주는 공간
남해안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섬 뒤편에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섬 욕지도. |
여행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이 섬을 선호하는 건 자연과 하나되면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여유를 느끼고,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기암괴석 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섬이 아니면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다 낚시와 섬 산행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이른바 '힐링'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남해안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바다의 땅' [통영]은 최근 몇 년 새
섬관광으로 호세월을 보내고 있다.
통영은 전남 신안군(1004개 섬) 다음으로
많은 570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705만 명이 통영을 방문했으며, 이 가운데 케이블카 이용객 수가 132만 명이었다.
케이블카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이 입소문을 탄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는 올해의 경우 관광객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 남해안의 보석을 안고 있는 통영과 거제
통영시 산양읍 달아항에서 학림도~연대도~만지도 등을 운항하는 섬나들이호에 탑승한 관광객들이 섬과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
남해안 섬 관광의 백미는 아무래도 통영과 거제에 집중되어 있다.
섬이 많은 데다 절경이 뛰어나서다.
통영에는 각기 다른 비경을 가진 섬들이 즐비하다.
욕지도는 경남도내 최남단 면(面) 소재지로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섬 안쪽으로는 남해안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섬 뒤편에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섬이다.
섬 곳곳이 절경인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매물도는 등대섬으로 유명해 통영 8경 중 으뜸을 차지한다.
매물도는 정부가 전국에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한 4곳 중 한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제2의 외도'라 불리는 [장사도]는 '자생꽃섬'으로 지난해 개장했다.
외도와 달리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산도는 거제, 남해 등 기초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경남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한려수도 비경의 출발점이자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구국의 섬이기도 하다.
통영의 작은 섬 연대도는 국내 최초의 '에코 아일랜드'다.
'탄소 배출 제로의 섬'을 선포, 전국적인 선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연화도는 연화사와 보덕암 등 불교성지로 유명하다.
거제의 부속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다.
외도 보타니아는 국내에서 가장 환상적인 섬으로 불린다.
연간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의 해상관광지이다.
840여 종의 아열대 식물과 조각공원, 유럽풍 정원 등 이국적인 자연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찾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이 품은 섬' 내도는 새롭게 주목받는 섬이다.
바로 옆 섬인 외도의 명성에 눌려 찾는 이가 없던 한적한 섬이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명품마을로 선정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동백섬' 지심도는 천혜의 원시림을 간직한 남해안 최대 동백 군락지를 자랑한다.
남해의 노도와 조도, 호도, 사천의 신수도, 고성의 자란도 등도 통영과 거제에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섬들이다.
■ 섬을 보호해주세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명품마을로 선정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거제 내도. |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남해안 섬들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 문젯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섬들은 몸살을 앓는 중이다.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섬에 자생하는
식물이나 나물을 불법채취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섬주민들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파헤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등산로와 바다에 무단투기하는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이런 일들은 순박하기만 하는 섬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섬의 보존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해안 섬들은 이렇게 외칠지 모른다.
"찾아주는 것은 고맙지만, 보호도 잘해 달라."
# 섬 방문 목적 및 개발 방향
- 경관 감상 여름보다 봄이 인기
남해안의 섬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570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통영시가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조사는 통영시 산하의 '관광섬 개발'이란 별도 조직이 시행한 것이다.
이 부서는 통영의 섬 가운데 절경을 찾아 자연 속의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조사 결과, 섬의 방문 목적은 해안경관 감상 및 휴식이 72%로 가장 높았다.
불편 사항으로는 숙박시설과 교통편을 꼽았다.
섬의 체류 기간은 당일(52%)과 1박2일(44%) 순이었다.
또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봄에 섬에 오는 비율(54%)이 여름(20%)보다 더 높았다.
이는 남해안들의 섬이 비단 여름뿐 아니라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는
언제든지 찾아오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로 보인다.
동행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친구·연인 여행이 56%로 절반이 넘었고, 가족여행은 28%였다.
섬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섬의 복원과 보존이 16%, 등산로·탐방로 정비 15%,
자연관찰 및 체험 15% 등으로 집계됐다.
위락시설 개발은 10%에 그쳤다.
이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인공적인 구조물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활용한 섬 개발을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옥권 통영시 관광섬개발 담당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수요에 대응하는 자원개발과 동시에 각 섬의 보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테마별 관광섬 개발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사는 통영의 섬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상황이 대동소이한 다른 지자체들도 섬 개발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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